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국내 물류업체 100개사를 대상으로 표본 진행한 국내 물류서비스시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물류시장의 다단계 위탁구조가 32.3%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단계 위탁구조로 발생하는 재위탁 물량과 운송은 운수업체들 간의 매출은 있어도 부가가치를 발생시키지 않아 물류시장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다단계 위탁구조의 돌파구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화물정보망이다. 하지만 현재 화물정보망을 운영하고 있는 종합물류기업이나 우수화물정보망은 자사와 관련된 정보만을 취급하고 있다. 또한 화물운송가맹사업자가 운영하는 화물정보망은 정보망 내에서 주선업체들끼리 화물이나 차량정보를 주고받아 직거래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따라서 현재 잉여 화물정보와 화물차량정보를 직거래로 유도할 수 있는 화물정보망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신속한 화물차량 공급 어려워 정보망 이용 감소
이처럼 폐쇄적인 화물정보망 운영으로 화물콜센터와 차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다. 특히 가장 힘이 없는 것은 차주들이다.
일반적으로 화주의 차량 투입 요구에 응하는 화물주선업체들은 신속한 배차를 위해 주선업체들에 소속돼 상주하고 있는 화물차량들을 우선 배차한다. 하지만 화주의 차량 투입요구에 신속히 투입할 화물차량이 소진돼 없을 경우, 화물주선업체들은 화물운송가맹사업자들의 화물정보망이나 KT파워텔 산하 화물정보센터들에 소속돼 있는 TRS 화물차량 가운데 신속히 응대할 수 있는 화물차량을 찾게 된다.
화주는 보통 화물차량이 15분에서 30분 이내에 투입해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화물운송가맹사업자들의 화물정보망은 아직까지 그처럼 신속한 화물차량 공급이 어렵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08년 운송·주선업체 조사 보고서 통계에 따르면 화물운송가맹사업자의 화물정보망으로 화물을 취득한다는 화물주선사업자는 1.7% 밖에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화물주선업체들이 KT파워텔 산하 전국 40여개 화물정보센터에서 화물차량을 찾고 있다. 이들 센터에는 약 8만 여대의 화물 차량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화물주선업체들의 배차요구에 실시간 응대 중이다.
보급률 최고지만 운영은 불합리… 차주들만 피해 커
화물운송시장의 KT파워텔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지난 3월 기준, KT파워텔은 34만 2,808명의 TRS 가입자를 갖고 있는 국채 최대 공용주파수통신 사업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KT파워텔에 대한 화물콜센터와 차주들의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
KT파워텔 산하 40여개 화물정보센터에 가입돼 있는 차주들은 필요한 화물정보를 얻기 위해 각각의 화물정보센터에서 보급하는 TRS 단말기를 구매해야만 한다. 화물정보센터들끼리도 차주들을 모집하는 경쟁구도가 형성돼 있어 잉여 화물정보라 해도 서로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차주들은 어쩔 수 없이 다양한 화물정보를 얻기 위해 두세 개 화물정보센터에 중복으로 가입하고 정기적 회비 납부는 물론, 추가로 TRS 단말기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규모가 작은 화물정보센터의 경우 가입돼 있는 70~80%의 차주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TRS 단말기를 두 대 이상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적으로 운영할 만한 화물오더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KT파워텔은 한 플릿 안에 복수의 그룹 방을 운영하도록 하는 한편, 한 그룹 방을 형성할 때 운영인원을 최소 300명으로 규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화물정보센터 중 이 운영인원이 100명도 안 되는 곳이 많다. 즉, 자체적으로 만든 규정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소 기준인 300명만 지켜도 TRS 단말기를 중복으로 구매하는 차주들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결국 이는 KT파워텔이 그간 단말기 보급에만 급급해 화물정보센터들의 규모와 전문성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TRS 타깃 스마트폰용 화물정보시스템 개발 증가
한편 그간의 폐쇄적 화물정보망을 타파하고자 최근 스마트폰용 화물정보망시스템 개발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초의 스마트폰용 화물정보시스템은 지난 4월 출시된 아이폰 전용 ‘화물나르미’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업체는 5월 안드로이드 기반의 갤럭시S에 이어 7월 중순 윈도우 기반의 옴니아 2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을 완료하고 시험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모든 모바일 운영체제에서 화물정보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그간 TRS의 구조적 한계인 단 방향 통신으로 인한 트레픽 문제를 단번에 해결함은 물론, TRS에서는 불가능한 위치기반에서의 화물조회, 배차요청, 배차내역 저장 등 거래이력 조회가 가능해 화물운송시장에서의 EDI 구현을 앞당기고 있다.
화물나르미와 함께 지난 달 또 다른 아이폰 전용 화물정보시스템인 ‘물류인’이 차주들을 상대로 상용화에 들어갔다. 이 시스템 개발 업체는 물류인 메인버전을 애플의 아이튠즈에 정식 등록하고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화물나르미는 사용자가 자신의 아이폰에 다운로드할 경우 그 비용을 KT로부터 받고 있지만, 물류인은 아이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또한 아이폰에 TTS 모듈을 탑재해 TRS 방식의 음성 화물정보 청취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 업체는 조만간 아이폰에 이어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시스템 이용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최근 운송비 선 결재시스템을 포함한 화물정보물류시스템을 개발한 한국TMS주식회사도 현재 삼성 갤럭시K 출시에 발 맞춰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기반의 화물정보시스템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한편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모두 KT파워텔의 TRS를 주 타깃으로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물론 가장 큰 근본적 이유는 화물정보망 내의 다단계 척결이다. 화물나르미는 잉여화물 공유를 전제로 설계돼 차주들이 소속에 관계없이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물류인은 화물주선업체가 화물정보망을 이용할 경우 화물등록을 통한 주선만 가능하고, 화주가 이용할 경우 공차등록을 통한 화물정보 수집만 가능하도록 돼 있다. 물류인의 경우 국내 굴지의 통신사와 물류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90%를 상회하는 국내 영에 화물 차주들에게 통신단말기 공급에 있어 실질적 도움을 주지 않으면 어느 업체와도 협력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KT파워텔 역시 안드로이드 기반의 TRS 겸용 모바일 운영체제를 개발, TRS망에서 3G망으로 화물정보망이 옮겨가고 있는 현 상황과 관련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활성화는 두고 볼 일… 결국 실 사용자 먼저 고려돼야
최근 TRS 화물정보센터들은 차주들에게 아이폰 전용 화물정보시스템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단말기 공급에 있어 실질적 도움을 주지 않으면 어느 업체와도 협력하지 않겠다는 물류인 개발 업체의 얘기처럼 그 스마트폰을 누가 보급해줄 수 있느냐가 문제다. 아무리 시스템을 무료로 공급한다 해도 단말기 값과 통신료는 결국 실 사용자의 몫이다.
게다가 실 사용자 측면에서 스마트폰 화물정보시스템 사용이 과연 용이할지도 지켜봐야 될 상황이다. 지난 달 한 화물정보센터에서 차주들이 참석한 가운데 화물나르미에 대한 교육이 진행된 바 있다. 하지만 40~50대 이상의 차주들에게 있어 스마트폰용 화물정보시스템을 설명하는 데는 다수 무리가 있었다는 것이 후문이다.
지난 해 말 택배업계에서도 경쟁적으로 스마트폰을 도입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결국 1년도 채 안 돼 도입을 포기, 혹은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아직 산업 내 적용이 가시화되지 않는 스마트폰을 도입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한 점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실 사용자의 입장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화물정보망의 스마트폰 도입도 이와 비슷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물론 다단계 근절이라는 업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현재 이 스마트폰용 화물정보시스템으로 모아지고 있다는 점에는 차이가 있지만, 과연 실 사용자인 차주 입장에서 이 시스템이 투자 대비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요구된다.
물론 가장 큰 쟁점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하느냐, 마느냐에 있다. 2009년 1월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김기현 외 11인이 입법 제의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아직도 국회 계류 중에 있기 때문이다. 운송시장의 왜곡구조 개선이라는 정부 주장에도 불구하고 운송시장 각 주체들은 강력한 반발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에 있을 정기국회가 관건이다. 하지만 인증화물정보망이 꼭 통과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의 폐쇄적 화물정보망을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스마트폰 화물정보시스템이 활성화된다면 그때 상황은 또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