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아웃 - 이우디
유희를 이해한 시작은 아름답다
의심 따위 모르는 내 안의 너처럼 싱싱하거나 달아오른 부케처럼 화사하거나
영혼의 깃털이 폴락이는 동안
심장이 주문한
아름다운 시편의 주인공이 되어 한 문장 속에 눌러 담긴 시월의 마지막 식사에 촛불을 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 그 거리에서
심연의 멱살을 움켜쥐고 아슬아슬 이태원 세계 음식문화 거리 언덕길을 견디며
압화 된 분홍의 명복을 빈다
열기가 사라진 축제는 불안하지만 여전히 진행형 검은 화지에 슬어 놓은 별빛처럼 자폐적 시험에 든 달빛처럼
기억의 조도 낮출 뿐
레드 와인 밖으로 걸어 나간 사랑스러운 마스크들의 밀월은
사랑한다는 한마디로 로그오프log-off
다른 삶 공모한 적 없는 태양의 완성은 긴급 뉴스 같은 일몰 한 잔 기울이는 것
죽어서도 산 기억이 눈물을 만든다
ㅡ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4, 11월호) ********************************************************************************************* '이태원참사'의 아픈 기억을 안고 올해도 핼러윈데이는 비교적 조용하게 지나갔습니다 늦은 가을을 물들이는 각종 축제들이 방방곡곡에서 치러지는데 안전에 대한 관심만 예년보다 높았으니 기억의 조도가 밝아진 탓이겠지요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야당 주도의 대통령 탄핵과 하야촉구 시위가 있었다네요 참가 인원 숫자를 놓고 여러 주장이 뒤섞이는데 자에게는 일종의 유희로 비쳤을 뿐입니다 이제껏 다른 삶을 공모한 적이 없었으니 심리적인 무정부주의자로 사는 탓일 겁니다 죽어서도 산 기억을 줌 아웃 시키며 11월을 맞고 또 보내는 중이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