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28일 만추의 심야를 서울역발 밀양행 23시 우등열차가 질주하고있다.
한여름날의 지리산 종주의 기쁨이 가실즈음
만산홍엽의 유혹인가?
정열의 유혹인가?
답이 필요없는 우문을 잠재우며 일단의 행장을 챙겨들고
탁발하는 수도승마냥 빈가슴으로 홀연 집을나서 밀양역을 마주하며
석골사 경내앞에 당도하니 스산한 어두움만이
산객을 반겨준다.
산사의 엄숙함이나 고요함을 미쳐 느낄새도없이 04시40분에 어둠을뚫고 등로에 접어든다.
어두움이 있는곳에 빛이 있어야됨이
자연의 이치인지라 각자 준비한 랜턴으로
오늘 긴 인내의 산행길을 비추며 일보일보 내딛는다.
골짜기의 바람소리는 인적없는 산사의 적막함 만큼이나
쓸쓸한데 젖어오는 속옷의 감촉은 따사롭기 그지없다.
어둠을 밝히는 자그만 랜턴의 시야는 아직도 오를길이 멀다하고 발길을 재촉한다.
어느만치 올랐을까?
육중한 바위자락을 지면삼아 초라하기 그지없이 홀로자리한 상원암이 눈에 들어온다.
원래의 조식일정을 바꿔 차가운 바람과 허기를 꼼꼼히
준비해온 방풍의와 전주의신사 들풀처럼의 누릉지조식과
적토마의 한잔술이 일거에 해결해준다.
1188m의 운문산에 오르니 옥산이 저만치 버텨서있고
아침의 햇살은 추위와 바람의 기세를 조금 누그뜨려준다.
힘들게 올랐으니 여유로움으로 내려가야지,
기세좋게 아랫재까지 내려와 과일 몇조각으로
베낭의 무게를 줄여주는 일용을하고 가지산을 향해 몸치장을 다시한다.
1240m의 가지산!
영남알프스의 최고봉 가지산은
천황산,재약산,간월산,신불산,영취산을 호령이나하듯이 거느리고있다.
아랫재에서 부터 이어지는 깔딱이는 긴호흡을 내벳게하며 거센 흡입력으로 위로위로
우리를 끌어올린다.
바람의 강도는 이미 칼바람이고 등로 군데군데에 얼음발이 맺혀있다.
바람을피해 대피소안에 잠시들러 노르스름한 한잔의 동동주로
온기보충하며 58구호를 우렁차게 외치며 올라온 만큼이나 길게 늘어진 하산아닌 하산을하며
석남터널까지 내려온다.
대충의 점검이 끝나고 먼저와
기다리고있을 돈키와 산쟁이와의 능동산 조우를 위해 부지런히 발길을 움직인다.
어둠의 만추산행과 아침햇살의 현란함이
발아래 낙엽은 잠시 생각에젖게한다.
시몬
너는 아느냐?
낙엽 밟는소리를
능히 시인이 아니라도
가슴을 적시게하는 여인의 속살처럼,초야의 원앙금침처럼 부드러움과
포근함이 나의 발길을 잠시 잡아둔다.
부드러운 유혹의 그늘을 빠져나와 능동산에 오르니 예정대로 합류일행이 우리를 반겨준다.
여기서부터 샘물상회까지는 잘닦여진 임도로 인하여
산행이기보다는 행군이라는 표현이 적당할것같다.
영남알프스의 백미라는 억새평원의 조짐이 여기서부터 가시권에
들어옴도 기억할만하고....
다만 이곳을 무슨 목장으로 개발한다는게 가슴아프게한다.
가자! 밥먹으로..... 인심좋은 샘물상회에 도착하여
58표전용 낚지볶음에 동동주 한모금하니 원기왕성해진다.
이때가 12시30분쯤의 시각이었을거고
촌음을 아껴 천황산1189m 고지에 이르니 우리가
지나온 뒤안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멀리 자리한 운문산,가지산,능동산. 천황산 자락아래의 촌락과 농지들
그리고 실개천처럼 좁다랗게 보이는 계곡.....
앞에 펼쳐지는 대자연의 조화가 잠시후 펼쳐질 감동의 서곡일것만같아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맞닿은듯이 서있는 재약산에 올라 드넓게
펼쳐진 사자평원의 억새평원을 바라다보니
보이는것은 황금물결이요 느껴지는것은 하얀자태의 하늘거림의 현란함이다.
마치 조명아래의 무희처럼
요염하기까지하다.
이름하여 사자평원이라 하던가?
장엄함과 요염함을 만끽하고 고사리분교에 내려와
철철넘치는 한사발의 곡차로 수분보충하고
또다시 첫날의 마지막 구간을 찾아 길을 나선다.
흐트러진 긴장감을 다시 추스리며 의관을 갖추고
또다시 하나의 능선을 절반은 개척하다시피 하여 산너울의
감각적인 등로찾기로 억새숲을지나 하염없이 내리뻗는 하산길에 접어든다.
운좋게 하산의 꼭지점에 정확히 우리가 묵을 민박집이있어 재빠르게 여장을
풀고 온몸의 피로를 씻어낸다.
16시40분 도착이니 정확하게 12시간 산행인셈이다.
이제부터는 부어라 마셔라 먹어라....
여기에 사생결단내외까지 도착하니 분위기는 고조되고
권주를해도 경주말톤에 참가해야된다고 사양하시더니 결국은..
적당한 기회에 잠자리에드니 수리는 부산집에
다녀온다고 나가고 잠든사이
카오스와 송휘가 보급품을 바라바리 싣고서 도착한모양이었고
음주팀일행은 반갑다고 또마셔대고.
30일 아침6시 기상.
속풀이겸 아침식사를 간단하게 마치고 카와송은 간월산 일출을 낚으러 먼저 출발하고
우리는 수리를 기다리다 7시에 배내고개에서 수리와 합류하고
돈키는 누군가를 에스코트한다고 대열에서 이탈하고
그러는사이 또 해장술로 산행을 시작한다.
일행이 늘어나니 화기애애함도 더하고 힘이 솟는지 속도가
장난이아니다
배내봉지나 1083m간월산에 당도하니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있던 카오스와 송휘가 한컷의 카메라로 반겨준다.
짧은듯 긴듯 늘어서있는
억새의 모양새가 신불평원에대한 기대를 갖게하기위한 유혹인듯하다.
간월재를지나 신불산 앞에 들어서니 마치 높은 건물오르듯이 층층의 계단이
기다리고있다.
1208m의 신불산.
그저 오르고보니 밋밋하다.
명성에 걸맞지않는 산인듯. 일단올랐으니 목은 축여야지.
58구호에 지나던 58도
합류하여 같이 구호도 외쳐보고...
산쟁이와는 여기서 작별을 고한다.
이제 마지막 구간 영취산을 향해 여유로움으로 발길질을한다.
영취쪽으로 내리뻗는 드넓은 억새평전은 가히 국내제일의 억새평전인양하다.
또한 밋밋하게만 보았던 신불산이 영취산쪽에서 바라다보니 신불산의 의미를 알것같다.
우람하게 서있는 입석대는 신상 그모습이었던게다.
실로 신불산의 명성을 인정하는 그 모습인게다.
1059m영취산(취서산) 마지막 여정의 아쉬움이
남아있음으로 발길멈춰서서 멀리 보이는 문수산을 바라보기도하고
한참 아래에 있을 통도사의 자태를 그려보기도한다.
떠남이 아쉬워 취서산장에서의
산상만찬을 즐기고 오는이 가는이는 부러움반 실소반으로 우리를 지켜본다.
지산리로 하산하여 통도사에 들어가 무무 부인을 위한 기원과 합장을 올리고
야생초의 멋진 글로 기와시주를 끝으로 긴 산행을 마친다.
카페 게시글
하고 싶은 이야기
여인의 속살처럼 초야의 금침처럼
청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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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01 16:08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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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함께 한 시간들...내딛고 지나친 등로들...스친 바람 과 억새들...비산된 육수와 마신 곡차...지껄인 토킹어밧...친구들과 함께 함에 실속있고 재미있음이어라..!!!
후기가 더 쥑인다.....
너도 후기쓸려면 함 가봐야지? ㅎㅎ
마~져
암튼 좋은시간, 즐거운시간 보냈다는 야기쥐?
낙동정맥(일부)의 등선을 힘차게 오르는 모습이 좋더라. 육산의 부드러움을 여인의 속살로 비유하니 풍경이 더 맛깔스럽고 멋스럽게 다가온다. 웅장함으로 하면 여인보다 어머니같은 ...바위터럭에 걸터앉아 억새평원을 보면서 허리춤의 술한잔 나눌 수 있는 벗들이 있으니 그게 행복이지.
넌 여인이니 어머니니?...
남자의 속살도 부드러운디..^^
앞으로는 바나나로 애 닳지말고 단단한 과일로 챙기거라/ 우리 막골리 무쟈게 먹었지? @!@
쇠주파와 막걸리파 족구 한판 해써야 핸는데..
노루는헷갈려~~'토마후기'를보니 잘 안갔다 쉽고,청량이후기를 보니, 내년에 가고싶고~~수리야!너도 후기 함 올려라~`
대단하다 58멍들 와~감탄밖에 할말을잃었음 ~
청량산이 글솜씨 좋으네~ 마지막에 내 이름도 올려주고(ㅋ) ...산행이 부럽다
여정을 남기기 위해 울도 함 가자~ 여정아`!
항상 듬직한 모습~~~다음은 어디더냐...
운장산에이어 덕유산아닐까?
사진이야, 산행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반가웠다. 적당히 혀. 남은 거 다빠질라
이번에는 경주동아 참가로 같이 몬해 아쉽다 담에는 약속하마 "영남알프스" 내 마음속 고향같은 곳이지
감미로운 산행후기로 감칠맛나는 멋진 산행으로 표현좋구나 근디 아마 산행은 빡세게 했을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