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현장을 난생 처음으로 봤다. 봉화 송이 축제장에서다. 휴일을 맞아 부모님과 봉화여행을 갔다가 그곳에 들렀다. 거기에서는 봉화 유명 특산품의 하나인 송이 직판장이 열리고 있었다. 먹음직스럽고 탐스러운 송이를 전시하고 판매했다. 축제 시작에 앞서서 직판장을 둘러 보았다. 적힌 가격을 보니 1 kg 작은 박스 하나에 20 만원, 30 만원이 보통이었다. 나는 송이 가격이 그렇게 비싼 줄 처음으로 알았다. 현장을 둘러보고 축제가 열리는 잔디 운동장 앞마당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믿을 수 있는 상급 품질의 송이를 경매로 판매하는 현장이었다. '송이버섯 공판가격'이라는 봉화산림조합의 공판가격이 큼지막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1 kg당 가격으로 1등급은 435,000원, 2등급 393,900원, 3등급(생장정지품) 310,000원, 3등급(개선품) 278,000원으로 상당한 고가였다.
사회자는 높은 경매 낙찰을 위해 분위기를 띄웠다. 아리따운 여성 도우미 2명을 동원하여 경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직접 송이를 구경시켰다. 송이 향을 맛게 하기도 했다. 먹음직스럽고 탐스럽고 잘 생겼다는 얘기를 여러 번 했다. 워낙 비싼 가격이었기에 한 번에 많은 양을 판매하지 않고 200 g~400 g정도만을 저울에 달아서 판매했다.
경매에 나온 송이는 1등급은 하나도 없고 3등급(개선품), 3등급(생장정지품), 2등급만 있었다. 1등급은 워낙 귀하고 비싸서 잘 가져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경매 시작은 가장 품질이 낮은 3등급(개선품)부터였다. 불과 200 g 정도였는데 초반부터 경매가 과열되기 시작했다. 누군가 3만원을 불렀다. 그러자 곧 이어 3만 5천원이 나왔고 4만원, 5만원, 6만원으로 호가가 올라갔다. 대충 6만원이면 팔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7만원이 나왔다. 사회자는 숫자 셋을 세어서 더 이상 호가가 나오지 않으면 낙찰되었다며 그 사람을 호명한다. 바로 그때 누군가 과감하게 '10만원!'을 외쳤다. 일순간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눈길이 갔다. 시가가 1 kg에 278,000 원이면 200 g이면 6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살 수 있는 송이였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그 사람은 10 만원을 불렀다. 당연히 그 이상 호가를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 사람은 단 번에 10 만원에 200 g에 불과한 3등급(개선품)송이를 받았다. 송이 대금은 카드와 외상이 안 되고 바로 현장 지급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10 만원을 주고 송이와 교환했다. 경매가 과열되다보니 너무 높은 호가에 송이를 사고 말았다. 이어지는 경매도 마찬가지였다. 갈수록 좋은 품질의 송이가 나오게 되니 경매가격이 치솟았다. 급기야 마지막에는 490 g 정도의 2등급 송이가 24 만 5천원에 팔렸다. 처음부터 누군가 세게 20 만원을 불렀다. 시가보다도 더 비싼 가격으로 첫 호가가 나왔다. 20 만원이면 아무도 나서지를 않을 줄 알았는데 21 만원, 22 만원, 23 만원까지 오르다가 24 만원 5 천원이 되어서야 낙찰을 받았다.
경매 현장을 직접 보고나니 경매는 사람의 경쟁심리를 많이 이용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500 g도 안되는 송이를 시장에서 선뜻 24만 5천원을 주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매 현장은 달랐다. 치열한 눈치보기와 경쟁심으로 송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시장가격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었다.
첫 경매 낙찰자는 나중에 자신이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송이를 샀다는 사실을 알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 송이 진짜 맞아? 내가 직접 올라가서 확인해야겠어. 사회자 돈 먹었어? 이거 아냐. 이러면 안되는 거야."
그는 분이 터졌는 지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연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도 심하게 떠들자 사회자는 경찰을 불러야겠다고 말하며 진행요원들에게 그를 진정시키라고 말했다.
경매 현장을 보며 혹 경매 참여자 중에 바람잡이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높은 가격에 송이가 판매되지 않을 것을 대비하여 호가를 올리는 듯한 인상이 어렴품이 들었다. 그날 가지고 나온 송이는 전부 다 판매되었다. 그것도 단 한 건도 시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된 것이 없었다. 송이 대금은 현장에서 현금으로만 지불되었으니 참으로 많이 남는 장사였다. 내눈으로 보기에 축제 현장에서 돈거래가 오고가는 경매가 열리는 모습은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어떤 이는 '이건 경매가 아니다. 지나치게 높은 호가를 부르는 데는 분명 문제가 있다' 며 얼마 앉아있다가 곧 자리를 떴다. 또 어떤 이는 송이를 낙찰 받은 후 또 다른 경매에서 또 낙찰을 받았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현금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지 의아스러웠다.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표정을 숨킨 후 경매 호가를 계속 올렸다. 처음 경매 하는 현장을 보니 새롭기는 했지만 지나친 과열은 경쟁심을 이용한 도박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경매는 두 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나는 단 한 번도 호가를 불러보지 않았지만 재미있었다. 송이를 놓고 조금씩 단가가 올라갈때마다 다음에는 또 누가 얼마를 제시할 지 기대가 되기도 했다. 가격이 올라가서 누군가 비싸게 살때마다 '왜 저 사람은 시중가보다도 훨씬 비싼 가격으로 송이를 사지?'라며 혼자서 되물어 보았다. 그것은 아마도 남에게 빼앗기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심리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가격이 비싸지만 자존심 싸움에서 지기 싫어하는 심리가 있기에 비싸도 사는 경향이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있을 때 무리수가 생긴다. 그래서 비싼 가격에 송이를 사고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