존경하고픈 주례 선생님
서점에는 주례사 모음집이 즐비하다. 모두 공자왈 맹자왈, 도덕경을 써 놓은 것 같다.
신랑보다 젊게 보여서는 안 된다. 훤칠한 미남이면 더더욱 안 된다. 주례가 갖춰야 할 덕목도 나와 있다.
빨리 밥 먹으러 가야 하는데, 주례사는 왜 그리 긴지?
국가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성경 말씀이 어떻고, 듣다 보면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결혼식 순서
개회사
부모님 입장
양초 점화
신랑 신부, 부모에게 인사
주례 소개
주례사
신랑 신부 맞절
혼인 서약
성혼선언문 낭독
내빈들에게 인사
신랑 신부 퇴장
주례
주례의 약력 소개는 가관이다. 학력은 시간상 생략하고, 경력, 사회활동, 무슨 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이 된 회수.
주례가 장가가는 것 같다.
말이 길면 민폐다. 그러니 짧게 하겠다.
주례는 신랑 신부 이름을 미처 묻지 못하고. “뭣이더라! 그래! 신랑은 큰소리로 이름을 말하라!”
“신부는 무얼 하느냐? 빨리 이름을 말하지 않고!”
축가 부를 가수가 교통이 막혀 못 온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사회자가 “대신 신랑 신부가 노래를 부를 것입니다. 일동 박수!”
그러자 신랑은 마지못해
“언제 까지나 언제 까지나, 헤어지지 말자고!”
주례 선생,
고만해라! 장가가면 저절로 까진다!
이번에는 신부 차례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葬送曲)
사회자
아예, 망우리 공동묘지에서 만나지 그래!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이들에게, 이력 소개는 안 하는 게 좋다.
숫가락 하나라도 마련하는 즐거움에, 재산을 늘려가는 성취감을 누리게 해야 한다.
내 기억으로 가장 짧은 주례사는, 안성 불당골 개머리패 꼭두쇠인 모갑이의 몇 마디였다.
“땅잽이와 작은년이 눈이 맞아 좋아 죽는데, 방이라도 얻어줘야지! 암만! 일동 박수! 다음은 뭐더라? 아! 그렇지. 허천나게 잘 살아부러라! 이상 땡.”
아메리카 인디언 아파치족의 결혼 축사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이불이 되어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되어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 앞에는 하나의 인생이 있을 것이다.
이제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
대지 위에서 오랫동안 행복하여라!
유머
거북이 가족 이야기
신랑이 첫날밤을 지냈는데, 신부가 여태 일어나지 않았다.
장인
이보게! 사위! 데리고 잤으면 뒤집어 놔야지, 그걸 잊어버리면 어떡하나?
첫댓글 참 재미 있는 글입니다
샤프란님 결혼 주례라는 글을 올려 주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은 석가탄신일이지요
연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백년 가약 한가정을 잘이끌어 가야겠지요
수고 하신 덕분에 잘 보고 다녀갑니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