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폭염·산불…역대급 지구촌 기상이변
미국 동부·인도 등 물난리 고통
남유럽·中 북동부 40도 넘는 폭염
캐나다선 사상 최악 산불 발생
"지구 온난화에 엘니뇨까지 겹쳐"
美서만 올해 120억弗 피해
올여름 세계 각국이 동시다발적인 폭우·폭염·산불 피해를 겪고 있다. 미국 동부는 사상 최악의 폭우로 물난리를 겪는가 하면 서부는 펄펄 끓는 더위에 비상이 걸렸다. 그리스는 폭염으로 관광지 문을 닫았고 인도에서는 몬순(우기) 폭우로 수백 명이 사망했다. 모두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진단이다.폭염에 아크로폴리스 낮 관광도 중단16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올 들어 폭염, 가뭄, 산불, 홍수, 토네이도 등 기후 재해로 인한 미국의 피해액은 120억달러(약 15조2700억원)에 달한다. 7개월 만에 지난해 피해액(180억달러)의 3분의 2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각종 기후 지표도 경신되고 있다. NOAA는 지난달이 174년 기관 역사상 가장 더운 6월이었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해빙(海氷)량도 남극 빙하가 녹으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속 119㎞ 이상의 열대성 저기압은 9개 발생했는데, 지속 시간과 강도가 1991년부터 2020년까지 같은 달 평균값의 두 배에 달했다. 폴 울리히 UC데이비스 교수는 “올해는 기상 이변 횟수에서 거의 확실하게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에는 폭우와 폭염이 동시에 찾아왔다. 미국 버몬트주에서는 지난 10일 하루 강우량 약 230㎜의 폭우가 발생해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2011년 40명이 숨진 허리케인 아이린 이후 가장 많은 강우량이다. 민간 기상예보업체 아큐웨더는 폭우로 인한 미국 동북부의 경제 피해를 최대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로 추산했다.
미국 남서부는 1주일 넘게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상공에 강한 고기압이 버티면서 고온의 공기 덩어리를 가두는 ‘열돔(heat dome)’ 현상 때문이다. 애리조나주의 낮 최고기온은 10일 넘게 섭씨 43도를 넘겼고 30일 이상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남부 유럽도 살인적인 무더위를 겪고 있다. 이탈리아는 16개 도시에 폭염경보를 내렸다. 유럽우주국(ESA)은 시칠리아, 사르데냐 등 일부 섬은 기온이 48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스는 14일부터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낮 시간 관광을 금지했다. 그늘이 없는 아크로폴리스에서 열사병 환자가 속출한 데 따른 조치다.
캐나다에서는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해 현재까지 10만㎢가 넘는 삼림이 소실됐다. 기존 기록인 1989년 산불(7만3000㎢)을 넘어섰다.
인도에서는 지난달부터 시작된 몬순 폭우로 현재까지 642명이 사망했다고 16일 인도 기상청이 밝혔다. 이는 작년 동기에 비하면 약 32% 적은 수치다. 비 피해가 인도 북부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에 엘니뇨까지 덮쳐과학자들은 기후 재난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울리히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표면 근처에 더 많은 열이 갇혔고, 기온이 상승해 공기 중 수분이 많아지고 지표면은 더 건조해졌다”고 설명했다.
엘니뇨 현상도 지구를 더 덥게 만든 원인으로 지목된다. 엘니뇨는 태평양 적도 부근에 부는 무역풍이 약해지면 뜨거운 바닷물이 동태평양에 머물게 되는 자연 현상을 말한다. 반대 현상인 라니냐와 짝을 이뤄 2~7년마다 번갈아 일어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세계 기온이 0.2도가량 올라간다. 마이클 만 펜실베이니아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인위적인 기후 변화와 엘니뇨의 조합으로 극한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 한국경제 김인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