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맞이하며 계획했던 일들을 다시 되돌아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한 장 남은 달력 앞에 설레임과 숙연함이 교차합니다.
한 날 한 날 아버지의 역사는 이루어지고 있고, 생명을 허락하셨으니 참 의미를 남기는 삶이고 싶습니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룻기 하브루타를 통해 내 선택인 것 같았으나 그것까지도 주님의 역사로 바꿔주시는 하나님을 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엘리멜랙이 가족들을 이끌고 베들레헴을 떠나지 않았다면 예수님의 계보를 이루는 자들이 되었을까?
그의 상황은 처자식을 굶기고 싶지 않았던 극히 육적인 가장의 책임감에 따른 결정이었더라도 하나님은 그들을 보고 계셨습니다.
남편과 두 아들이 죽어 세 과부만 남은 처절한 상황, 하나님이 어디에 계시냐고 죽은 하나님이냐고 울부짖는 그 순간에도
주님은 침묵하셨던 것이 아니었음을 감사합니다. 엘리맬랙이 젊은 나이에 가족을 두고 죽었지만 그는 그 순간까지
주어진 사명을 감당한 것입니다. 늘 화려한 인생, 성공주의에 눈이 밝아져 밑바닥과 위를 나누는 내 간사함을 주님께서
아시고 여전히 성숙할 나를 기다리고 계심을 감사합니다.
내 놓을 것 없는 인생이라며 세상가치관으로 스스로를 낮추는 것은 불신앙임을 이 새벽에 깨닫게 하십니다.
권씨 집에 4대째 신앙을 전수하신 시외할머니의 삶이 얼마나 초라하고 보잘 것 없어서 더 은혜였음을 고백합니다.
청상과부가 되어 평생을 예수님 신랑삼고 사셨던 그분이 마지막 가시는 길에 천사가 동행한다며,
가장 깨끗한 모습으로 가셨던 날을 기억합니다.
예수님만이 최고였던 그 분의 인생수치는 세상에서 손가락질을 당했고, 할머니를 모시고 살 때, 외손부인 내게도
날마다 눈물 빼신 고집쟁이 권사님이셨지만, 가장 값진 삶이었음을 다시 깨닫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헤아려보니 감사하지 않을 이유가 일도 없습니다. 큰 교회를 이루지 못했어도 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어미의 심정을 키우셨고,
화려한 스팩이 아니어도 건강하게 잘 자란 아이들이 성장했고, 여전히 월세를 내는 거처지만 그 어디나 하늘나라임을
고백하는 쉼의 장소요, 강의를 하며 전 세계를 다니겠다는 허황된 꿈에서 벗어나, 부르신 곳은 그 어디라도 달려갈 수 있는
힘이 있어 감사요. 화려한 상담소는 아니어도, 상처 입은 이들을 매일 만나고 그들을 위로하고 세워 갈 수 있는 상담사로 일할 수 있는 오늘이 허락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하늘을 두루마리 삼아도 다 기록하지 못할 감사들이 주님과 동행함으로 이루어낸 역사입니다.
못하는 것을 하라고 억지로 강요하지 않으시고 늘 기다리고 손잡아 주셨던 주님이 나를 지금도 보고 계십니다.
주어진 여기 이 자리가 꽃자리요. 주님과 호흡하는 최고의 자리임을 고백하며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하브루타를 통해 룻기를 나누는 6주가 내게 또 얼마나 많은 보화를 캐내어 줄지 참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자식이 넷이나 되는데 허약해지신 친정 엄마를 모시고 살지 못하는 상황들이 죄송해서 마음이 무겁기만 한 요즘입니다.
그나마 설치해둔 CC카메라 덕분에 서울에 있는 언니오빠도, 나도 각자의 위치에서 집에서 잘 지내고 계시는 엄마의 모습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음이 감사합니다. 약해지셨지만 여전히 고운 엄마가 카메라 속에 담겨 있습니다.
발달된 정보화가 악의적으로 사용되지 않으면, 이렇게 좋은 효과를 줄 수도 있음이 또 감사합니다.
틈만 나면 엄마를 살펴봅니다. 유난히 주무시는 시간이 늘어나고, 늦잠이라고는 안 주무시던 엄마가 늦잠을 주무시는 모습도
마음이 쓰입니다. 그래도 오늘까지 엄마의 생명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국소망만 매일매일 키워 가시면 좋겠습니다. 시외할머니, 외할머니가 그러셨던 것처럼 천사가 날 동행한다며
웃으며 가실 수 있는 날을 꿈꾸며 미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