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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193) - 숨 쉬는 바다, 미래의 터전을 돌아보다
벌써 7월이다. 오랜 가뭄이 끝나고 때에 맞게 장대처럼 쏟아지는 장맛비가 메마른 대지를 흠뻑 적신다. 그 틈새를 이용하여 50년 지기 오랜 동문부부들과 함께 바다의 축제인 여수엑스포를 참관하고 새만금과 변산반도를 돌아보며 100여년 만에 가장 더웠다는 6월에 지친 심신을 추슬렀다. 아름다운 미래를 설계하는 터전, 서남해안을 무대로 웅비를 꿈꾸는 바다 탐방기를 적어본다.
1. 세계최장방조제 새만금을 향하여
7월 3일 오전 9시, 우리 일행을 태운 동양고속우등버스가 경부고속터미널을 출발하였다. 오래만의 나들이라 모두들 들뜬 기분일까, 예정시각보다 10여분 전에 전원 집합이다. 9시 반, 죽전간이정류장에서 분당과 용인 거주자들이 탑승한 후에 버스는 경부고속도롤 지나 천안 - 논산고속도로, 당진 - 서천고속도로를 거쳐 부여의 백제휴게소에 잠시 머문 후 새만금의 시작지점인 군산항을 향하여 열심히 달린다.
군산외항을 거쳐 단군 이래 최대국책사업의 하나로 10년 넘게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완공한 부안과 군산을 연결하는 33.9km의 세계최장방조제에 들어서니 오전 11시 반이다. 좌우로 널찍하게 펼쳐지는 고군산열도를 낀 서해바다와 끝이 안 보이는 새만금호수의 장대한 경관에 일행들 모두 감탄사를 연발한다. 새만금추진협위회가 제작한 홍보물에는 이 방조제의 구축으로 여의도 면적의 140배(서울면적의 2/3)에 달하는 1억 2천만 평의 국토가 확장되었다고 적혀 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 차례 부안 쪽의 현장을 둘러보았지만 군산에서부터 시작되는 방조제의 전 구간을 달려보기는 처음이다. 중간지점의 전망대에서 내려 웅장한 규모의 방조제 전후좌우를 살피노라니 거센 바람에 모자가 벗겨진다. 기념촬영을 한 후 계속 달려 부안의 임시홍보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이곳에서 수많은 난관을 뚫고 준공에 이른 과정을 영상으로 살펴보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박수를 보냈다. 새만금자유구역청의 주도로 산업, 주거, 연구, 관광사업의 여러 기능을 갖춤 명품복합도시로 발돋움하려는 새만금의 대역사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큰 기폭제가 되기를 비는 마음이다.
지새만금 탐사를 마치니 오후 1시, 홍보관 인근의 변산명인바락죽 음식점에서 점심을 들었다. 메뉴는 바지락죽과 바지락회덥밥, 두 가지를 부부간에 들 수 있도록 주문하였는데 모두들 음식이 깔끔하고 맛있다며 만족해한다. '바지락죽 최초개발자의 집'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김선곤 사장은 오랜 친분이 있는 지인인데 친절하게 맞아주고 상마다 파전을 서비스하여 흡족한 기분으로 즐거운 점심을 들었다.
2. 국립공원 변산반도와 천년고찰 선운사를 찾아서
부안군 변산면과 그 일대의 산악 및 해안지방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 중심에 채석강과 해수욕장이 자리한 격포항이 새로운 관광레저단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가 묵는 숙소는 격포에 있는 대명변산 리조트, 미리 체크인을 하여야 좋은 객실을 받는다기에 오후 첫 코스는 리조트행이다. 서둘러 숙소를 배정받고 고창군 아산면에 있는 선운사로 향하였다. 변산에서 선운사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아름다운 드라이브코스, 이곳을 처음 찾는 이들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해변코스가 동해안의 멋진 경관에 못지않은 좋은 경치라며 기뻐한다.
선운사로 가는 길에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이 있고 질 좋은 천일염생산염전도 지나게 된다. 선운사 주변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복분자생산지역이고 선운사에서 멀지않은 곳에 중학교 친구가 임원으로 있는 국순당 복분자술공장이 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공장을 돌아보고 복분자주도 시음하기를 청하니 흔쾌히 응락한다. 정력 강화에 특효가 있다는 효능을 알고 있는 일행들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공장을 둘러보고 막걸리와 와인으로 따라주는 복분자주를 한 모금씩 맛보며 즐거워한다. 더러는 술과 과자류를 사기도 하고. 집행부에서 와인을 한 병씩 사서 나누어주는데 친구가 막걸리와 와인을 한 박스씩이나 선물로 안겨준다. 둘러보기만 해도 감사한데,,,,
복분자 공장에서 나와 가까운 곳에 있는 선운사에 이르니 오후 4시가 조금 지났다. 봄에는 동백, 가을에는 상사화와 단풍으로 유명한 선운사를 제대로 돌아보려면 두 시간도 모자랄 터. 후일을 기약하고 서둘러 대웅전과 동백꽃단지를 돌아본 후 오후 5시에 부안의 내소사로 향하였다.
내소사는 울긋불긋한 벽화 없이 자연미를 그대로 살린 고풍스런 사찰건물과 울창한 전나무 숲이 촘촘히 들어선 고즈넉한 사찰이다. 사찰 안팎에 있는 천년 전후의 거대한 느티나무 두 그루가 고상한 품격을 더해주고. 우리 모임의 부회장 네가 사찰입구의 '여정'이라는 아담한 모텔을 최근에 인수하여 운영하고 있어서 그 집도 돌아보았다. 사찰입구에 있는 음식점에서 산채정식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오니 저녁 8시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한 방에 모여 수박파티를 하며 스스럼없는 유머로 웃음꽃을 피웠다. 나이 들어가니 남녀의 구별도 없어지는가, 진한 농담에도 얼굴빛이 태연하구나.
3. 한려수도의 작은 도시, 엑스포로 웅비하다
7월 4일 아침, 리조트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바닷가로 산책을 나섰다. 격포항에서 바라보는 일몰의 장관은 동해의 정동진에서 보는 일출장면처럼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구경할 수 있다는데 전날 저녁, 검은 구름이 잔뜩 끼고 가랑비도 내려서 이를 감상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낙조를 감상하기 좋은 지점에 채화대가 세워져 있고 커다란 돌에 육당 최남선이 부안의 낙조가 전국 8경의 하나로 칠만큼 아름답다고 찬탄하였다는 글이 새겨져 있다. 동해의 울진이 고향인 친구는 바다에서 물장구치며 자란 습성이 지금도 남아 있어 아침바다에 풍덩 빠져 세파에 찌든 몸을 소금기로 닦아낸다.
7시에 숙소를 나서 격포항의 길목에 있는 식당에서 콩나물해장국과 바지락죽으로 아침을 들었다. 전날저녁에 예약을 했는데도 준비가 부실하고 음식 맛도 별로다. 철저한 직업의식 없이 쉽게 돈 벌려는 세태가 씁쓸하다. 저녁식사를 한 엑스포 매장의 식당에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8시에 격포를 출발하여 출포 인터체인지에서 서해안고속도로에 들어서 고창- 담양고속도를 거쳐 남해안고속도로를 따라 순천에서 여수로 향하는 도로들이 시원하게 잘 뚫렸다. 멀리 새로 개통한 여수-광양을 잇는 이순신대교가 위용을 자랑하고.
엑스포주차장에 이르니 오전 11시, 미리 예매한 입장권을 제시하고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한국관, 20여분을 기다려 두 편의 영상프로그램으로 엑스포의 이미지를 익혔다. 바다를 여는 제1관의 프롤로그와 하늘과 바다가 하나로 이어지는 제2관의 현란한 입체영상을 드러누워서 감상하는 기분이 상쾌하다. 영상 첫 부분에서 육당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의 시를 접하며 벌써 100년 전에 세계로 웅비하는 바다를 꿈꾼 선각자의 탁견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아침에 격포에서 육당의 글을 접한 것과 더불어.
어느 기자는 한국관의 관람기록을 이렇게 적었다.
'한국관에 갔다. 삼면을 둘러싼 거대한 스크린 위로 우리네 연안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과 출렁이는 연안의 모습이 펼쳐졌다. 그 가운데 서 있는 나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가 되어 있었다. 옆방의 거대한 돔형 천장스크린 위엔 경제적 바다가 있었다. 어업·담수시설·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우리의 바다산업이 펼쳐지고, 메이드 인 코리아 상품을 실은 수출호가 그 바다에서 출항했다. 고백하자면 나는 그 안에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우리일행 모두 그러했으리라.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엑스포에 참가한 나라들이 준비한 국제관이다. 아프리카와 대서양, 인도양 연안의 여러 나라의 모습을 한꺼번에 살필 수 있어 마치 해외 여행하는 기분으로 잠깐잠깐 돌아보며 미처 찾지 못한 나라들의 문화와 정보를 가슴에 새겼다. 7월 4일은 미국 독립기념일이어서 때맞춰 미국의 날로 지정하였는데 특별행사로 몰리는 인파 때문에 미국관은 들어가지 못하였다. 인도양의 작은 섬 셰이셜 군도가 관광객유치를 위하여 참여한 것이 이채롭고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처음 들어보는 나라이름도 신기하다.
이어서 찾은 곳은 롯데관, 30분을 기다려 입장하는 등 곳곳에 입장을 기다리는 줄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롯데관의 볼거리는 열기구를 타고 하늘 여행하는 풍선타기가상체험, 크고 넓은 공간에 수백 명이 함께 서서 바닥이 움직이고 굉음이 울리는 가운데 펼쳐지는 하늘과 바다의 황홀한 장면들이 실제처럼 느껴진다. 잠시 마치 호접몽(장자(莊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기는데, 나비가 장자인지 장자가 나비인지 분간하지 못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에 나오는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모를 삼매경에 빠져든다.
롯데관에서 나오니 오후 1시 반이다. 점심을 먹을 겨를 없이 찾은 곳은 여수엑스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행사의 하나인 빅오(Big-O)가 펼쳐지는 해상무대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꽃 피는 바다' 공연은 국내외 연기자 153명이 출연하는 서커스, 분수 쇼, 대형 인형 행렬 등이 등장하는 초대형 판타지다. 한국의 마당놀이를 기본으로 한 이 공연은 빅오를 중심으로 로드퍼포먼스와 아트서커스, 분수 쇼, 수상 스턴트 등이 한 시간여 쉴 틈 없이 펼쳐진다. 저녁에는 화려한 분수 쇼가 더 볼만하다는데 우리는 아쿠아리움으로 이동하기위해 40여분 만에 일어섰다.
아쿠아리움은 평소에 두 시간여 기다리기 일쑤라는데 40여분을 기다려 입장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길게 줄서서 기다리는 중간에 외국인으로 구성된 5인조 벤드그룹이 20여 분간 열심히 연주해주어서 고마웠다. 30여 분간 둘러본 아쿠아리움은 세계 여러 곳의 수족관을 둘러봐서인지 소문처럼 경탄할 정도는 아니라 여겨진다.
아쿠아리움에서 나오니 오후 5시로 정한 관람시간까지 한 시간 남짓, 어차피 하루 동안에 다 둘러볼 수는 없는 일이라서 아내와 함께 폐막 후에는 철수할 국제관을 한 곳이라도 더 둘러보기로 하였다. 먼저 일본관에 들러 예약 표를 받으니 30분 후에 입장할 것을 준다. 그 사이 페루관과 싱가폴관을 돌아보고 일본관에 들어가니 20여 분 간 걸리는 관람시간이 빠듯하다. 입구에서 첫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집합장소로 향하니 일행들이 박람회장 출구에서 기다리다가 식당으로 가라고 일러준다. 5시에 출발하여 중간휴게소에서 저녁식사를 할 예정이었는데 고속도로가 막혀 지체가 예상되므로 이곳에서 저녁을 먹고 출발하기로 하였다는 집행부의 설명이다.
박람회장 안의 식당에서 저녁을 들고 주차장에 이르니 오후 6시, 광주로 가는 나와 아내는 이곳에서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28인석 우등버스에 30인이 타고 오느라 두 개의 보조의자를 덧붙였는데 서울 가는 길에는 그 불편을 덜 수 있어서 다행이다. 관광버스가 주차한 곳은 제1문 앞 주차장인데 광주로 가는 버스는 박람회장 정문 쪽에서 타게 되어 다시 박람회장으로 들어갔다가 정문으로 나가니 30분 후에 광주행 버스가 있다. 박람회장에 가는 가장 빠른 코스가 고속버스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곳에서 서울, 부산, 대전, 청주, 광주 등의 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여수는 35년 전에 전화국장으로 부임하여 2년 가까이 살던 곳,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30년 세월이 흘러 남해안의 한적한 항구도시가 세계를 무대로 2012 엑스포를 개최하는 큰 발전을 이루게 되어 더 반가운 마음이다. 여수 엑스포는 엑스포 161년 역사상 처음으로 인구 30만의 작은 도시가 이를 유치하고 바다 위에 엑스포장을 지어 주변경관까지 살린 자랑스런 큰 잔치다. 이번 우리 모임의 나들이코스를 세계최장의 방조제를 쌓아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새만금과 바다를 주제로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는 여수엑스포 탐방으로 잡은 집행부의 진취적인 선택에 찬사를 보낸다. 우리 모두 더 밝은 미래를 향하여 손잡고 나아가자.
첫댓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시는 군요, 잘~ 하셨습니다.
저희도 구경가려고 준비 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