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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그림자 드리운 의림지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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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
| 단양의 온달공원을 떠날 때쯤 다시 궂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길에 단양8경중에서 사인암 한 곳을 더 들러 가기로 했던 계획을 바꿔 곧장 제천으로 향했다.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이었다.
제천으로 가는 남한강변에는 때 이른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바람에 하늘거리는 풍경이 아름답다. 의림지는 난생 첫길이었다. 전북 김제의 벽골제, 경남 밀양의 수산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래된 저수지 중의 하나인 의림지는 꼭 가보고 싶었던 역사 유적 중의 하나였다.
이정표를 따라 제천 시가지를 통과하여 잠간 달리니 의림지다. 저수지 도로건너편에는 제법 넓은 주차장이 있었지만 주차차량이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저수지 바로 옆 도로를 따라 조금 더 올라가자 저수지 옆에도 넓은 주차장이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 아래의 저수지를 바라보니 낚시꾼 두 명이 우산을 펼쳐놓고 그 아래 앉아 낚시에 여념이 없다. 낚시가 잘 되느냐고 물으니 못 들은 척 한다. 어쩌면 이 저수지는 낚시금지구역일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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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호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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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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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림지 표지석과 주변 풍경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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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
| 건너편 정자가 보이는 곳으로 건너가는 나무다리에는 예쁜 꽃이 핀 화분들이 놓여 있고 다리 옆에서는 분수가 뿜어 오르고 있었다.
"어, 저쪽에 멋진 폭포도 있는데" 일행이 손짓하는 저수지 건너편 산 밑에서는 세 줄기 인공폭포가 힘차게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다리와 인공폭포 사이 호수 가운데에서도 역시 세 줄기 분수가 뿜어져 올라온다.
다리를 건너자 오른편에는 산 아래 골짜기로 통하는 수문이 보이고 그 건너에는 역시 몇 개의 화분을 안고 있는 정자가 서 있다. 그 사이 몇 방울씩 떨어지던 비가 그친다. 펼쳐들었던 우산을 접어들고 왼편 호숫가로 나섰다.
길가 넓은 마당에는 좀 낡아 보이지만 멋진 2층 정자 하나가 우리들을 반긴다. 경호루였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1948년에 세운 것으로 그리 오래된 건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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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밑 쉼터와 산책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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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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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림지 풍경 모음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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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
| 경호루에서 바라보는 의림지는 물결이 거의 일지 않는 잔잔한 호수다. 다리 안쪽 산 밑의 호수를 빼면 대체로 둥그레 한 모습인데 주변의 나무들은 대부분 수백 년씩 자란 노송들이다.
넓은 마당에서 호수 안쪽으로 쑥 파고 들어간 곳에도 양쪽으로 커다란 노송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 소나무들 아래에는 의자들을 비치하여 산책 나온 사람들이나 관광객들이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놓고 있었다.
조금 더 나아가자 나지막한 제방이다. 제방 아래는 역시 우거진 숲이고 제방 위에는 의림지라는 표지석이 우람하게 버티고 서 있다. 이 제방에도 커다란 노송들이 늘어선 가운데 가벼운 모양의 정자 하나가 물가에 서 있는 모습이 운치가 넘친다.
의림지는 삼한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라 진흥왕 때 악성이라고 불린 우륵(于勒)이 개울물을 막아 둑을 쌓았다고 전한다. 그 후 700년이 지난 뒤 이곳에 부임한 박의림(朴義林)이라는 현감이 보다 견고하게 새로 쌓은 것이라고도 한다. 의림지라는 저수지 이름도 이 박의림이라는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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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방변의 소나무와 정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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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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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문 아래 골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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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
| 충북 지방기념물 11호로 지정된 이 저수지는 만수면적이 13만 입방미터이며 깊이는 13미터라고 한다. 고대 삼한시대부터 있었던 저수지라 개보수가 불가피했는데 조선 세조 때 정인지가 체찰사가 되어 1500명의 병력을 동원하여 대대적인 공사를 하였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그 후에도 1910년과 1948년, 그리고 73년에 보수공사를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렀는데 농업용수가 넉넉지 못한 이 고장에서는 이 의림지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한다. 방죽 아래쪽 청정들의 농사는 전적으로 이 못물에 의존했다고 한다.
이 저수지는 둘레가 약 2㎞, 호수면 면적이 15만8677㎡로 그리 큰 저수지는 아니지만 보수공사 당시 수구를 옹기로 축조한 흔적이 발견되어 삼한시대 농업기술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저수지의 현재 용도는 수리시설 보다는 인근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유원지로서 그 명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 저수지에서 겨울철에 잡히는 공어(빙어)는 담백한 맛으로 각광받고 있는 명물이다. 또 순채는 임금의 수라상에 올라갈 만큼 유명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14년 의림지 보수공사 이후 멸종되어 지금 농업기술센터에서 복원코자 시험재배 중에 있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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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그림자가 물속에 드리운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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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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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어와 그네, 그리고 무쇠솥으로 쌓은 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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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
| 정자가 있는 제방에서 바라보는 의림지는 참으로 멋진 풍광이다. 날씨만 흐리지 않고 맑았다면 더 멋진 풍경이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 멀리 호수 가운데의 작은 섬도 그림 같은 풍경이다.
"저 물속의 소나무 그림자 좀 봐. 정말 멋지지 않아?"
제방 가에서 호수위로 비스듬하게 뻗어 자란 소나무 한 그루가 정말 아름다운 그림자를 물속에 드리우고 있었다.
"오호라. 경승이로고!"
일행 중 한 명이 짐짓 예스런 감탄사 한 마디로 분위기를 잡는다. 소나무와 호수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경치는 우중충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윽한 멋스러움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다시 오던 길을 되짚어 수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수문은 두꺼운 알루미늄 판으로 만든 것 같았다. 그런데 수문 아래쪽을 바라보니 굉장히 깊숙한 골짜기다. 그러고 보니 이 의림지는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이었다.
옛날 삼한시대에 이 골짜기 높은 위치에 보를 쌓아 저수지를 만들고 수문을 내어 그 아래 평지의 농사에 이용한 것이다. 옛 선인들의 지혜가 대단했었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위쪽으로 올라가니 왼쪽 산자락은 음식점과 놀이공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놀이공원 입구 물가에 세워 놓은 목어(나무를 물고기 모양으로 깎아 만든 것)들이 호수와 어울려 별스러운 모습이다. 숲 속에 매어 놓은 그네에서는 젊은 연인 한 쌍이 서로 등을 밀어주는 모습도 정다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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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와 정자가 보이는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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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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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림지를 둘러보고 나오려고 하자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자, 이제 그만 보고 가라는 신호인 것 같군, 점심이나 먹고 올라가자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목의 숲 속에 자리 잡은 한 음식점에서 오리백숙으로 늦은 점심을 먹는 동안 하늘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장대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이 글은 [오마이 뉴스] 이승철 기자의 글을 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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