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숲에 들다 - 박종천
인적 없는 숲속 산길을 맨발로 걸어 본다
발바닥 다칠까 봐 까치발 종종걸음 어릴 적 흙장난하던 동심으로 돌아간다 꽃 개미 풀벌레들 밟을까 조심조심 깨어난 오감 하나로 흙의 숨결 귀 기울이다 저절로 고개 숙여지는 겸손함도 배운다 작은 돌 가시 박힌 듯 전해 오는 아찔함에 그 누가 걸었을 가시밭 고행길도 알 듯 말 듯 구절초 핀 무덤가에 고추잠자리만 한가롭다 숲속을 파고드는 햇살이 그랬을까 따스해진 낙엽 밟으며 그대와 나 두 손 잡고 풀 내음 솔 향기 가득한 숲을 걷다 잠들고 싶다 겨울 오기 전, 텅 빈 가슴에 단풍나무 하나 심어 가을 숲의 고즈넉함과 유유자적에 기대어 서서
짧고 긴 한 생生의 가을, 오래 물들이고 싶다
-계간『詩하늘』(2024, 가을호) ************************************************************************************* 어제 아내와 함께 김장할 배추와 무를 준비하면서 종일 바쁘게 쏘다녔습니다 오전이었지만 예보만큼 춥지 않았고, 텃밭 주위 처갓집 산소에도 가을로 물들어 있더군요 오늘은 만내 처제네가 장인 산소에 다녀간다 하고, 첫째와 둘째가 김장하러 온답니다 추석 전에 벌초를 마쳤으니 산소 주변에 개망초와 들국화가 피는 것도 당연지사입니다 토일마을 솔밭에선 솔잎 낙엽이 차창에 쌓여갑니다 넝클식물이 우거져서 보이지 않던 울타리가 드러내보이며 늦가을이 저만치 서성였습니다 가끔 기억이 오락가락 하시는 장모님도 김장한다는 말에 자식들이 궁금하신가 봅니다 거실 구석에 자리잡는 젓갈과 김장용 속재료를 보시더니 팔을 걷어부치십니다 성큼성큼 겨울이 다가서는데 한사코 두터운 옷을 멀리하시는 게 안타깝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