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일본의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히키코모리. 히키코모리는 1970년대 입시과열로 인한 일본 청소년들의 등교 거부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일부 청소년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은둔해 있다가 저녁 때가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를 정신병으로 간주해 치료를 시도했으나 결국 일부 불량청소년들의 문제로 매듭지어졌고, 오늘날 청소년만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었다. 현재 일본 전체 인구의 1% 가량이히키코모리라고 한다. 장기적 경기침체와 청년실업률 증가로 더욱 치열해진 경쟁구도 속에서 이탈하거나 도태된 사람들이 스스로 외부와의 선을 긋고 집안에서 외톨이로 은둔하고 있는 것이다.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는 '(특정 장소에) 틀어박히다'라는 뜻의 일본어 '히키코모루'를 명사화한 단어다. 예전엔 어려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 산이나 시골에서 숨어 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는데, 최근에는 6개월 이상 외출하지 않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을 부르는 말로 변형되어 통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히키코모리는 일본만이 가지는 특수한 상황일까? 비슷한 용어로 서구에는 코쿤(cocoon)이 있다. 코쿤은 누에고치를 빗댄 말로, 불확실한 사회에서 보호받고자 타인과의 접촉이나 교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거부하며 외부와의 단절을 선언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실제로 히키코모리와 코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 스스로를 외부와 단절시키는 외톨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장기적 경기침체, 청년실업률, 학력지상주의와 치열한 경쟁구도는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심각하다. 여기에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률도 최고 수준에 이르고, 인터넷 사용자 비율 또한 높다. 은둔형 외톨이가 급증할 수 있는 환경으로는 일본 못지 않다. 이미 그러한 징후는 사이버 폐인의 급증으로 감지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히키코모리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중·고등학교에서만 5만여 명의 중도탈락자가 생긴다고 한다. 학력지상주의와 입시교육 위주인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경쟁사회에서 도태되면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외부와의 단절을 꾀하는 것이다. 물론 대학입시에 탈락한 이들과 학력차별로 인해 스트레스 받는 수많은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청년실업률의 증가도 히키코모리의 주요 원인이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백수생활로 접어드는 수많은 청년실업자들이 초라한 현실을 피해 은둔 생활을 시작한다. 일본 히키코모리 중 60% 이상이 20~30대라고 한다. 장기적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실업자의 수가 60만 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입시 스트레스, 경제위기, 취업난 등 외부적 요인 외에도 초고속 인터넷망의 보급 또한 히키코모리 현상을 야기하는 데 한몫을 한다. 인터넷 하나면 의식주 해결은 물론 '혼자 놀기'가 가능하다. 컴퓨터 게임이나 채팅 등에 빠져 몇날 며칠을 틀어박혀 지내기도 하고, 학업이나 일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계 최고 인터넷 대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들의 3분의 2 가량이 인터넷 중독자로 추정된다고 하며, 주요 생산 인구인 20~30대 인터넷 중독자의 비율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귀차니즘이나 사이버 폐인이라는 말도 인터넷 문화에서 비롯되었다. 은둔 생활을 한다고 해서 경제적 부담이 없을까? 대부분의 히키코모리들은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부모에게 의존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 히키코모리로 인해 캥거루족(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받는 이들)이 생겨난 것은 아니지만, 히키코모리 현상과 캥거루족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생각해볼 대목이다.
과거 일본에서는 오랜 시간 사회와 단절돼 살아가던 30대 남성이 여자아이를 유괴해 10년 동안이나 집에 가둬 두었던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낮 시간 동안 은둔생활을 하던 청소년들이 밤에 밖으로 나와 폭행이나 살인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처럼 히키코모리들은 대개 우울증, 대인기피증, 폭력성, 공격적 성향을 드러낸다. 이는 고립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특성들이다. 이밖에도 히키코모리는 가족제도의 붕괴와 인적자원의 소실 등으로 확대될 개연성을 가지기 때문에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다. 아직 국내에 히키코모리가 얼마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일본에서 히키코모리의 기준으로 정한 6개월 이상 은둔하는 사람의 수는 그리많지 않을 수도있다.하지만 히키코모리 현상이 우리나라로까지 번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실제 우리는 여러 매체를 통해 '오랜 시간 게임만 하던 누군가가 돌연사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사이버 페인,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우스개로 끝날 문제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이들 히키코모리 현상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무엇보다 개인의 의지와 지각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 현상 해결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동호회 활동을 통해 히키코모리 극복사례 등을 공유함으로서 히키코모리 예방과 극복을 위해 힘쓰고 있다. 편하고 단순한 것을 추구하며 혼자만의 공간에서 지내려 하는 귀차니스트들이 히키코모리의 무서운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지금부터 대책을 강구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