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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언제나 늠름한 원문보기 글쓴이: 장사꾼
트레킹 여행이 인기다. 걷기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야 모두가 알고 있지만, 대부분 산길이나 자전거길 옆에 난 자투리 길로 만족한다. 그런데 사실 국내 트레킹 코스 중에는 물길을 따라 이어진 곳이 많다. 저마다 풍경도 다르고 품은 이야기도 달라 그저 걷는 여행에 지칠법한 사람에게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평소 바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주목하자. 이미 널리 알려진 제주 올레길부터 남해 바래길, 청산도 슬로길, 영덕 블루로드 등 물길을 따라 이어진 길이 봄 인사를 건넨다. 논으로 밭으로, 마을로 바다로, 물길 옆 다양한 풍경 속에 한국의 트레킹 스팟을 소개한다.
화순해수욕장에서 시작해 산방산과 송악산을 지나 대정 하모리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10코스는 스위스관광청과 제휴를 맺어 탄생한 ‘스위스-올레 우정의 길’이다. 송악산을 중심으로 한 이 해안길 코스는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경치가 일품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의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이 한 폭의 그림처럼 연결돼 있어서인지 선을 따라 제주도의 전부를 보고 느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레 코스를 따라 듬성듬성 있는 올레꾼(도보 여행자)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와 펜션, 민박집, 맛집 등도 쏠쏠한 트레킹의 재미. 까만 모래가 찰지게 들어앉아 있는 화순해수욕장부터 퇴적암 절벽으로 둘린 해안가의 웅장함까지. 변산의 채석강이나 적벽강의 감동 그 이상이다. 과연 화순해수욕장에서 용머리해수욕장까지의 화순 해안길은 모두가 혀를 내두를 만큼 올레 코스 중에서도 '명품 길'로 인정받고 있다.
남해 바래길은 수려한 해안선을 따라 보물 탐험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코스는 다랭이지겟길, 앵강 다숲길, 구운몽길, 섬노래길, 화전별곡길, 말발굽길, 고사리밭길, 동대만 진지리길, 이순신 호국길, 망운산 노을길의 총 14개로 조성돼 있으며, 이 중 3곳은 조성 중에 있다. 코스의 포인트는 모든 길이 남해 해안선을 따라 산과 들, 논과 밭을 끼고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는 것.
그중에서도 1코스의 계단식 다랑논은 명품 중의 명품이다. 다랑논이 바닷가에서 설흘산 8부 능선까지 100층이 넘도록 촘촘한 등고선을 그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흡사 바닷가의 칠흑빛 모래밭이 밀물 썰물의 리드미컬한 움직임에 따라 시간의 무늬를 만든 것처럼 보인다. 이뿐인가. 빼어난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어촌마을을 특유의 향취와 소박한 인심으로 현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보석처럼 촘촘히 박힌 섬, 깎아지른 해안, 푸르게 우거진 산과 곡식으로 넘실거리는 들. 탐스러운 열매처럼 소담하게 놓인 모래알과 자갈까지. 남해를 왜 보물섬이라 부르는지 알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로망의 여행지로 손꼽히나 보다.
다른 트레킹 코스보다 생소한 영덕의 블루로드는 대게의 고장인 영덕군 강구항을 출발해 축산항을 거쳐 명사이십리와 송림으로 유명한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약 50km의 해안길이다. 사실 이 길은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688km의 해파랑길의 일부인데, 최근 영덕 특유의 고장색을 살린 길로 재조명되고 있다. 바다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특히 주목할 것. 코스가 A, B, C 의 세 구간으로 다른 여행길에 비해 짧고, 코발트빛 동해안을 끼고 조성돼 느긋하게 산책하듯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의 탐방로가 삼림과 이어진 것과 달리 청정자연 환경을 자랑하는 영덕의 시리도록 아름다운 바다를 오래도록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큰 특징. 저절로 힐링이 되는 휴양여행이다. 요란한 치장 없이 빼어난 자연경관을 있는 그대로 잘 살리는 데 중점을 둬서인지, 소박한 마을과 자연의 장엄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촌마을의 소소한 삶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옛길의 자연미가 오래 기억되는 코스이다.
전남 완도에서 남쪽으로 약 19㎞ 떨어진 청산도는 다도해에서도 자연이 아름다운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완도항에서 뱃길로 약 45분 소요되는 이곳은 하늘과 바다, 산 모두가 푸르다고 해서 `청산`이라 불리게 됐다. 원래 청산도 슬로길은 청산도 주민들의 마을 간 이동로로 이용되던 길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구획구획 등선마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하여 `슬로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전체 11구간, 42.195㎞에 이르는 슬로길은 미항길, 사랑길, 고인돌길, 낭길, 범바위길, 용길, 구들장길, 다랭이길, 돌담길, 들국화길, 해맞이길, 단풍길, 노을길, 미로길 등으로 이뤄졌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자연스레 청산도를 완주하게 된다. 산과 들, 마을과 언덕을 느리게 걷고 있노라면 과연 “신선이 사는 천혜의 섬”이라는 옛 지명의 ‘선산도’가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된다. 걸음걸음 기대 이상으로 매력적인 장관이 펼쳐지는 아름다움. 봄날의 유채꽃이든 여름 신록의 싱그러운 풀내음이든 사계절 전혀 다른 무공해 풍경이 가슴 설레는 여행이다. 이름을 그리 붙여서가 아니라 절로 걸음이 더뎌지는 길. 청산도 슬로길이다.
| Editor 최진경 | Photographer 최진경, 이지혜
첫댓글 이곳이 우리 고향 이었으면 얼메나 좋을고!!! " 쥔장" 요즘 수고가 많으 십니다!!!
한번 물어 물어 여행한번 가야 데겟네,,영덕의 둘래길이 가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