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직은) 새내기 교사 허아람이에요.
글로서는 인사가 처음이지요? 살짝 부끄럽기도 하네요.
맑은샘학교에 새로 교사가 되면
첫 자연 속 학교 하루생활글을 쓴다는 전통을 잘 이어가야 하는데,
이렇게 늦게 글을 써 올리게 되었네요.
잘 쓰려고 하다 보니, 잘 쓰기는 커녕 '늦게' 쓰게 되어 버렸어요.
그래도 본 대로, 들은 대로, 느낀 대로,
자연 속 학교에서의 이야기를 늦게나마 전해보려 합니다.
지난 추억을 다시 구경해보고 싶으시다면 한 번 지나가시며 읽어 주세요. ^^
제목: 잘 놀고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자.
날씨: 잔뜩 찡그리고 있던 과천의 하늘이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환해졌다. 천안 즈음 닿았을 때 잠깐 빗방울이 뚝뚝 떨어져 아이들이 울상이 되기도 했지만, 언제 그랬지 싶을 정도로 남도의 날씨는 맑았다. 몸으로도 따스함이 듬뿍 느껴질 정도로 온도 차이가 났다. 덕분에 햇살 반짝이는 바닷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아침 열기(1~4학년)-학교에서 출발-군산휴게소에서 점심, 놀이-진도 도착-방 나누고 짐 풀기-몸놀이, 축구-모둠 나누기, 안전규칙 이야기하기-저녁 식사 준비 및 휴식-저녁식사-마침회
와! 첫 자연 속 학교다!
‘누가 누가 가장 떨리나’ 대결을 하면 내가 1등을 할 수 있을 것 같이 자연 속 학교 떠나기 전날 짐을 쌀 때부터 내 마음은 콩닥콩닥거렸다. 솔직히 말해서 아이들과 잘 있다 올 수 있을까라는 걱정보다는, 오랜만에 여행을 떠난다는 설렘이 더 커서 잠도 잘 못 잤다.
여덟시 반, 학교에 도착해보니 자기 몸뚱이만 한 색색깔의 배낭을 메고 모인 아이들의 설렘과 기대로 학교가 분주하다. 5, 6학년과 4학년 여자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걱정과는 달리 조한별, 권진숙 선생님과 함께 버스를 타고 고속터미널에 잘 도착했단다. 남민주가 이야기해준다. 몸에 열이 나고 아파서 며칠 고생한 민주가 자연 속 학교에 가기 위해 열심히 쉬고 온 걸 보니 대견하고 다행스럽다. 더불어 몸이 아파 함께 가지 못하는 유민이, 우철이가 부디 중간에라도 내려와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소리지르며 뛰어다니며 신이 난 아이들과는 달리 부모님 얼굴엔 걱정이 가득하다. 사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일주일 넘게 여행을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좀 놀랐다. 초등학교 1학년 무렵, 어머니, 아버지가 저녁 모임만 나가셔도 오빠에게 안겨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는데... 대단한 맑은샘 아이들이다.
짧게 아침 열기를 끝내고 아버지들의 도움으로 짐을 실은 뒤 네 대의 차에 나눠 타고 진도를 향해 얼른 출발했다. 나는 상미 선생님이 운전하는 차에 1,2,3학년 여자 어린이들과 차를 탔다. 아이들 목소리와 얼굴에 설렘과 즐거움이 가득하다. 자연 속 학교는 처음인 나에게 한참 선배(?)인 아이들은 이것저것 자연 속 학교 도움말을 주기도 하고, 가장 즐거웠던 자연 속 학교를 꼽아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니 벌써 휴게소다. 군산휴게소에 내려 저마다 싸 온 도시락과 함께 우동을 시켜 나눠먹었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돌아다니며 여러 음식을 맛보니 정말 소풍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점심을 먹은 후, 휴게소 옆 소나무숲에서는 ‘솔방울 던지기’가 한창이다. 뿌리샘 남자 아이들이 솔방울 몇 개를 주워 서로 던지기 시작하더니 그게 재미있었는지 ‘싸움’을 선포한 것이다. 형들이 시작하니 동생들도 합세하여 판이 더 커졌다. 휴게소 소나무숲에서 이렇게 재미있게 놀 수 있을 줄이야... 그러나 싸움이 커지니 부상병도 속출했다. 형이 던진 솔방울에 얼굴을 맞았다며 이내 울음을 터뜨리는 윤태와 지환이를 송순옥 선생님이 달래며 아이들에게 ‘얼굴 아래로만 던져야 한다’는 규칙을 알려주셨다. 선생님이 억울함을 알아주니 윤태와 지환이도 이내 마음이 풀려 다시 용감히 나선다. 그 사이 여자 아이들은 손호준 선생님과 참참참, 디비디비딥, 가위바위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바탕 몸놀이 후 다시 차에 올랐다. 뛰어 놀았더니 피곤했는지 아이들은 하나둘씩 잠이 들었다. 나도 살짝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우왓! 바다다! 자는 아이들을 깨워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적신다. “바닷바람은 정말 시원해~” 아이들은 오랜만에 쐬는 바닷바람에 잔뜩 신이 난 모양이다. 줄곧 달려 잠집 근처에 도착하니 무거운 배낭을 매고 버스를 타고 온 높은샘 아이들이 속속 눈에 띈다.
우리가 머물 잠집은 폐교를 고쳐 만든 길은리 ‘푸르미체험관’이었는데 정말 시설이 깨끗하고 좋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고 구를 수 있는 운동장이 가장 좋다고 했다. 차에 실은 짐을 올려놓자마자 아이들과 몇몇 선생님들은 축구를 시작하고, 축구를 하지 않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산책을 하거나 해먹 놀이를 했다. 나는 지안(이), 지후, 서연, 단희와 함께 체험관에서 키우는 진돗개와 인사를 나누며 운동장을 돌았다. 진돗개들이 꼬리를 흔들며 왈왈 짖는다. 반가워하는 듯한데 지안이는 그게 무서웠는지 그만 울음이 나고 말았다. 그래도 진돗개는 좋은지 손을 잡아달라고 하며 진돗개 옆에서 떠나지를 못하는 모습이 귀엽다. 자연 속 학교를 떠날 때 쯤에는 진돗개를 꼭 한 번 쓰다듬어보고 싶단다.
몸놀이를 마무리하고 방에 들어가 짐을 풀고 모둠을 나누었다. 깊은샘과 누리샘이 이끔이가 되어 제비뽑기를 했는데 이게 웬걸! 지우와 정우, 희주와 민주가 같은 모둠이 된 것이다. 제비뽑기에서까지 끈끈한 정을 보여주는 엄남매, 남자매. 아이들도 신기해한다.
식사 준비부터 모든 일정을 함께할 모둠이 뽑히고, 곧 저녁식사 준비가 시작되었다. 식사 준비는 한 모둠과 한 선생님이 함께 준비한다고 하는데, 나는 주방 조수로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식사 준비에 함께 하기로 했다. 민주(서) 모둠(은후, 한주, 지율, 윤태)과 함께 준비했는데 민주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손끝활동이 타고 났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칼을 쓰는 솜씨가 여느 어른보다 나은 것 같다. 평소 같이 장난치며 놀 때는 마냥 아이 같았는데 요리할 때에는 사뭇 진지한 모습이었다. 민주 말고도 모두들 송순옥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착착 움직여 주었다. 특히, 은후, 지율이, 윤태는 1학년인데도 음식 하는 것도 좋아하고 할 일을 척척 해 냈다. 사실 식사 준비를 이렇게 척척 잘 하는 아이들은 처음 봐서 조금 놀랐다. 학교나 집에서도, 자연 속 학교에서도 줄곧 해 온 덕분일 것이다.
식사 준비가 끝나 갈 즈음 아이들이 내복 차림으로 내려온다. 내복을 입으니 학년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올망졸망 귀엽고 앙증맞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마무리를 끝낸 뒤 방에 올라와 지후, 서연이, 단희와 함께 하루생활글을 쓰고 하루생활글장에 ‘푸딩’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갑자기 성범이와 한주가 와서 깔깔콘서트를 한다고 다들 남자 방으로 모이란다. 오, 말로만 듣던 바로 그 깔깔콘서트를 드디어 보게 되었다. 깔깔콘서트는 생각보다 구성이 굉장히 탄탄했다. 10개가 넘는 꼭지가 있고 모든 꼭지의 대본을 직접 썼단다. 깔깔콘서트에 들이는 아이들의 노력과 열정이 무대에 보였고, 무엇보다 깔깔콘서트 마지막에 다함께 주제가를 부르면서 무대에 올라 춤출 수 있는 꼭지를 만든 것이 함께 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나도 같이 무대에 올라가서 깔깔콘서트를 외치며 춤췄다.
깔깔콘서트 후에 바로 마침회를 시작했다. 학교살이를 할 때와 같이 자연 속 학교에서도 아침열기와 마침회를 한다고 한다. 낮은샘, 높은샘 나누어서 오늘 되돌아보기를 하고, 이번 자연 속 학교에서 지켜야 할 안전규칙, 하고 싶은 것을 저마다 돌아가면서 이야기했다. 특히, 이번 자연 속 학교가 마지막인 깊은샘 다섯 아이들은 저마다 목표를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동생들 안 챙기기’가 나왔다. 아이들 말대로 이끔이로서 동생들을 돌보고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다섯 아이들이 마지막 추억을 잘 만들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찬가지로 마지막 자연 속 학교인 민지와 민규는 ‘밤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고 개를 무서워하는 본준이는 ‘진돗개 만지기’가 목표라고 한다. 돌아가며 자신의 목표를 이야기할 때 나도 목표를 정했다. 다른 욕심내지 말고 아프지 말고, 아이들이랑 선생님들이랑, ‘잘 놀고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자!’가 이번 내 목표다.
마침회가 끝난 뒤 잘 준비를 했다. 자연 속 학교가 익숙한 아이들은 저마다 침낭을 펴고 스스로 잘 준비를 한다. 시우와 은후는 아직 형들과 자는 것이 익숙치 않아 조한별 선생님과 나 사이에서 자기로 했다. 조한별 선생님이 준비한 동화를 들으며 아이들이 하나 둘 잠이 들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후, 선생님들끼리 모여 마침회를 했다. 더 살펴야 할 아이들이나 상황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자연 속 학교 일정을 꼼꼼히 다시 살폈다.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아이들과의 알차고 재미난 시간을 위해 애쓰는 선생님들을 보며 아까 세운 내 목표도 다시 한 번 다져본다. 잘 자고, 내일 또 재미나게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