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바람이 무척 차다. 푸근함 뒤에 찾아온 첫추위일까 아니면 해발 650여미터의 광덕고개의 높이 때문일까를 잠시 생각하며 별관 204호실의 현관문을 열고 바라본 둥글고 환한 보름달. 음력 9월보름이 이삼일여 지났슴에도 동쪽 회목봉 능선위로 잔잔히 산그림자를 누이며 산촌의 밤을 밝히고 테라스 구름다리위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니 별빛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 저멀리 화악산 정상은 빨간빛을 점멸하며 어둠 한가운데에 우뚝하고 옥수골농원 앞마당은 가을이 길게 탄식하듯 바람에 이리저리 나뒹구는 낙옆쓸림 소리만이 어느새 소리없이 다가선 초겨울을 느끼게 한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우리네 삶의 여정도 앞의 저 산릉과 같이 오르내림속에 그 무언가를 얻고자 발버둥 치는것은 아닌지... 산정을 향해 아니면 결국 저자거리로 스며드는 계곡을 향해서인지... 허연 입김 때문인지 정자옆에 선 나트륨등이 희뿌옇고 찬바람에 쫒기듯 방에 들어와 뜨끈한 생태찌개를 드니 술기운에 내몸도 자연스레 스르르 방한편 구석으로 자리를 잡는다. - 다음날 아침 운악산으로 가기 위해 광덕고개를 내려서며 얼핏 백운산 줄기의 한북정맥을 바라보니 고운 단풍빛이 막바지 절정을 치장하는듯 붉게 와닿는다. 잠시뒤 운주사 옆길로 하여 숲속으로 접어드니 아침이슬이 바짓가랑이에 스며들고 30여분뒤 무지개폭포 갈림길 위의 이름없는 암자에 도착,폭포 상단부를 바라보니 예전의 기억이 새롭다. 두어번의 휴식후 비로소 해발 900여미터의 주릉에 접어드니 등산로 중간중간에 겨울의 전령이라할 허연 서릿발이 고개를 빳빳히(?)들고 선 모습에 몇몇은 신기해하며 발걸음을 더디게한다. - 정오무렵 해발 936m의 정상에 도착하니 북서쪽으로 국망봉과 명지산 그리고 그너머로 화악산 정상부위가 아스라하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정상부위는 조금전과는 달리 인파가 넘쳐나고 약간의 간식후 곧장 서쪽 릿지로 하산하기 시작하여 밧줄이 설치된 위험구간등을 교행하니 시간이 더디 걸리기도 하였으나 왼쪽 길원목장 방면의 그윽하면서도 은은한 색감의 단풍빛을 보며 산중턱 아래쯤 도착하니 하늘이 어두어지며 한기를 느끼게한다. 궁예성터 입구를 지나 태고종 수도승 도량인 청학사(예전의 삼불암)에 들러 십수년전 겨울의 "삼불암 직폭"의 흔적을 살피며 약수를 드니 향불내음이 서서히 몸을 감싸는듯 하다. - 암자 안에서는 용맹정진중인 스님의 낭랑한 독경소리만이 쉼없이 계속되고... 잠시뒤 산어귀쯤에 도착하니 은빛 "으악새"가 초겨울 바람에 몸을 눕히며 괴성(?)을 지르며 잘가라며 손을 흔든다. -"으악,으악"-하며...
출처: 산맥회 원문보기 글쓴이: 독일병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