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연유로 남을 돕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과 교육자이셨던 선친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을 따름입니다.”
키치너 워터루에서 하드웨어와 가구사업체인 'DONALD CHOI CANADA LIMITED'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 사업가 최등용(영어명 도널드, 64세)씨.
캐나다 한인 장학재단 이사로 도널드 최 장학회를 개설, 이미 7만여 달러가 넘는 장학금을 전달해 왔던 최씨는 이번에 워터루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오는 모국 포항공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15만 달러의 거금을 내놨다.
최씨가 기부한 15만 달러는 현존하는 개인이 적립한 장학 기금으로는 장학재단 최고의 액수.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스코필드 장학금으로 5천 달러를 전달했으며 워터루대 레니슨 단과대학에 멀티미디어룸을 만드는데 15만 달러를 기부했다.
지난 9일 워터루 소재 자신의 회사에서 김봉수 이사장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최씨는 인터뷰 자리에서 기부에 대해서는 별로 할 얘기가 없다며 단지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혜택을 받고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워터루공대에 있던 장근수 교수와의 인연으로 이번에 개설하게 된 최씨의 개인 장학금은 내년 가을학기 워터루공대에서 수학하는 2명의 학생을 먼저 돕게 된다. 차후 장학금 지급은 장학재단과 학교측과의 협의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했을 뿐이라는 그의 말에는 허영이나 과장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과 가족들만 챙기기에 급급한 요즘 같은 시대에 장학기금으로 15만 달러를 일시불로 선뜻 내놓고 8년간 조선족 어린이들을 돕는 등 선행을 생활화하며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원래 갖고 있는 재산이 아니라 64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매일 14시간이 넘게 일하며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남을 돕는데 쓰고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사업을 하는데 왜 어려움이 없었겠어요. 젊을 땐 하도 일벌레로 살아서 집사람의 걱정도 많았지. 돌이켜보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참 많이 받고 산 것 같아. 직원이나 거래처 등 지금까지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게 오늘날 사업체가 자리 잡을 수 있던 이유라는 생각이 들어요. 열성 신도는 아니지만 불교의 가르침을 쫒는 평온한 마음도 사업체를 잡음 없이 운영하는데 도움이 됐구요. 얼마 전 입적한 숭산스님을 75년도에 만났는데 당시 100만 달러의 사기를 당하고 심신이 허탈해져 있을 때였죠. 여기 사기 당한 사람이 있을 텐데 너무 억울해 하지 말라고. 전생에 빚을 갚은 거라고 말씀하시는데 저한테 와 닿는 말이었어요. 그 후 더 열심히 일했고 다행히 그 때 일을 농담처럼 웃으며 말하는 시간이 왔네요. 좋을 때 너무 좋아하지 말고 나쁠 때 너무 실망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삽니다.”
모국 외국어대 서반아학과를 졸업하고 스웨덴에서 잠시 텍스타일 공부를 했던 최씨는 69년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 왔다. 처음엔 가발사업을 했던 그는 온갖 무역일에 손을 대다 가방을 홈 하드웨어 회사에 납품하면서 그 회사에 채용, 근무하면서 사업 경험을 쌓았다. 이후 81년 금성전자와 연결, 전기, 전자, 가구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사업을 점차 확장시켜 나갔다. 그러다 75년도에 현 회사를 설립, 창고를 임대, 하드웨어와 가구 등을 취급, 승승장구하며 현재 이 분야에서 일인자로 꼽힐 만큼 인정을 받으며 회사를 성장시켰다. 현재 워터루 산업단지에 위치한 그의 회사 사무실, 창고, 공장 등에 근무하는 직원은 60여명 정도. 어카운팅을 담당하는 1명의 한인을 제외하곤 모두 캐네디언들이다. 중국 등지에서 수입되는 하드웨어와 가구는 시어스, 베이, 니온 등 국내 유명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아직도 일년에 두 차례 이상 중국 등으로 장기출장을 떠나는 그는 사업은 눈앞에 놓인 단기적 이익이 아닌 장기적 안목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민자들을 보면 가능한 쉽고, 편하게 자리를 잡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는데 밑바닥부터 몸소 체험하는 자세가 따르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처음에 어려움을 경험해보면 차차 적응이 쉬어집니다. 그 때 이런 고생도 했는데 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추스릴 수 있기 때문이죠. 돈벌기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남의 나라에서 돈버는 게 쉽겠습니까. 성실히 땀 흘리면 언젠가는 돌아옵니다. 모든 것이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주위를 돌아본다면 행복한 이민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미래 꿈나무를 키우는데도 열심히 투자해야겠지요.”
훌륭히 성장한 세 명의 자녀와 부인,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체력,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있기에 자신은 행복한 사람이라며 활짝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에서 참된 재산을 소유한 성공한 한인 자화상을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