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 이병률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시들어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 주책맞게도 배고파한 적
기차역에서 울어본 적
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던 적
매일매일 햇살이 짧고 당신이 부족했던 적
이렇게 어디까지 좋아도 될까 싶어 자격을 떠올렸던 적
한 사람을 모방하고 열렬히 동의했던 적
나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만들고
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조차 상실한 적
마침내 당신과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을
영원을 붙잡았던 적
ㅡ시집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문학과지성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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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영주시조문학회원들이 2024 연간집 1차교정을 위해 모였습니다
편집방향을 재심의하고, 개별 작품의 오탈자를 찾아내며 츨판기념회 날을 받았습니다
창립한지 14년 차인만큼 수록되는 시조 편편에 선비정신이 스며있다고 자부하게 됩니다
마무리하다가 지역에 분분한 소문 어느 여성공무원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됐습니다
구설에 오른다는 말은 관심사가 되었다는 의미이니 우리가 언제 그런 적이 있었나 돌아보았습니다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있었느냐고....
나 아닌 남의 것에 배고파한 적, 울어본 적, 부족하다싶었던 적이 있었느냐고자젹을 떠올렸던 적, 열렬히 동의햇던 덕, 믿음조차 상실한 적, 영원을 붙잡았던 적이 있었느냐고시인은 묻고 독자는 입을 꾸욱 닫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