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중 남자 기숙사 아이들은 기분이 들떴습니다.
왜냐면 조목사님이 학생들에게 축구장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축구를 하려면 번햄중앙공원까지 장장 5분 거리를 다녀야 하는 '귀차니즘'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마당 농구대 앞에서 축구공을 가지고 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숙사 벽을 향해 공을 차면 어떤때는 돌로된 타일이 떨어져 나가는 황당한 경험도 하게 되고 연이어 목사님의 위대한소리(잔소리의 반대말)를 들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기숙사내에 축구장이 만들어지면-비록 400평 정도의 간이 축구장이지만- 공원까지 가는 번거러움대신에 편하게 축구를 즐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하는 아저씨들이 나타났고...드디어 얼마후엔 여기서 축구를 하게 된다는 기분이 고조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조목사님이 방학중 여러나라를 방문하시기 위해 해외 출장을 가시면서 일하던 아저씨들도 함께 출장을 갔는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일부 옹벽만 만들고 흙만 가져다 봏고 일하던 아저씨들은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조목사님이 출장에서 돌아오자 다시 모습을 잠깐 나타낸 아저씨들...그러나 조목사님의 또 다른 출장과 함께 아저씨들은 다시 사라져 버렸습니다. 무너져 내리는 아이들의 기대감들......방학이 끝나기전에 축구를 즐길 수 있으리란 기대감은 아저씨들이 종적을 감추면서 함께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ㅠㅠㅠㅠㅠㅠ
사실은 이러했습니다. 제가 출장을 가기전 한 토건회사와 운동장 건설 계약을 맺고 계약금을 지불했습니다. 공사가 끝나면 나머지 잔금을 주기로 하고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해외출장을 다녀와 보니 일부 시작을 했지만 운동장 공사는 거의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화가 난 저는 그 회사 책임자에게 매일 수십차례 전화를 했지만 전화 자체를 받지 않았습니다. 은근히 겁이 났습니다. 혹시 이 회사가 부도가 난게 아닐까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문자를 보내 잘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하고싶은 말이 있다. 앞으로 진행할 다른 공사도 의논해야 하니 잠시 만났으면 좋겠다. 나는 다시 곧 해외 출장을 가야하니 가능하면 빨리 만나자...이런 문자를 몇일을 계속 보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연락이 왔습니다. 마음속으로는 화가 가득 치밀어 올랐지만 이미 계약금을 준 상태인지라, 법에 고소한다 할지라도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리지 모르는 이나라의 상황에서 차라리 잘 달래서 일을 시키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만나 그간 혹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 계약한 금액으로는 무리라는등, 인건비도 올려줘야 하고 자재비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고, 기름값도 오르고 등등..결과적으로 공사비가 부족하니 돈을 더 올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계약금을 준 상태라 공사를 거부하거나 계속 늦추면 우리만 불리하다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화를 낼 당사자는 나인데도 불구하고 그래도 계약은 그렇게 했으니 맞추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달랠 수 밖에 없는 모호한 처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실랑이 끝에 결국엔 공사비를 인상하는 조건으로 공사를 재개 하기로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일부 비용을 중도금 형식으로 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공사 약속을 받은 후 다시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얼마후 출장에서 돌아와 보니 공사는 조금밖에 진행이되지 않고 이 사람들은 다시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왜 축구장 완성이 안되냐고 성화고, 일하는 사람들은 돈만 챙기고 나타나지 않고...정말 당황스럽고 황당하기도 하고....
그래서 다시 그 사람들을 수소문하고 그 책임자를 찾아 만나서 다시 공사재개를 약속받았습니다. 그리고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썩었던 골치는 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일이 진행되는 동안 에도 일부 아이들은 축구장, 축구장 하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얼마나 축구장이 필요하면 저럴까? 저런 열정을 가지고 공부해 준다면 모두 벌써 우등생이 되었을텐데라는 부질없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선 조목사님이 약속해 준건데 왜 이렇게 안되나라는 조바심이 있었겟죠...
그뒤로 공사는 나름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물론 공사 책임자는 공사가 끝나면 받을 잔금을 조금씩 조금씩 요청해서 학교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지만.....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운동장을 보며 흐믓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제 마음도 한결 가벼워 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복병이 나타날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필리핀 전역이 요즘 저기압의 영향을 받아 비가 자주 내리는 관계로 공사가 자꾸 순연되어 다시 아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나름 원망도 해 보는 아이들...그애들의 속상한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빨리 공을 차고 달리고 싶은 아이들의 발목을 날씨가 잡고 있는 것입니다.
급기야 오늘은 태풍이 와서 학교도 휴교중입니다 ㅠㅠ ㅠㅠ
이래저래 속상한 아이들에게 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말
"얘들아 태풍때문에 할일도 없는데 공부라도 열심히 하자"
두둥~. 아이들의 희망이 접히는 표정을 보며 저도 마음 한구석이 괜스레 미안합니다.
이래저래 날씨 때문에 속상한 아이들...조만간 축구장이 완성되면 조금 마음이 풀릴까요?
첫댓글 안타까운 마음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미주알고주알 설명을 해 줄 수도 없는 일이고... 당장 달려가서 조금이라도 도와드리고픈 마음이 간절합니다. 힘내세요.
ㅠㅠ... 한창때 남자 아이들이라 운동으로라도 열기를 폭발해야하는데.. 간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운동장이 완성되면 안타까운 마음은 언제 그랬느냐는듯 다~사라지겠죠? 신나는 아이들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아이들의 마을을 헤아리시고 애써주시는 목사님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다니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좋은 일인데 이렇게 애태우시며 마음 쓰시는 목사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완성되면 아이들하고 축구 한판 하시되 골~~인 기분좋게 한골 넣으시고 그동안의 답답함을 훌훌 날려버리심이 어떨까요?
목사님 마음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날씨라도 협조해주심 좋으련만~~도와드리지도 못하고 안타까운 맘만 안은채 하루속히 축구장이 잘 만들어져서 아이들과 함께 뛰어다닐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목사님 수고가 많으시네요^^
축구는무슨 즐공이나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