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시에 나선 최상위권들은 상당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수능 언수외 만점자가 급증하면서 상위권간 변별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경영, 경제, 정경대학 등의 인기학과는 언수외 만점으로도 안심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수시의 변수도 존재한다. 이미 최상위권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시모집을 통해 SKY문턱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늘어난 수시선발로 정시에서 수능을 통한 상위 1%의 경쟁은 다소 위축될 전망이다. 중상위권 학생들의 움직임도 변수다. 예년의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합격선 학생들이 최상위권이 빠진 서울연고대 일부 학과를 비집고 들어올 가능성 때문이다. 오히려 서울 중위권 대학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이 전망을 내놓고 있다.
SKY는 인문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최종 목표지점이다. 나군에서 서울대, 가군에서 연·고대 중 하나를 택해 지원하는 수험생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인문계열 최상위권은 서울대를 준비하면서 연·고대는 서울대의 보험격으로 대응하기 쉽다. 대신 SKY 자연계열은 여유가 있는 편. 자연계열의 최상위권은 이미 SKY가 아니라 ‘의·치·한’이기 때문이다. 자연계열은 의치한을 채우고 나서 서울대와 함께 KAIST, 포스텍 등의 이공계 특성화대학으로 진입을 시도한다. 이공계 특성화대학과 수능 최저 등급이 없는 서울대 수시로 영재학교 과학고 출신들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정시의 SKY 자연계열은 2라운드의 성격이 짙다.
눈치보지 말고 적정지원 필요
올해 정시모집에서 최상위권은 적정지원이 필수적이다. 치열한 눈치경쟁 탓에 안정지원할 경우 오히려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1차 합격선이 최고학부인 경영대보다 높았고 연세대 신학계열이나 고려대 보건행정학과도 같은 대학의 경영대보다 높아지는 이변이 속출했다. 지난해 가군에서 연세대 경영으로 상향지원하고 나군에서 한양대 사회과학부에 안정지원한 수험생이 연세대에 합격한 사례도 있다. 한양대 나군에 하향지원한 수험생이 대거 몰려 합격선이 수직상승하고 반대로 몸을 사린 다른 지원자들 덕분에 가군 연세대는 한산했던 까닭이다.
올해도 지난해의 유사한 학과역전 현상을 배제하기 힘들 전망이다. 언수외 만점자가 대거 등장하고 쉬운 수능으로 최상위권 급간 차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언수외 만점자의 경우 인문계는 지난해 146명에서 288명으로 142명이 증가했고, 자연계는 25명에서 104명으로 79명 증가했다. 올해 언수외탐 전과목 만점자는 6명이다.
추가합격 가능성도 적정지원의 이유로 한몫 한다. 서울대 비인기학과와 연·고대 경영·정경대학에 동시합격한 학생들이 연·고대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연·고대에 중복합격한 인원들이 빠져나갈 경우 서울대 합격 컷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추가합격통보를 받을 수 있다.
한 입시관계자는 “예전에는 서울대 비인기학과 정원까지 채우고 난 후 연·고대 경영대부터 머릿수를 채우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서울대 비인기학과보다는 연·고대 인기학과로 쏠리는 경향이 강하다. 서울대에서 연·고대로 중복합격해 서울대 합격을 포기하는 학생들의 빈 자리를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중복합격하는 경우가 많다. 인문계 학생들의 경우 가군에서는 연세대나 고려대, 나군에서 서울대, 다군에서는 교차지원이 가능한 의학계열에 지원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합격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과감한 지원을 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상위권 경쟁, 다소 여유 있어
올해 SKY 경쟁률은 다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SKY 정시모집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2144명. 서울대 634명, 연세대 1074명, 고려대 1036명이다. 표면상으로 정시의 문호는 좁아 보이지만 수시를 통해 SKY에 지원했다가 합격한 학생들은 정시 응시에서 배제된다.
올해 서울대는 이미 수시에서 지역균형선발로 내신 전교 1, 2등을 뽑아가고 일반전형 우선선발로 내신 모의고사 자소서 비교과활동 등을 망라해 전공적합성이 뚜렷한 학생을 선점했다. 일반전형에서도 지적 모험심과 실력 있는 학생들을 추려냈다. 올해 수시로 선발된 인원은 전체 정원의 80%다. 수시모집으로 정원의 64%를 선발했던 지난해와는 다른 양상이다. 전년보다는 경쟁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연계열 경쟁률이 감소할 전망이다. 자연계열의 최상위권인 과학고 영재학교 출신 수험생들의 움직임 때문이다. 통상 수능을 치르지 않는 과학고 영재학교 출신은 올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서울대 수시 모집을 통해 상당부분 흡수된 상황. 게다가 자연계 최상위권들이 의치한으로 몰리는 통상적 움직임을 감안하면 SKY의 자연계열은 한산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SKY 정시모집 경쟁률은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서울대가 2014학년 입시에서 수시모집을 83%까지 늘리고 수시에서 문·이과 모두 수능 최저등급 없이 서류와 대학별고사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게다가 정시에서는 학생부 반영비율을 올해 40%에서 10%로 축소한다. 내신에 불리한 특목고·자율고 학생에 대한 문호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다.
서울대가 발표한 전형안에 따라 연·고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년 입시전형안 발표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다. 12월1일 기준으로 2014학년 입시안을 발표한 대학은 서울대와 서울시립대 두 곳뿐이다. 전문가들은 서울대의 내년 수시 움직임에 연·고대가 동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연·고대는 수시로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방침을 내놓을 전망이다. 내년 서울연고대 수시모집은 더욱 확대되고 정시의 문호는 줄어들 듯 보인다. 정시 선발인원은 줄어들겠지만 올해와 마찬가지로 최상위권 대부분은 수시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경쟁률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서울대 정시 논·구술, 재수생 유리
SKY 지원자는 서울대를 겨냥해 논구술 준비에 힘을 실어야 한다. 서울대 정시모집은 1단계에서 수능 100%로 2배수를 걸러낸 후 2단계에서 학생부 수능 논구술로 최종당락을 가른다. 2단계에서는 이미 일정 수준의 수능 우수자들이 남았기 때문에 변별력은 대학별고사에서 갈린다. 학생부 성적이 논구술과 동일한 반영비율을 보이지만 1~5등급의 급간 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Y 지원자들은 일반적으로 나군에서 서울대, 가군에서 연·고대 중 1개 학교를 선택한다. 연·고대 지원자는 서울대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수능만으로는 승부를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정시가 논구술이 관건이라는 점에서 재수생들에게 유리하다. 특히 이미 전공수업을 한 학기 수강해 본 반수생들은 논구술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논술은 나잇살이라는 얘기가 나올만큼 재학생과 재수생 간의 격차가 크다. 여기에 얼마나 준비했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지난해 실패를 한 번 경험하고 대학과정을 맛본 반수생이나 상당기간 구술을 염두에 둔 재수생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대 정시가 논구술로 당락을 결정짓기 때문에 준비가 철저한 재수생들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문계 최상위권 피라미드의 가장 윗선은 서울대를 노리는 반수생이라고 본다. 다음 ‘강대’로 불리는 최상위권 재수생, 기숙학원의 일부 상위권 학생, 다음 그룹에 전국단위자율고와 외고 국제고의 재학생들이 포진한다. 이미 입시를 한 번 치른 재수생들에 비해 내신 수능 그리고 논구술을 동시에 함께 준비하느라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재학생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재학생들은 반수생을 포함한 재수생을 염두에 두고 대학별고사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고대는 수능반영비율에 따라 당락이 갈린다. 수능과 내신으로만 평가를 실시한다. 올해는 특히 탐구영역이 관건이다. 연·고대는 언수외에서 표준점수를 활용하고 반영비율 역시 비슷하기 때문에 백분위를 활용하는 탐구영역이 변수다. 예로 윤리의 경우 만점자 비율이 3.15%나 되는 반면 경제지리는 0.15%에 불과할 정도로 난도 차이를 보인다. 만점을 맞아도 표준점수로 환산하면 사회탐구는 최대 8점, 과학탐구는 최대 12점까지 차이가 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분석팀장은 “최상위권의 경우 적은 점수 차이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SKY 예상 합격 컷 (단위: 점)
대학 |
학과 |
이투스청솔 |
종로학원 |
진학사 |
하늘교육 |
서울대 |
경영대 |
549 |
548 |
551 |
552 |
자유전공 |
547 |
545 |
550 |
545 |
사회과학 |
548 |
547 |
548 |
551 |
연세대 |
경영계열 |
547 |
546 |
549 |
549 |
자유전공 |
542 |
543 |
546 |
544 |
고려대 |
경영대 |
546 |
545 |
549 |
545 |
정경대 |
544 |
544 |
545 |
544 |
자유전공 |
541 |
543 |
546 |
544 |
*자료=각 대학 / *언수외탐구2과목 합산 표준점수
SKY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 (단위: %) *자료=서울진학지도협의회
구 분 |
모집단위 |
언 어 |
수리 |
외국어 |
사탐 |
과탐 |
제2외국어 |
(계열) |
가형 |
나형 |
/한문 |
서울대 |
인문 |
23.5 |
|
29.4 |
23.5 |
17.6 |
|
5.8 |
자연 |
25 |
31.25 |
|
25 |
|
18.75 |
|
연세대 |
인문 |
28.6 |
|
28.6 |
28.6 |
1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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