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경쟁 촉진방안’ 발표…‘생산자·출하자 협의회’ 개최
시장도매인제 도입 등 재확인 도매법인 “경매 위축 우려”
중도매인 증원 주장에는 “규모화 유도가 적절” 대답
하차거래 전환 계속 추진 포장재값 부담 등 지적엔 “재활용 포장재 등 검토 중”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고 상장예외품목도 확대하겠다는 뜻을 다시금 강조하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가락시장 내 도매법인 4곳을 위탁수수료 등의 담합혐의로 제재한 뒤 나온 첫번째 공식 입장이다.
공정위는 지난 8일 언론 브리핑에서 “도매법인들간 경쟁 유도와 함께 투명하고 공정한 사업영위가 필요하다”며 “관련 제도의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도매인제 도입, 상장예외품목 확대 의지 피력=공사는 20일 가락몰 업무동 대회의실에서 ‘2018년 제1차 생산자·출하자 협의회’를 열고 청과부류 도매법인 4곳의 담합행위와 관련한 경쟁 촉진방안을 보고했다(사진). 시장도매인제 도입과 상장예외품목 확대로 도매법인 말고도 출하자의 선택지를 늘리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더불어 가락시장 도매권역의 시설현대화 사업에서 설계단계부터 시장도매인 점포를 반영할 의지도 내비쳤다.
박현출 공사 사장은 “공정위 제재로 생긴 출하자의 가락시장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겠다”며 “현실적인 대안은 출하 선택권을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의회 참석자들은 이같은 공사의 설명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전영남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은 “도매법인들이 매년 수십억원씩 돈을 벌면서도 경쟁을 안해 생긴 문제”라며 “시장도매인제를 빨리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사 역시 가락시장에서 법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백현길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장은 “시장도매인제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경매가 위축되면 혹시라도 피해를 볼까 봐 일부 출하자들은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출 사장은 “출하자가 경매와 시장도매인 중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정산회사에서 상장예외품목의 대금정산과 가격정보를 공개하고 있어 출하자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공사가 내세운 두가지 방안 모두 이해관계자마다 입장차가 뚜렷해 앞으로 추진과정에서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도매법인 쪽에서 거센 반발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공정위는 도매법인간 경쟁이 필요하다고 했을 뿐”이라며 “공사가 공정위 제재를 핑계로 경매를 위축시킬 수 있는 시장도매인제까지 밀어붙여선 안된다”고 맞받았다.
◆경매 활성화 대책도 시각차=협의회에서는 경매 활성화 역시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졌다. 우선 공사가 도매법인간 경쟁만큼이나 중도매인간 경쟁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백현길 회장은 “끝내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려면 동시에 중도매인수도 늘리는 게 옳다”고 말했다.
반면 공사는 중도매인수를 늘리기보다 규모화를 유도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래야 농산물의 분산 능력도 늘어난다는 근거에서다. 더불어 경매 활성화에 필요한 중도매인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전문가와 논의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중도매인들이 도매법인을 넘나들며 경매에 참여케 하고, 매매참가인도 더 적극적으로 유치해 경락가를 높여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박철선 충북원예농협 조합장은 “이미 중도매인의 법인 소속제가 폐지됐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며 “경매가 활성화하려면 공사가 이 부분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송식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장도 “매매참가인이 활성화돼야 경매도 더 잘될 것”이라며 “대량 수요처를 가락시장에 들여오도록 여건을 만들어달라”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김성수 공사 유통이사는 “중도매인들의 잘못된 관행이 깨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매매참가인수를 늘리고 그들이 중도매인과 경쟁할 수 있도록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차거래 전환은 예정대로 추진=공사는 가락시장의 하차거래 전환 추진경과도 협의회의 보고안건으로 올렸다. 총각무·무·양파는 하차거래 전환이 마무리됐고, 쪽파·양배추·대파·배추 역시 예정된 일정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포장재값 부담과 팰릿 등 하차거래에 필요한 물류기기 비용을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유영환 대관령원예농협 조합장은 “하차거래 전환의 가장 큰 문제는 포장재값”이라며 “플라스틱 상자 등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를 이용할 수는 없는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백현길 회장은 “물류기기 회사 사이에도 경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팰릿 분실을 이유로 물류기기 회사가 하차거래 전환에 불참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공사는 총각무의 경우 하절기용 플라스틱 상자를 개발해 시범사업이 이미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종이상자와 달리 농산물의 신선도 유지를 위한 물뿌림이나 세척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 마련 역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성수 유통이사는 “포장재는 어떤 방식이 더 나은지 계속 검토 중”이라며 “최근 가락시장에 새로운 물류기기 업체를 유치해 가격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