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이상으로 우경화하고 있다. 국민에 대한 국가의 태도를 반영하는 직위인 경제사회노동위원장·진실화해위원장·국가교육위원장에 극우적 인물들을 앉혔다. 보수를 뛰어넘어 극우에까지 노크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극우의 지지를 받는 자민당 정권과 '러브샷'을 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윤 정권은 동유럽 극우를 뺨치는 일본 극우와도 맞닿아 있다.
그런 윤 정권이 조봉암 재평가의 필요성과 이승만기념관 건립의 필요성을 연결하고 있다. 한국 사회를 과거로 회귀시키는 윤 정권의 정책 기조로 볼 때, 보훈부 장관의 발언은 조봉암 재평가보다는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조봉암을 하필이면 이승만과 엮는 것은 조봉암에 대한 중대 모독이다. 그의 일생은 일본제국주의에 의해서도 짓밟혔지만, 이승만 정권에 의해서도 짓밟혔다. 이는 조봉암이 1952년 및 1956년 대선에서 이승만에게 연패한 일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일본은 조봉암을 고문하고 구금했지만, 이승만 정권은 대선에서 연패한 그의 목숨을 빼앗기까지 했다.
이승만은 진보당 당수 조봉암에게 간첩 혐의를 씌운 것도 모자라 조봉암 재판에까지 간여해 그를 죽음으로 확실히 몰아갔다. 제4대 총선(1958.5.2)을 앞두고 진보당 열풍을 잠재울 목적으로 그해 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진보당 지도부를 대거 구속한 이승만은 국무회의장에서 조봉암 문제를 계속해서 거론했다.
. .
윤석열 정권이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대한 반대 여론을 가라앉히고자 하필이면 조봉암을 끌어들이는 것은 두 인물의 악연을 무시하는 일이다. 조봉암은 이승만과 함께 거론될 필요도 없이 당연히 독립유공자로 지정돼야 할 인물이다.
이승만은 헌법 전문의 4·19 이념 문구가 개정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 땅에 발붙이기 어렵다. 이승만은 물론이고 이승만기념관도 마찬가지다. 그런 인물을 미화하는 일에 조봉암의 진보적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봉암을 악용한 이승만 정권을 답습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