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내 병' - 1탄에 이어 2탄으로 압축하다보니 길어졌어요.
저희집 이야기를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
저희 가정사는 신혼초 할리 입문과 동시에 필연적 관계로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뒤늦게 바이크에 빠진 제 남편의 바이크 사랑은 열정을 넘어 생활에 일부가 된지 오래입니다.
1탄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제가 천사표 아내라서 보다 다들 그렇게 한다고 하는 남편말을
신뢰하며 얼떨결에 동조하게 된거죠.
세상엔 공짜가 없듯 ' GIVE & TAKE' 라고 오로지 유일한 낙이라고 부르짖는 남편의 문화생활만
인정해주면 다른 모든 부분은 저에게 주도권이 넘어오는 암묵의 거래라고 할까요 ?
첨엔 부부간에 해 볼만한 거래(?)인것 처럼 보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많이 손해본듯 합니다.
왜냐하면 남편의 바이크 열정은 시행착오를 거쳐 상황과 경험을 바탕으로 끝없이 변해갔습니다.
그나마 객관적이던 저를 혼란스럽게 하는것은 바이크 문화가 주는 특수성과 맞물려 동우회
사람들의 각별하고도 끈끈한 사랑 이었습니다.
처음 텐덤을 하고 동우회 투어 모임에 참석했을때 첫인상이 너무 강렬해 제 상식과 편견을
깨기에 충분 했습니다.
처음엔 외관상 범상치 않는 의상과 터프한 행동에 놀라고 다음엔 그이면에 숨겨진 섬세함과
다정함에 다시한번 놀랐습니다.
제가 아는한 많은분들이 모든면에 세심하고 논리적이면서도 마음 깊숙히 자유분방한 끼를
가지고 계신듯했어요. 라이더들의 사연도 각양각색에 추구하는 색깔도 개성이 넘쳤지요.
사실 오랜 외국생활과 전공이 패션디자인인 저에게 왠만한 파격을 흡수하는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바이크문화는 신선한 충격 그자체였습니다.
마치 가장 무도회에 온듯 주말투어에 가면 영화에서 봄직한 터미네이터, 갱스터, 경찰, 군인,
레이서 다 모이셨죠. 각자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할수있는 즐거움은 그 다음주를 기대감
으로 부풀게 하고 생활에 활력소로 작용 했습니다.
발 맞추어 남편의 스타일이나 바이크철학도 바이크 기종에 따라 다양하게 변천 하더군요.
가끔은 저도 헬멧, 마스크, 선글라스가 없었다면... 이생활이 가능했을까 생각해요. *^^
지나고보니 다들 그렇듯 저희집에도 재미있는 일화가 많습니다.
스프링거 시절 야밤에 주차장으로 줄자 가져오라는 호출을 받고 급히 내려가니 바이크 사이즈를
재라고 하더니 그담엔 사다리까지 동원해 엘리베이터 사이즈를 재게 했어요.
요즘 도난이 많다면서....저희집 참고로 19층 이었죠. 경비실 아저씨가 기겁하며 말려서 일단
사태는 진정 되었습니다.
또 임신 초기에 스프링거 타고 산부인과 건강검진에 동행했는데 가죽잠바에 선글라스 으시시한
분위기를 보신 의사 선생님께서 당황하시며 '산모를 오토바이에 태우시면 어떻합니까' ? 하니
남편왈 ' 아기에게 할리 말발굽엔진소리를 들려 주려구요' 했습니다.
저희 꼬맹이가 탄생했을때 담당의사 선생님 첫마디는 '아드님 바이크 타는데 이상없을정도로
건강합니다' 했습니다.
잔뜩 부풀은 저희 신랑은 다 깔아 뭉개지고 반쯤없어진꽃잎에 꽃다발을
저에게 내밀며 '수고 했어' 하면서 스프링거가 가방이 없어서 깔고 앉아왔더니...하더군요.
기종이 로드킹으로 바뀌면서 난생처음 군납품업체를 수소문해서 찿아가서는 일반인에게
안판다는 장군용 군화를 팔라고 조르고 시경에 몰래 들어가 야광안전띠를 구입했지요.
하지만 신발을 신어보기도 전에 허리통증으로 입원하게 되었는데 제가 이때다 싶어
바이크를 팔게 했습니다.
한 두어달 적응하는듯 하더니 마치 세상이 끝난것처럼 '없으면서 못타는것과 있는데 못타는것
은 천지차이' 라며 의기소침해했습니다.
할리의 잔고장에 늘 고심했던 기억을 상기시키며 진동으로인한 건강상 무리를 강력 주장하는
저에게 남편은 속으로 딴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문제의 대안을 엉뚱하게도 막 출시된 골드윙으로...
할리가 아날로그라면 골드윙은 디지탈 같은게 브레이크 밀리는것도, 장시간 세차도,기계적
잔손실도 , 옵션도 필요 없었지요.
주말코스도 경기도가 아닌 전국구로 잡히더군요.
나름대로 만족하는듯 하더니 어느날 술상을 받아놓고 분위기를 잡으며 푸념을 하더군요.
이유인즉 너무 편하고 완벽해서 문제라며..자기가 신경쓸게 별로없다.. 다 똑같아 보인다며..
말발굽소리가 그립다며.. 옷장속 할리옷이 아깝다며...급기야 제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아
폭팔했습니다. 몇주간의 냉전이 계속 되었습니다.
이어 기종이 추가 되었습니다. 헤리테이지로...출 퇴근 한다는 빌미로..
여하튼 현재는 울트라 타고 있습니다. 묘한 모습으로(?)...연장을 들고 가더니 더듬이 달린 트렁크
를 가져와 지금은 거실에서 함께 지내고 있어요.
참 저의 오랜 텐덤의 종지부를 찍은것은 필연적(?)이유로 2년전입니다.
안전상이유로 여성라이더를 강력 부정해온 남편도 주위 권유와 더불어 할수없는듯
면허나 따보라고 가르치더군요.
한번은 연습중 스쿠터로 전철 담벼락을 크게 들이 받은적 있는데 멀리서 지켜보던 남편의
다리가 땅에 붙어 버렸는지 그냥 멀그미 서있었습니다.
남편은 순간 크게 다쳐 쓰러진 사람이 다시 벌떡 일어나길래 큰일 치루기전 반사신경이
작동한걸로 알고 심장이 멈춰 섰답니다. 119준비...
사실 저는 창피해서 벌떡일어나 스쿠터 세우고 기스난곳 견적 계산중이었지요.
그후로 면허시험장에서 저보다 큰 코멧탱크를 껴안고 까치발로 어찌할바를 몰라 넘어지기를
수십번째 온몸이 파스로 도배될때쯤인 작년봄 2종 소형면허를 땄습니다.
면허따서 가장 좋은건 더이상 자전거못타는 제 자존심에 상처가는일은 없어졌습니다.^^*
다행히 오랜텐덤경험탓에 도로사정을 읽거나 투어규칙은 좀 알고 있던터라 바로 시내주행에
나갔지요. 동우회지인 몇분의 배려로 첫 시내주행에 나갔는데 새로산 883 커스텀이 지상고
등 여러모로 버거워 주정차시 몹시 불안하자 집에 돌아오자마자 남편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내려라' 하더군요. 전 어떻게 하루만에 내리라고 하는 남편이 야속해 화가 나서 대들었지만
이러단 내가먼저 심장마비로 이 세상 하직하겠다며 눈물로 하소연 해 맘 약해졌어요.
하지만 얼마안가 대안이 나왔지만요..*^^*
이 이상 말씀드리면 신상에 대한 추론이 가능하므로 남편한테 혼납니다.*^^*
여하튼 지금은 남편도 저도 우리꼬맹이도 할리문화에 일부분에 참여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아직도 시행착오는 계속되지만 그 또한 삶에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늘 완벽한 해결책을 찾지만 세상엔 완벽한것도 영원한것도 없기에 하루하루 오늘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하며 충실히 살아가는것 같습니다.
모든게 완벽하다면 희.노.애.락 도 느끼지못하고 부족한것 보다 못한삶이라 할수있겠지요.
거기에 덤으로 소중한 사람들과 특별한 인연을 만들며 저희 가정에 작은 행복스토리를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바이크를 타고 안타고는 각자 선택의 자유지만 만약 타야한다면 최소한의
위험을 방어하는 자세로...함께 즐긴다면 단순한 기계가 아닌 삶의 한 매개체로서
긍정이 부정을 뛰어넘게하는 역할을 충분히 할수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늘 안전운행하시고 멋진 추억 많이 만드세요.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혹시 글쟁이십니까... 글이 넘 감칠맞이 나네요^^ 행복해보여서 보기좋고 앞으로 행복해질것같아 더 좋네요^^ 글 잘읽었습니다^^
회사서 몰래 몰래 읽어가며 ㅋㅋ 대고 웃었습니다. 글의 처음 부분 왠지 블랑카가 말하는 말투~
잘 읽었습니다....늘 안전운전 하세요.....
너무너무 재밌는글 잘 읽었습니다. 웃음이 입주위를 떠나지 않는군요
누구신지 대략은 알것도 한데.... 2탄까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너무 좋은 추억이네요~ 물론 가슴 많이 아팠겠지만~~ 울트라 타고 싶어도 다리가 짧아 못타는 남자도 있답니다... 흐흐흐흑~~
"아기에게 할리 말발굽엔진소리를 들려 주려구요" 바이크 타는 사람으로서 최고의 명언 입니다.재미난글 잘 읽었습니다..책을 내시면 베스트 셀러가 되겠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저희부부랑 너무 닮은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저도 신랑씨의 열정에 함께 하게 된 부부라이더가 되었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꼭 만나뵙고 싶습니다.... ^^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좋은자리 만들면 좋겠네요.^^~혹시 지역이 서울이신가요 ?
제가 할리디바님의 남편입니다. 저도 집사람에게 저렇게 비춰졌었겠군요. 크흐흐흐 너무나 재미나고 공감가게 읽었습니다.
아하,,, 이제 알겠군요,,,, ^^ 어제 안세병원 사거리에서 인사 나누신 분이시군요,,, 멋지신데다가 글까지 잘쓰시니,,, 아기와 세분이 함께 라이딩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져보였어요. 아무쪼록 마무리하지 마시고, 틈 나실 때마다 연재해주세요~~~~~~~~~~~~~~~
예리 하십니다.*^^* 멋지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지시다는 말 밖에는... ^^
잘 읽었습니다~~~~정말 멋지시네요^^
글쟁이당~ 넘 글이 잼나는데요~ 넘 공감도 가고~ 꼭 글속에 내가 주인공인것 처럼~ 당신은 멋진 글쟁이~ 넘 잘읽었어요
글을 참 잘쓰시는군요. 부부간에 재밌게 사시는 멋쟁이님들,,,, 이행복이 영원하시기를 ..잘 읽었습니다.
*^^* 넘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연재 기둘립니다....^^
넘 사적인 글이라 걱정 많이했는데 과분하게 좋게 봐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벌써 신상파악을 하신분도 계셔서 많이 쑥스럽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가지고 혹시 길에서 만나뵙더라도 제가 먼저 인사드릴수있도록...할께요.*^^*
즐거움이 뚝뚝 흘러 내리는 글, 감사합니다~~^ ^*
정말 아름다운 글입니다 책을 내도 베스트가 되지않을까 싶네요 두분넘 멋지십니다 저는 여성라이더를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남자도 엄두를 못내는데 대단하십니다 어제는 우리동네 유명한 칼국수집이 있는데 할리2대가 두두둥해서 눈길을 돌리니 부부인것 같아요 제가봐도 넘 멋져보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