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범 인하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원은 8월 1일 신고리 1, 2호기가 들어설 부산시 기장군 효암리 일대가 최근 한국특산종으로 확인된 ‘고리도롱뇽’의 유일한 서식지라며 이 종에 대한 시급한 보호조처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울산핵발전소 반대대책위원회’는 다음날 신고리 원전 건설 예정지가 국제적 희귀 도롱뇽의 서식지로 확인되자 “정부는 원전 추가건설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예정대로 공사를 강행한다면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을 구성하는 귀중한 생물종이 멸종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 예정지 이전을 포함해 신고리 1, 2호기 건설사업을 전면 재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롱뇽이 화두가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을 내세워 ‘도롱뇽 소송’을 시작한 지율 스님(47·여·속명 조경숙)은 법정에서 환경학자들이 “천성산에서 도롱뇽을 한마리도 보지 못했다” 는 말에 경악에 가까운 실망을 했다. 환경학자들은 12곳의 계곡과 늪 39곳을 가지고 도롱뇽과 수달, 솔개 등 셀 수 없이 귀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천성산을 형편없는 4급지산으로 환경평가를 내렸다. 정부는 이 환경영향평가를 기반으로 고속철 터널을 뚫는 공사를 무리하게 추진했다. 이미 공사의 90%가 진척된 상황에서 스님은 “제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라도 한번 받게 공사를 중지해달라”고 외치고 있다.(경향신문 7월 22일자)
‘도롱뇽 소송’은 “자연물인 도롱뇽은 현행 민사소송법상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1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항소심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도롱뇽이 이렇게 빈번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뭘까. 모든 생물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도롱뇽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인간들의 삶과 전혀 무관한 생물이 아니다. 특히 이 양서류가 처한 상황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낯설지 않은 존재-
도롱뇽은 옛날 우리 조상들이 농사짓는데 아주 훌륭한 기상통보관 역할을 했다. 도롱뇽은 순대와 같은 알을 두 개 낳는다. 그 해 비가 많이 올 것 같으면 알을 돌이나 나뭇가지에 튼튼하게 붙여 낳고, 가뭄이 들 것 같으면 물 속에 낳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조상들은 도롱뇽 알이 바위나 나무에 붙어 있으면 큰 장마를 대비해서 논둑을 튼튼히 하고 물속에 알이 있으면 가뭄에 대비해서 물막이 공사를 했다고 한다.
도롱뇽은 인간과도 매우 유사한 습성을 가진 동물이다. 영장류는 특별한 훈련없이도 어느 것이 큰 수인지 고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아기는 과자로, 원숭이는 사과조각으로 실험을 해보면 십중팔구 더 많이 든 그릇을 고른다. 도롱뇽 또한 먹이인 파리가 두 개 들어간 통과 세 개 들어간 통을 주면 예외 없이 세 개가 있는 통을 고른다.
한편 ‘네이쳐’ 온라인 최근호에 따르면 미국의 한 생태연구팀이 도롱뇽(붉은등 도롱뇽) 암컷이 바람 피우는 수컷에게 질투를 하고 공격을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실험을 관찰한 교수는 “마치 바람 피운 남편에게 몽둥이를 휘두르는 부인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인간에게 친밀감을 느끼게끔 하는 도롱뇽의 이 같은 습성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도롱뇽은 서식지가 깨끗하고 습기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다른 보살핌은 필요하지 않는 생물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환경과 직결된 사안에 도롱뇽의 유무는 민감하게 작용해 왔다.
-개발보다 환경이 우선-
원전 착공지에서 발견된 ‘고리도롱뇽’이 멸종위기에 놓여져 있음에 민감해져야 한다. 그들은 황폐해져 가는 지구상에서 점점 고립되어 가고 있으며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도 그들과 유사한 환경에 처해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도롱뇽이 살 수 없는 곳이라면 인간 또한 살아갈 수 없음을 말해준다.
습지와 같이 중요한 서식처를 충분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로 환경조사를 한다면 우수한 생태계를 훼손시키는 행위다.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습지보전법’을 채택하는 등 개발보다 환경보호를 우선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도롱뇽이나 가재와 같은 생물은 산 계곡 과 그 주변에 방치된 농지에 형성된 산림 습지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런 지역은 지도상에서는 농지로 나타나 있어 정밀 현지조사를 하지 않는 경우, 보전지역에서 제외되기 마련이다. 눈을 크게 떠야 하며 멀리 봐야 한다.
인간은 생명 공동체의 한 구성원일 뿐이다. 자연물에게도 똑같은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자연 속에서 살아갈 동반자로 생각한다면 도롱뇽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사이클을 이루는 동식물을 무시할 수 없다.
원전 착공을 얼마 남기지 않고 카메라에 잡힌 작은 ‘고리도롱뇽’새끼의 몸짓은 ‘살고싶다’는 몸부림이자 인간에게 던지는 경고 메시지인 것이다.
지율스님의 다음과 같은 말이 뜨겁게 와 닿는 한여름이다.
“누군가 인간이 있는 세상이 인간이 없는 세상보다 더 아름다워야 한다고 했지만 인간의 발길이 닿는 모든 땅은 병들어 가고 수 많은 생명들이 인간의 간섭으로 멸종의 길을 걷고 있다. 지구상에 하루의 한 종의 생물이 멸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그 맨 마지막에 남은 종이 인간이라는 보장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