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루수 정원석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 앞서, 잠깐 유격수 얘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왜 그 얘기를 먼저 하는지는 두 단락 아래 있으니까 궁금해도 조금만 참아주세요.
주전 유격수 이대수는 지난달 7월 14일부터 어제까지 20여일 간, 10경기에 출전해 딱 1개의 안타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기간동안 볼넷은 1개 얻어냈고 삼진 4개를 당하면서 병살타도 쳤지요.
이대수를 욕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원래 체력이 좀 약한 선수인데다 올해는 허리까지 아프니까요.
다만, 이대수의 부진이 내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2루수, 3루수 정원석은 송구쪽에 문제가 많아 늘 불안했었습니다. 하지만 5-6월 한화가 잘나갈 때 보여줬듯 1루수 정원석은 수비능력만 놓고 보면 현 이글스 라인업 중에서 No.1입니다. 한대화 감독이나 김민재 수비코치가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헌데, 이대수가 아파서 한상훈이 유격수로 나갑니다. 그러면 2루에 누구를 세워야 되겠습니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여럿 있습니다.
1. 현재 .216의 타율을 기록중인 전현태
2. 2군에서 .250의 타율을 기록중인 강경학
3. 뼈가 부러져 재활중인 오선진
자, 누구를 2루에 세워야되겠습니까.
3루수와 유격수의 공격력이 다른 팀 보다 떨어지고 1루수도 이름값보다 부진한 상황에서
2루까지 수비형 선수를 채워 넣을 수는 없습니다.
물론, 정원석의 요즘 페이스가 부진하니까 그 자리에 다른 선수를 세워두고 훗날을 도모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감독이 그를 2군으로 내려 쉬게 했었죠.
다만, 지금은 그 타이밍을 지나 반등을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정원석이 컨디션을 찾아 안타를 좀 때려줘야 1루에 그를 세우고
동계훈련 못한 장성호를 지명으로 돌려 타격에만 전념하게 하면서 공격력 강화를 꾀해야
최진행-가르시아와 맞물려 5-6월 같은 득점력을 기대할 수 있는 겁니다.
믿을만한 우타자는 최진행뿐인 타선에 정원석이 힘을 보태야 좌타자와들과의 구색도 맞고요.
정원석이 동국대 출신이라서 감독이 쓰는 게 아니라
그가 팀 타선의 반등을 기대할 '키맨'이기 때문에 기용 하는 겁니다.
<경쟁>을 말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지금 부진한 정원석을 빼고 다른 선수를 기용해야 한다는 말씀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경쟁은 페넌트레이스때 하는 게 아닙니다.
선수들은 마무리훈련-스프링캠프-자체청백전-연습게임-시범경기를 통해 여러 번 타석에 들어섭니다.
거기서 동료들과 경쟁할 기회를 받아 이긴 선수들이 실전에 나서겠지요.
그 타이밍에 1차 경쟁은 이미 끝난 겁니다.
거기서 주전과 비주전, 1군과 2군이 갈렸다는 얘기죠.
1차 경쟁에서 밀린 선수가 반전 드라마를 쓰려면 혹은 1군보다 잘할 거라는 <강한 확신>을 심어주면 됩니다.
그러니까, 2군에서 군계일학의 성적을 찍던지
1군의 누가 아파서 몇타석 잠깐 들어섰을 때 계속 안타를 치던지 그래야 된다는 말입니다.
경기 감각이 없는데 대타로 나와서 안타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해야 올라옵니다.
"삼성 모상기도 기회를 주니까 잘했다"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모상기는 2군에서 3할대 중반의 타율에 홈런 16개를 쳤습니다.
박노민과 나성용, 김강이 2군에서 친 홈런갯수를 모두 합쳐야 모상기랑 똑같아집니다.
그렇게 2군을 쓸어버려야 1군으로 올려준다는 얘깁니다. 우리 감독만 야박해서 안 올려 주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 만약 LG팬들이 <박병호는 최진행보다 잘할거에요> 하면 뭐라고 하실겁니까.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우리 2군에 박병호보다 성적 좋은 타자가 오재필 뿐이라는 걸요.
오재필이 2군에서 굉장히 잘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못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동국대 출신이 아니어서요?
아닙니다. 외야에 최진행-강동우-가르시아가 있으니까 못 나오는 겁니다.
그러면 대타로라도 기회를 줘야 되는데, 왜 안 줄까요.
고동진과 김경언이 주전으로는 좀 못미덥지만 대타로 나와서 쏠쏠하니까 기회를 주는 겁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가 1군에서 .139를 쳤으니까 못 나오는 겁니다.
물론, 몇 달 동안 꾸준히 내보냈으면 페이스를 찾아 더 잘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동진 김경언은 가르시아 영입 시점부터 대타로 나오면 안타를 따박따박 잘 쳐냈습니다.
자, 누구는 하루종일 경기에 안 나오다가 막판에 대타로 나왔는데 그 한타석에서 안타를 쳐냅니다.
그런데 누구는 2군에서 굉장히 잘했고, 자질도 있는 것 같은데 결국 안타를 못 칩니다.
그러면 감독은 누구를 써야 됩니까?
이런게 바로 <공정한 기회> 입니다.
정원석 얘기를 하다가 잠시 샜는데요 (심지어 오재필은 외야수죠)
이대수만 안 아프다면, 그리고 이대수가 최근 잘 쳐서 한상훈이 유격수 땜빵을 해야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저는 정원석을 몇경기 쉬게 하고 전현태를 써보자고 말하겠습니다.
하지만 글쎄요
비록 야구가 투수놀음이고, 강팀의 초석은 수비로 쌓아야 된다고 하지만
이여상-한상훈으로 2-3루를 채워놓고 2루에도 .216이나 1군 미검증된 타자를 쓰는 것 보다는
그래도 작년에 3할을 쳐봤고 올 시즌에도 절반 가까이 3할을 찍어본 타자를 믿어보겠습니다.
저는 그게 공정한 경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원석이 제자여서 내보낸다. 여러분은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성적이 나쁘면 팬은 스트레스만 받으면 그만이지만
한대화 감독은 성적이 나쁘면 경질될 수도 있습니다.
꼴찌팀 감독으로 이글스 커리어를 끝내면, 앞으로 KBO에서 감독을 영원히 못할 수도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이 감독이시라면, 그런 상황에서 더 잘할 것 같은 선수 두고 출신학교 제자를 쓰시겠습니까?
애들 대학도 보내고, 앞으로 30년은 더 먹고 살아야 할 한대화 감독이 정말 자기 성적보다 정원석이 더 소중할까요?
글쎄요...
정원석의 타격감이 살아나서 1루에 고정되는 게 팀 전체를 위해 더 나은 그림이라고 판단했을 확률이 더 높을 것 같습니다.
첫댓글 여름이 와서인지 투수들하고 타자들 모두 진이 빠져있는 듯합니다...우천으로 몇경기 쉬었겠지만 아직 미진합니다 좀더 힘내기를 기대해야죠...
정말 2군타자들애 대한 불필요한 애정까지 다른팬들에게 가지란 일부팬들이 꼭봤으면 하는 글이네요 한화뿐 아니라 일부타팀에도 양아들 듣는 선수가 꽤많죠
일번선발님 의견대로 감독의 생명줄이 달린 선수기용을 비난수준으로 몰고가면 왈가불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평생 야구만 해온 그리고 현장에 있는 그리고 그선수들을 겨우내 보아온 감독및 코칭 스텝이 더잘알겠죠
깔끔하게 정리하셨네요. 이대수가 제 컨디션을 찾아야 팀이 잘 돌아갈텐데 말입니다.
시즌초에 술자리에서 류현진을 차우찬+조동찬+이영욱과 트레이드 시켜야 한다고 했다가 욕을 무지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이글스는 라인업구성 조차도 쑥스러운 상태에서 감독은 마술을 부리고 있다고 봅니다. 에이스의 미래까지 걱정하면서요. 4번타자도 허리가 안 좋아 보입니다. 이글스의 팬으로 질타보다는 격려가, 비방과 비난보다는 응원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래도 우리도 5,6월에는 최고의 팀을 응원했으니까요...저는 지난번 기아전 9회말 2사후 역전 경기를 보고 4강에 못가도 다 이해하고 용서하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음..이렇게 생각할 수 있군요..역시 1번선발님 분석이 가장 합리적인 것 같네요!
솔직히 올해 4강은 좀 어려울 것 같고 전 남은 엘쥐전이나 잘 해 주었으면..(전 좀 감정적인 팬이라..)
오늘도 원정응원갑니다!
거부할 수 없는 너의 마력은 DTD~♬
저도 정원석의 1루수비는 국내 최고라 생각합니다. 정원석의 타격만 다시 올라오면 이대수가 빈타를쳐도 전반적인 타선엔 문제가 없을텐데...암튼 이번 시즌 마감하고 훈련때 우리팀이 해결할과제가 많네요 ㅋㅋ4강을 못가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이글스가되길!!
다들 방망이가 타올라야 하는데,,,지켜봐야죵!!!
일번선발님 말씀에 완전 공감합니다. 정원석이 제자라서 계속 기회를 준다는건 억측이라고 생각해요
원석이가빠지고..대수가 빨리돌아와야 할텐데 ㅎㅎㅎㅎ
역시 1번선발님 글은 속이 시원하네여....마치 교과서를 잘 풀이 해석한 자습서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ㄳㄳ
추천기능 도입이 시급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루수비도 수비지만 주루센스도 제가 볼땐 최고 같아요 정원석선수가..
아직도 홈스틸할때의 정원석님을 잊을수없어요...이번 DTD 3연전때 분명 뭔가 해주실거라 확신합니다... 퐈이팅~!!!
오늘 경기 보고 무슨 말을 하실지...
1번 선발님도 좌우상황보면서 합리적 생각하신 것 같고, 한대화 감독도 여러상황을 고려해서 믿고 맡겼을 것이기 때문에 사실 정원석 선수가 잘못한 것이지요...너무 결과론으로 가는 것은 안 좋다고 봅니다..저도 너무 열받았었지만;;
1번선발님 글을 엠팍에 퍼가도 될까요? 한대화감독의 동국대 라인으로 언쟁이있었는데요 이글을 보여주면 좋을거 같아서요. 물론 출처는 밝히고 또 하루안에 자삭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