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쟁점 분석
정몽준 새누리당,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 간의 첫 TV토론이 지난 5월 19일 열렸다. 두 사람은 첫 토론회임에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서울시의 안전문제, 이념 이슈 등을 둘러싸고 공방이 여럿 오갔지만, 현대자동차 뚝섬개발사업이 무산된 이유와 관련한 토론 시간에 후보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이 사안은 후보 간 입장 차가 워낙 큰 데다가,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 중요한 사례로 꼽히기 때문인 듯했다. 두 후보는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여기에 정 후보가, 사업 주체였던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과 형제지간이어서 참석자들의 관심도 집중됐다.
박원순 후보는 ‘서울시가 허가를 내줬다가 취소했다’는 패널의 지적에 “서울시가 허가를 내 준 적이 없다”고 발끈했다. 박 후보는 “사실 (뚝섬) 현장을 몰래 가 봤는데 현대차그룹 관련 기관이 들어오기에는 좁은 공간이었다”며 “또 교통문제가 있는 데다 서울숲 바로 옆인 만큼 ‘삶의 질’의 중요한 요소인 환경 측면 등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한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를 푸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측면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검토하는 중이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현대차그룹이 삼성동 한전 부지에도 관심이 있어 스스로 계획을 철회했다고 들었다”며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가 좋아지는 것을 거부할 일은 없다. 지멘스 같은 기업도 유치하는 마당에 국내 기업을 왜 박대하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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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장 후보인 새누리당 정몽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여,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태경 기자
정 후보는 “제가 연관이 된 일이라서 말하기가 그렇다”면서도 박원순 후보가 이끌던 서울시의 관련 정책을 날 세워 비판했다. 그는 “박 후보가 시장이 된 이후 서울 도심과 부도심 외에는 50층 이상 초고층빌딩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정하는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전임 시장(오세훈)이 조례까지 만들었는데 도로아미타불이 된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정 후보는 “서울의 유휴부지 100개 중 30개 투자신청서를 냈는데, 서울시는 하나만 허가를 내줬다”면서 “왜 그리 인색하냐 했더니 땅값이 올라서 허가해 주면 주변도 올라서 특혜다, 못해주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는 “박 후보가 (부지가) 너무 좁아서 적절치 않다고 했는데 현대차그룹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사업 결정은 경영자가 할 수 있게 해야지 서울시가 간섭하면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반박했다.현대차가 뚝섬 신사옥을 추진한 것은 2006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는 현 양재동 본사가 비좁은 데다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돈기업인 삼표레미콘 부지(32548㎡)에 신사옥 건설을 추진했다. 2조원을 투자해 110층 규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현대차 측은 신사옥을 건축할 경우 2만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는 물론 2조~4조원 이상의 경제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하지만 110층 규모의 건물이 들어서면 이 지역의 교통난이 심해진다는 지적이 있었던 데다가 대기업 특혜 논란까지 일면서 현대차 측은 조심스럽게 사업을 추진했다. 여기에 사업을 최초 추진한 2006년만 해도 경기흐름도 좋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속도가 더뎌졌다.오히려 오세훈 전 시장이 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대규모 부지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서울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지원에 관한 조례’도 만들었다. 조례는 대규모 개발 사업 공공기여 방식과 관련, 토지 및 건물을 기부채납하는 대신 특정 공익사업을 지정해 ‘지역개발협력기금’에 돈을 낼 수 있게 했다.그러자 법제처가 제동을 걸었다. 법제처는 2010년 8월 ‘상위법상 근거가 없는 조항들이 포함돼 있다’고 해석을 내렸던 것. 법제처는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현금을 걷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토지 소유자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도 있다’는 법령 해석을 내렸다. 그러자 서울시의회가 2011년 4월 조례 개정안을 내면서 사업에 다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현대차와 서울시 측은 공공성을 목적으로 한 기부채납(사유재산을 국가나 공공기관에 기부하는 법률적 행위) 비율을 48%(공원 조성)까지 늘리는 대신 해당부지의 용도변경을 해 주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갔다. 이에 성수동 인근 부동산 가격이 들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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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산된 현대자동차 뚝섬개발사업 조감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정몽준 후보와 박원순 후보는 뚝섬개발사업 무산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상황도 바뀌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초고층 건축관리 기준’을 마련해 50층, 200m 이상 초고층빌딩은 도심과 부도심에만 지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고층건물 난립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뚝섬은 이 같은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고층건물을 짓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현대차 측도 뚝섬개발사업을 백지화하고 현재는 삼성동 한전 부지에 사옥을 건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현대차 홍보실 관계자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삼성동 한전 부지를 먼저 검토했다기 보다는 (뚝섬 사옥) 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방향을 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공공개발센터 이상면 팀장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규제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초고층 건축관리 기준안이 마련됐지만 빌딩 층수 등은 지역에 따라 적용 조건을 다르게 할 수 있어 기존에 현대차가 신축하겠다는 건물 계획이 아닌 다른 대안이 있으면 협의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현대차가 사업을 접었다는 얘기를 언론을 통해서만 접하고 있지 공식적으로는 어떤 반응도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뚝섬개발사업에 패널들이 주목한 이유는 정책의 연속성과 기업투자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우리나라는 정책 연속성이 없어서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불만이 나온 지 오래다. 이 날 토론을 봤다는 한 대기업 임원은 “우리나라는 대통령이나 시장이 바뀌면 정책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해외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려 하지 않는 것도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경제연구원 관계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에서 벌인 주요 사업이 축소 또는 폐지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정책의 연속성을 살려 시간과 자금·에너지 낭비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과 시장의 ‘성공’만을 위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목표만 제시하지, 기업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