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 정용국
금강산 가는 길목
옹이 하나 뭉쳐 있다
뼛속 깊이 맺혀 있던
울혈도 다 버리고
북풍에 주눅들지 않았다
서풍 이미 이겨낸 몸
허파를 내어주고
인정도 풀어주고
불화살의 날들을
가슴으로 받아내고
뒤틀린 상생의 단전
온몸으로 지고 간다
쏘주 / 정용국
소주보다 쏘주에는 진한 눈물 스며 있다
고맙고 마음 짠한 사람들이 만났을 때
소주는 쏘주가 되어
눈자위를 적신다
쌍시옷의 위세가 거칠게 터져 나와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느꼈을 때
쏘주는 위로가 되어
굳은 어깨 감싼다
착한 술 소주보다 깡다구가 조금 쎈
쏘주의 쓰디쓴 맛 알 사람은 다 알지
쓴맛에 쓴맛을 더해
주먹 불끈 쥐게 하는
초록별 연서 / 정용국
뭇 생명의 초록별 영험한그 이름이
누더기 걸쳐 입고 열병에 떨고 있다
눈이 먼 인간의 손은
막다른 꿈 꾸는데
북극곰 잠 설치는 빙하는 울며 녹고
플라스틱을 먹는다는 혹등고래 외마디가
먼 길을 돌고 돌아서
언 가슴에 스민다
안락한 여유 대신 허파를 내어주고
빛나는 영광 뒤로 급소를 찔린 채
설핏한 가는 숨소리
막장 속에 잠든다
ㅡ 시조집 『그래도 너를 믿는 그래서 너를 참는』 책만드는 집 2024
카페 게시글
시조 감상
동두천/ 쏘주/ 초록별 연서 / 정용국
정상미
추천 0
조회 16
24.09.02 06:28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