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 기아 이종범(35)이 ‘대도 본색’을 되찾았다.
이종범은 올시즌 타격 주제를 ‘짧게 치기’로 정했다. 난생 처음 방망이도 짧게 틀어쥐고 세게 치기보다는 정확하게 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무래도 장타보다는 단타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타 하나로 1루에 나간 뒤 만족하고 있을 그가 아니다. 짧게 쳐 손해본 베이스를 다리로 만회하겠다는 것이 새로운 야심이다.
그저 발로만 뛰는 것이 아니다. 헤드퍼스트슬라이딩도 추가했다. 이종범은 한동안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자제했다. 아무래도 부상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려움은 버리고 대신 과감함을 채워넣기로 했다. “이것저것 생각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뛰겠다”는 것이 이종범의 각오다. 태그를 피하는 데 필요하다면 주저없이 손을 뻗을 생각이다.
한화와 개막 2연전은 이종범의 화려한 ‘발 야구’의 부활을 알리는 예고탄이었다. 호시탐탐 다음 베이스를 노려 상대배터리의 속을 태웠다. 2일 경기에서는 1회 좌전안타로 출루해 2번 손지환의 희생번트로 2루까지 진출한 뒤 기습적인 3루 도루를 성공시켜 분위기를 띄웠다. 3일에는 3회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행운의 2루타로 출루한 뒤 다음 타자 이용규의 중견수 플라이 때 3루까지 내달려 세이프됐다. 워낙 얕은 타구였기에 이종범이 스타트를 끊는 순간 “뭐야,말도 안돼”라는 탄식이 터져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종범의 과감한 베이스러닝에 당황한 한화 중견수 데이비스의 송구는 3루 베이스 옆을 한참 비켜나갔고 이종범은 여유있게 살았다.
이종범은 “올해는 정말 많이 뛸 생각이다. 타석에서는 출루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나가면 쉴 새 없이 움직이겠다”며 “톱타자로서 내가 많이 움직이면 팀 공격력에도 적지 않은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지난 겨울 열심히 훈련했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