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요양원 건물 공사비 마련에 어려움 겪는 '두엄자리'
|
▲ 두엄자리에는 병들고 거동이 불편한 무의탁 노인 9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시설장 김명화(오른쪽)씨가 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복잡한 골목길을 한참 헤맨 후에야 '두엄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서울 양천구 목3동 골목 구석에 있는 두엄자리는 봉사자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무의탁 노인들 보금자리다. 구청이나 본당 사회복지회 추천을 받은 60~90대 노인 9명이 현재 생활하고 있다. 대부분 중풍, 치매 등을 앓고 있어 몸이 성치 않다. 현재 스무 평 남짓한 공간에서 봉사자를 포함해 13명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23년간 낡은 이 집에서 노인들과 봉사자들이 부대끼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곳에서 생활하기가 힘들어졌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돼 이제 시설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노인요양시설로 운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구청에서 양해를 해 줘 시설을 운영해왔지만 이제는 요건에 맞게 새로 지어야 한다. 비단 장기요양보험제도 때문만은 아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이곳을 두드리는 무의탁 노인들이 늘어났지만 노인 9명이 생활하기에도 빠듯한 현재의 시설로는 새로운 노인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
20년 가까이 노인들을 돌보고 있는 시설장 김명화(로사리아)씨는 "두엄자리에 갈 수 없냐는 전화가 하루에도 열 통 넘게 걸려오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늘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새 요양원은 현 시설을 헐고 그 자리에 지을 예정이다. 요양원을 새로 지으면 20명이 넘는 노인이 함께 생활할 수 있다. 더 이상 건축을 미룰 수 없어 당장 다음 달부터 공사에 들어가야 하지만 공사비 마련은 아직 요원한 상태다. 시공은 건설업을 하는 가톨릭경제인회 회원이 맡기로 했다. 건설담당자 배려로 건축비는 계약금 없이 앞으로 후원금이 들어오면 갚아나가기로 해 한숨을 돌렸다. 이곳저곳에 후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4억 원에 가까운 건축비를 마련하는 것은 아직은 까마득하게 느껴질 뿐이다. 두엄자리에 살고 있는 노인들은 공사가 시작되면 당분간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한다. 한 번씩 버림받았던 아픈 경험이 있는 노인들은 행여나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할까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할머니는 취재 내내 기자의 손을 놓지 않고 "우리 이대로 살 수 있게 꼭 좀 도와 줘"라는 말을 반복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문경수(가타리나) 부장은 "가톨릭사회복지회에도 무의탁 노인들을 부탁하는 전화가 하루에도 20~30 통씩 걸려오지만 어쩔 수 없이 거절할 수밖에 없다"며 "교회에서 이 노인들을 돌볼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할 수 있도록 평화신문 독자들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성금계좌(예금주: 평화방송) 국민은행 004-25-0021-108 우리은행 454-000383-13-102 농협은행 001-01-306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