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런 때가 있었는가 싶습니다. 그것도 21세기에 말입니다. 그다지 멀리 떨어져 산 것도 아닌데 전혀 모르고 살았다니 놀랍습니다. 하기야 모든 일이 뉴스로 나오기나 합니까?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매우 잔인한 악당이 나타났습니다. 서울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이라는 곳에. 그리고 기존의 조폭조직을 궤멸시키며 세력을 확장해 나갑니다. 그것도 단 시일에 이루어집니다. 물론 기존 세력이 가만있지 못하지요. 그런데 단숨에 제압합니다.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 것은 무시무시하게 잔인스럽기 때문입니다. 사정 봐줄 틈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뜸 들일 시간 없이 난도질합니다. 국내 전력이 없기 때문에 우선 찾아내기가 어려웠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돈뿐입니다. 그러니 돈을 받기 전에는 죽이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만한 고통을 안겨줄 뿐이지요. 물론 갚지 않겠다는 의도가 보이면 가차 없이 해칩니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그 두목 옆에 따라다니는 졸개 두 놈도 그에 버금갑니다. 하기야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것이 그것뿐이니 별수 있겠습니까? 서로 막가는 놈들입니다. 문제는 그만큼 싸움도 잘하니 웬만해서는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세력들이 맞서서 대항해보지만 금방 제압당합니다. 일단 목표로 걸렸다가는 언제 어디서든 걸리기만 하면 그대로 박살이 나고 맙니다. 그 동네 그 조직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교통정리하며 상생(?)하고 있던 조폭스러운(?) 강력계 형사도 다소 버거운 존재가 등장한 것입니다. 날쌔게 치고 도주해버리니 감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놈은 새로운 놈이로구나, 눈치 채고 뒷조사를 합니다. 중국에서도 악랄하기로 이름난 놈이랍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남쪽 지방을 휘젓다가 서울로 올라온 것입니다. 거기서도 얼굴이 꽤나 알려져 활동 범위가 좁아진 모양이지요. 얘기인즉슨 이렇습니다. 광고에 나온 줄거리를 옮깁니다.
<“오늘 밤, 다 쓸어버린다!”
2004년 서울… 하얼빈에서 넘어와 단숨에 기존 조직들을 장악하고 가장 강력한 세력인 춘식이파 보스 ‘황사장(조재윤 분)’까지 위협하며 도시 일대의 최강자로 급부상한 신흥범죄조직의 악랄한 보스 ‘장첸(윤계상 분)’.
대한민국을 뒤흔든 ‘장첸(윤계상 분)’ 일당을 잡기 위해 오직 주먹 한방으로 도시의 평화를 유지해 온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와 인간미 넘치는 든든한 리더 ‘전일만(최귀화 분)’ 반장이 이끄는 강력반은 나쁜 놈들을 한방에 쓸어버릴 끝.짱.나.는. 작전을 세우는데… 통쾌하고! 화끈하고! 살벌하게!>
조폭의 특징, 돈이 된다면 무엇은 못합니까? 사업에도 손을 뻗으려 합니다. 그런데 사업가도 힘으로 밀어붙이려 하지요. 일단 걸리면 당해내지 못합니다. 옳고 그르고가 없이 폭력이 앞서니 꼼짝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런데 이미 이쪽 조폭조직과 연계되어 있으니 충돌은 불가피합니다. 그 속에 강력계 형사들이 껴들었습니다.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다 장첸의 부하가 붙잡힙니다. 결코 배신할 자가 아니지만 묘한 책략을 써서 두목을 유인하려 합니다. 묘수는 통하기는 했는데 이 두목이라는 작자가 머리까지 쓸 줄 압니다. 소탕작전에 다시 부하들을 잃지만 두목은 피합니다. 중국으로 도망갈 길을 이미 마련해둔 것이지요. 아차, 싶은 때에 제보가 들어와 마 형사가 공항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혈투가 벌어집니다.
잔인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영화들이 있습니다. 최근 함께 개봉된 ‘킹스맨’도 그 중 하나입니다. 킹스맨이 잔인한 장면들을 무난히 넘어갈 수 있는 것은 그 잔인성을 희화화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좀 다릅니다. 잔인한 사람들이지만 서로 나누는 대화 속에서 잔인함과는 대조되는 유머스러운 맛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마 형사가 쫒다가 혼자서 장첸과 마주칩니다. 장첸이 너 혼자 나타났냐는 식으로 묻습니다. ‘너 혼자냐?’ 그러자 마 형사가 대답합니다. ‘그래, 아직 싱글이다,’ 사실 미혼이거든요. 그런데 참 묘한 대화지요. 그 긴장 속에서 나눌만한 대화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통하지요. 긴장 속에서도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폭력 속에서 폭력으로 조정하며 상생하고 있는 형사입니다. 참 묘합니다. 어차피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는 한 이런 조직이 없을 수 없습니다. 마 형사는 그 흐름을 잘 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결코 홀로 배 채우는 사람은 아닙니다. 상사 깍듯이 모시고 부하 살뜰히 살펴줍니다. 그리고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보여도 약자들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워집니다. 오히려 약해집니다. 어떻게든 서로 잘 어울려 살도록 해주려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서로의 한계를 지워주고 서로 조화를 이루어 살도록 노력합니다. 조폭보다 더 조폭 같은 형사입니다. 그 힘으로 그 동네를 균형 있게 만들어 서로 살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균형을 마구 깨며 나타난 놈들이 생겨서 한바탕의 혈투가 벌어진 것입니다. 보고 나면 가슴이 후련해집니다. 영화 ‘범죄도시’를 보았습니다. 배우 마동석 아니면 누가 이 역을 감당할 수 있을 지요.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