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 희귀병 앓는 아내 4년간 돌봐온 중국동포 엄창일씨
"5월 말이면 체류만료라니, 지금 출국하면 살길 막막 … 도와주세요 "

한국에 방문취업으로 나와 일을 10개월도 못되어 희귀병이 돋여 어려움을 겪는 중국동포 가정이 있다. 길림성 안도현에서 온 엄창일(53), 박명숙(49)씨 부부이다.
남편 엄창일씨는 중국에서 시멘트 공장에서 일해 월 1000위안 정도 소득이 있었지만 2005년 직장 폐쇄로 실업자가 된 상태였고, 딸은 대학에 다니고 있을 무렵인 2007년 방문취업제가 시행되면서 아내 박명숙씨는 법무부 첫 전산추첨에 당첨되어 기쁜 마음으로 2008년 1월경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
박명숙씨는 서울 개포동 김밥천국집과 수원 도시락집에서 일을 하다가 가족이 보고 싶어 2008년 12월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2009년 4월경 다시 한국에 와서 경기도 파주의 식당에서 일을 했다. 같은 해 5월 28일 식당손님이 붐비는 점심시간대에 박씨는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급히 일산백병원으로 급히 옮겨지게 되었다.
뇌내출혈 진단으로 일산백병원 신경외과에서 응급수술을 받게 되었고 2차 수술까지 받게 되었다. 처음 우려와는 달리 건강이 회복 되어 3개월 입원생활을 마치고 통원치료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박명숙씨의 병은 완치가 되지 않았고, 머리 통증은 계속 되었고 왼쪽 팔이 마비되고, 다리 통증도 가시지 않았다.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보살펴주는 사람이 있어야만 한다.
중국의 집까지 팔아 아내 수술비 대
박명숙씨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남편 엄창일씨 뿐이다. 2009년 5월말 아내가 쓰러져 병원 응급실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남편은 중국의 집을 팔아 400만원을 들고 한국에 들어왔다. 병원비를 대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G-1(특별체류) 자격을 부여받아 6개월씩 체류연장을 받으며 지금까지 아내를 돌보고 있다.
그런데 지난 1월경 서울출입국사무소 직원으로부터“G-1체류연장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5월 24일까지 체류연장을 부여받게 된 엄창일씨는 막막한 심정으로 외부의 도움을 청하였다.
“제 아내는 '모야모야병'이라고 하는 희귀병을 앓고 있습니다. 심장에서 뇌로 통하는 대동맥이 폐쇄되어 혈관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어 오른쪽 뇌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지요. 저는 아내를 돌보기 위해 집까지 팔아 한국에 왔습니다. 아내 치료를 위해서도 한국에 있어야 하고, 또 이대로 출국해 중국에 가면 저의 가정이 살길은 막막합니다. 도와주세요.”
G-1체류자격은 일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엄씨는 “2009년 9월 당시 아내가 일산백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을 때 병원측 후원 등으로 수술까지 받게 되었고, 병원비로 내었던 전재산 400만원 중 200만원을 되돌려받아 그 돈으로 가리봉동에서 자그마한 방을 마련해 살면서 통원치료를 받게 되었다”면서 “끝내 생계를 위해 일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되어 청소일을 하며 생계와 아내 치료비를 대고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엄창일씨는 그래도 일산백병원 등 한국사회의 온정에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2009년 당시 아내의 진료비는 일산
백병원 원내후원금(인당후원회)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과 행복나눔 재단
등 여러 단체의 도움을 받게 되어 걱정을 덜게 되었다. 그 보답으로 엄창일씨는 건강해진 부인을 보면서 “한국이… 일산백병원이 우리 가족을 살렸구나” 생각했고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감사의 마음을 담은 깃발을 선물로 주는 중국 관습이 생각나 직접 중국에 있는 지인에게 의뢰하여 만든 감사의 글을 새긴 사은기(謝恩旗)를 병원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 내용은 일산백병원 2009년 8월 24일자 소식난에 실려 있다.
엄창일씨가 지금 바라는 것은, 체류연장을 받아 아내를 계속해서 보살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도 좀 해서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이었다.
박명숙씨는 식당에서 일을 하던 중에 쓰러져 병원에 갔지만 희귀병으로 인해 병원생활을 하게 된 것이기 때문에 산재보험 대상자가 되지 못했다.
박명숙씨는 방안에서 주로 생활을 하다 남편을 의지해 병원에 가고 겨우 바깥출입을 하고 있다.
“남편이 고맙기만 하다”고 아내는 말한다.
취재=김경록 기자
@동포세계신문(友好网報) 제291호 2013년 4월 26일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