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빅리거 1, 2호인 '코리안 특급' 박찬호(31·텍사스 레인저스)와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25·보스턴 레드삭스)이 귀국 후 가급적 외부행사 참석을 삼가한 채 개인훈련과 휴식으로 조용하게 지내고 있다. 미국 언론에선 연일 트레이드설이 터져나오고 국내에선 야구 대선배의 조언과 충고 등으로 주변이 어수선하지만 개의치 않고 훈련에만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10월 20일 한국인 빅리거 중 제일 먼저 귀국한 박찬호는 현재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머물며 개인훈련 및 지인들과의 만남을 가지며 외부에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달말 고향 충남 공주에서 열렸던 '박찬호기 어린이 야구대회' 와 제주도에서 있었던 여자프로골프대회에 잠깐 얼굴을 내비쳤을 뿐이다. 그 외에는 공식적인 움직임이 없다.
그런 가운데 야구계 대선배들의 충고도 이어졌다. 지난 해 겨울부터 조언을 구했던 '투수조련의 대가' 김성근 전LG감독은 얼마 전 한 남성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박찬호가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등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 잘나갈 때처럼 자신감 넘친 행동을 하라'는 쓴소리를 했다. 물론 잘나가던 LA 다저스 시절에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일반화되지도 않았고 또한 그 당시도 박찬호가 컴퓨터 통신을 통해 팬들과 채팅 등을 하며 지냈던 것을 모르고 있던 김 감독이 보기에는 최근 홈페이지에 심정 등을 올리는 일이 좋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와중에 야구인 출신으로는 프로야구단 첫 사장이 된 김응룡 삼성 사장이 지난 1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박찬호에 대해 한마디를 던졌다. 김 사장은 '박찬호가 부진한 것은 야구계에선 다 아는 이유가 있다. 빨리 결혼하라'고 충고를 했고 박찬호는 다음 날(1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한 팬의 질문에 '그분의 말씀이 지나치면 지나칠수록 절 위함이 될거에요. 아님 언론의 장난일수도 있고요. 결국은 모든 것들이 저 잘 되라고 하는 말씀 아닐런지…'라는 답변을 하며 '애정어린 충고'로 받아들인다는 뜻을 밝혔다.
박찬호는 조용히 지내면서 훈련에만 전념할 자세인데 주변에서 말들이 새어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박찬호의 국내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팀61'의 대표이자 매형인 김만섭씨는 "내년에는 정말 잘할 것이다. 더 이상 아픈 곳도 없고 겨울훈련을 충실히할 것이기 때문에 어디에 있든 재기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박찬호와 함께 트레이드설이 분분한 김병현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종적을 감춘채 개인훈련만 쌓고 있다. 11월초 극비 귀국한 그는 현재 서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게 전부. 지난 해 이맘때 모스포츠지 사진기자와 다툼을 벌여 시끄러웠던 일 때문인지 더욱 모습을 감추고 있다. 미국에 있을 때는 그래도 한 달에 한두 번씩 전화로 안부를 묻고했던 선배 박찬호에게도 아직까지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부상에 따른 부진으로 올 스토브리그에선 '잘못된 계약 선수'로 분류되며 트레이드설의 단골멤버가 돼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두 스타가 '눈과 귀를 막고' 겨우내 충실한 훈련으로 내년 시즌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알링턴=박선양 특파원 <폭탄뉴스.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