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력을 평가하는데 가장 우선 순위에 위치하는 것이 바로 외교이다. 외교는 나라의 모든 역량이 모여진 총체적 힘의 집합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국방력과 경제력 ,문화 예술 부분이 총망라된 결정체가 바로 외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각 나라들의 장관중 외교장관이 가장 윗자리에 오른다. 각국이 예외없이 그런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외교장관이라는 이름 대신에 국무장관이라고 부른다. 세계 경찰 역할을 하고 있고 세계 외교의 중심이자 세계 외교를 쥐락펴락하니 마치 외교가 국내 문제처럼 인식되는 모양이다. 한편으로는 오만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외교를 절대시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나라의 국력을 알기위해서는 그 나라의 외교를 보라는 말이 있다. 외교를 어떻게 하느냐를 보면 그 나라가 강대국이냐 약소국이냐를 구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강한 외교를 펴는 나라는 국력이 그만큼 뒷받침해주는 상황이고 상대적으로 약한 외교를 벌이는 나라는 약소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 출범한 한국 정부는 크게 두가지 외교전을 펼쳤다. 하나는 미국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과의 외교전이다. 현 한국의 정권은 대선때부터 친미 외교를 내세웠으니 미국과의 외교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일본과의 외교는 달랐다. 아무리 친미라고 하지만 친일과는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외교는 상식이다. 평범한 교육을 받은 일반인들이 평소 생각하고 행하는 그 수준이 바로 상식이다. 초등교육과 중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 대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신상태가 바로 상식이다. 상식은 바로 법과도 연결된다. 법은 가장 상식적인 사고이다. 그냥 상식적으로 살아가면 법에 저촉될 일도 없고 법에 심판을 받을 일도 없다. 법은 단순하다. 잘못하면 벌 받는 것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뭔가 정도를 벗어난 짓을 하지 못하도록 규범으로 정해놓은 것이 법이란 말이다. 그리고 현 정부의 핵심세력은 대부분 이 법을 아주 열심히 공부한 그런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행하는 행위에는 법의 상식이라는 것이 핵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본과의 외교에는 그런 것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일제는 아무 잘못없는 나라에 그냥 밀고 들어가 온갖 패악질을 다하고 문화와 정신을 송두리채 짓밟았다. 잘못이라면 가난했고 국제 세상 돌아가는 것에 어두웠다는 것이 죄였다.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은 이름조차도 일본식으로 강제로 바꾸게 했다. 일본 신사에 참배도 강요했다. 나라의 중심 핵인 경복궁앞 광화문을 파헤치고 철로를 깔았다. 전국의 유명산에 쇠막대를 마구 박았다. 제 2차대전때 무수한 사람들을 전장에 끌고 갔다. 여성들은 위안부로 데리고 가서 온갖 패악질을 저질렀다. 조선의 훌륭한 유물들을 대거 약탈해 일본으로 가지고 갔다. 이런 만신창이가 따로 없다. 하지만 일본은 사죄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전쟁중에 흔히 있는 일이라고 궤변을 이어갔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이 정도 폭행을 저지렀으면 아마도 사형 내지 무기징역감 아닌가. 법의 전문가들인 한국의 정부 인사들은 너무도 잘 알것이다. 쌍방 폭행이 아니라 일방적 폭행에 다수가 포함됐으니 특수 폭행이자 살인과 강간을 일삼았으니 살인 특수 강간범들 아닌가. 또한 문화재 유출범에 점유물 이탈 횡령범들 아닌가. 그런 흉칙한 가해자에게 찾아가 과거일을 덮읍시다...우리 사이좋게 살아갑시다...미래로 나아갑시다....이건 외교가 아니다. 상식도 아니다. 법의 정신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
외교는 전쟁이다. 총과 칼만 들지 않았지 사실상 전쟁이다. 전쟁을 하는 수고로움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장치가 바로 외교 아니던가. 이번 일본과 외교에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 경제 협력 그것은 한국보다 오히려 일본이 더 원하는 것이었다. 1965년 한일 회담때 한국이 지금 아니다. 한푼이 그리웠던 경제적 빈곤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일본과 비등한 수준에서 경제활동을 한다. GDP도 거의 일본을 따라 잡았다.그런데 뭐가 아쉬워 경제 화해인가. 일본은 지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앞두고 전세계적로 부터 강한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은 거리가 떨어져 있어 어떤지 모르지만 한국은 바로 코 앞이다. 원전 오염수가 며칠만에 한국의 바다에 그대로 밀려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문제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모르지만 일본측의 반응을 볼때 흡족한 결과을 얻지 않았나 싶다. 한국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일본은 독도문제와 위안부 문제들도 일단락된 듯한 분위기이다.
화해를 이루자면 뭔가 합당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인들은 참 순진하게도 그냥 일본측의 사죄를 바란다. 하지만 이번에 일본측은 그 알량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냥 편하게 맥주 원샷으로 모든 것을 정리해 버렸다. 그리고 회담이 끝난 저녁 기자회견을 통해 흠족하고 기분좋은 그 마음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최상의 언사를 동원해서 말이다. 이런 상황에 외교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 한일회담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도대체 외교가 아닌 것이다. 외교는 주는 것이 있고 그것에 합당한 댓가가 동반되어야 그것이 외교이다. 일방적으로 주는 것은 외교가 아닌 굴복이자 굴욕이다. 이런 지적에 한국 여당의 책임자는 쇄국주의라고 말한다. 쇄국주의는 외교적 상식이 없고 외교적 역량이 없는 자들이 갖는 아주 보수적인 생각을 말한다. 외교를 알고 외교가 행해야 하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 외교가 아닌 외교를 꾸짖는것은 결코 쇄국주의가 아니다.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고 우려하는 것이 쇄국주의란 말인가. 이래서 역사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외교는 상식이자 전쟁이다.
2023년 3월 2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