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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PEUGEOT, 1897년) 자동차 이야기
Motion and Emotion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자동차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회사로 1897년 아르망 푀조(Armand Peugeot)에 의해 설립된 프랑스의 자동차/모터사이클 제조 회사. 푸조-시트로엥 그룹(PSA, Peugeot Citroën)의 지주회사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는 국영 경찰의 차종으로 푸조의 사자 마크를 아예 드러내 놓고 다닐 정도로 프랑스의 국민 브랜드로 통하며, 프랑스에 가 보면 대한민국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차량이 많듯이 푸조 차량이 정말 많다. 특유의 "포효하는 사자"를 형상화한 디자인인 펠린 룩(Feline Look)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고양이과 동물의 느낌으로 나오는 펠린 룩에 대한 거부감이 꽤 많아 점차 부드럽게 디자인을 바꾸고 있다고 한다. 안정적이고 부드럽지만, 칼같은 핸들링으로 인한 특유의 주행감이 고양이의 움직임을 닮았다는 평이 많다. 외유내강 그래도 계열사인 시트로엥보다 디자인이 점잖은 편이다.
역사
본래 나폴레옹이 통치하던 시절인 1810년에 장 피에르 푀조가 창업한 철강 공장이 시초다. 푀조 가문은 우산, 재봉틀, 커피메이커 등 여러분야의 생활용품을 만들어 판매하던 공방 가문이었다. 푸조 가문의 후계자, 창업자 장 피에르 푀조의 손자 아르망 푀조는 영국 유학 중 자전거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고, 프로이센 - 프랑스 전쟁이 일어난 무렵인 1871년에 귀국한 후 자전거 제작 사업을 시작, 1882년 그랑비라는 대형 자전거를 제작한다. 아르망 푀조는 그후 자전거에 재미가 떨어졌는지 자동차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1889년 증기 엔진을 장착한 3륜차 세르폴레 푸조를 만들었다. 이때부터 푸조 자동차의 역사가 시작된다. 이를 세계 파리 박람회에 전시하였는데, 이는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자동차로서는 메르세데스-벤츠보다도 앞선 것이다.
1890년 독일의 다임러에서 엔진을 공급받아 만든 가솔린 4륜 차량을 만들었는데, 이듬해 9월 이 물건으로 발렌티니에서 브레스트까지 2,200km의 거리를 왕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2기통 2.3마력의 엔진을 단 시속 14km/h의 보잘것없는 속도였지만 무사히 왕복을 마치며 푸조의 이름을 알렸으며,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파리-루앙 레이스에서 아르망 푀조가 우승하여 명성을 쌓았다. 아르망 푀조는 1896년 푸조 가문에서 독립하여 정식으로 푸조 자동차 회사(des automobiles Peugeot)를 설립하고 다임러와의 관계를 청산하였다.
1950~1970년대에는 주로 보수적인 대신 신뢰성 높은 설계의 차들을 판매했으며, 북미나 아프리카 지역에서 푸조 404같은 차들을 판매하곤 했다. 1976년 프랑스의 또 다른 자동차 회사인 시트로엥을 인수해서 PSA(푸조-시트로엥 그룹)으로 불리고 있다. 이어서 1978년에는 크라이슬러의 유럽 지사를 인수, 루츠 그룹과 생카 등을 손에 쥐고 탈보(Talbot) 브랜드로 차량을 생산하기도 했으나, 판매부진으로 1980년대 중반에 브랜드를 폐기하고 루츠 그룹의 흔적조차도 2000년대 중순에 영국 공장의 폐쇄로 완전히 사라졌다. 한동안은 보수적인 중대형 세단의 판매에 집중했지만, 1980년대 들면서 젊은 감각이 가미되기도 했다.
요즘따라 정신나간 연비의 페이크 하이브리드 차량들을 출시하고 있다. 사실 PSA의 e-HDi는 진정한 의미의 하이브리드는 아니고, 디젤 엔진에다가 아이들 스톱 앤 고 시스템(ISG)을 장착한 형태에 가깝다. PSA그룹에서도 e-HDi를 "마이크로 하이브리드"라고 부른다. 하이브리드가 아니라도 경쟁력을 위해 승용 디젤 차량의 출시에 열을 올려 대한민국 시장에도 어필하고 있다. 시트로엥을 포함하면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모델은 정말 드물게 나오는 편. 아무래도 프랑스에서는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대한민국 시장의 특성상 가솔린 엔진만 밀자니 독일제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니까 PSA그룹에서 특화되어 있는 승용 디젤 엔진의 연비 효율로 경쟁력을 갖추자는 의도로 보인다.
최상위 모델이자 508의 전신 모델인 607이 프랑스에서는 대통령 의전 차량으로 쓰이고 있다. 푸조도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광고할 때 이 점을 꽤 강조하는 편이고, 시트로엥도 DS5 해치백을 선전할 때에도 강조한다.
2.0과 2.2리터 커먼레일 디젤 엔진에는 일반적인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되지만 1.4나 1.6리터 커먼레일 디젤 엔진 모델에는 푸조의 자동화 수동변속기인 MCP 변속기가 달려 나온다.(시트로엥은 EGS라고 부른다.) 그런데 문제는 MCP/EGS 변속기가 연비 효율은 좋지만 변속 충격이 굉장히 크고, 보통의 일반적인 운전자들의 상식으로는 납득시키기 어려운 운전 방법 때문에 대한민국의 푸조/시트로엥 오너들은 대부분 MCP 미션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런 특성으로 MCP/EGS는 일명 "울컥 변속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거기에 여느 자동화 수동 변속기와 별다를바 없이 MCP/EGS는 P와 D레인지가 없기 때문에 주차할 때 당연히 중립에 놓아야 하며, A레인지가 D레인지를 대신한다.(M은 말 그대로 수동변속 모드) 그래서 자존심 꺾은 프랑스 사람 푸조와 시트로엥에서는 이를 반영하여, 2014년부터 대한민국형 모델에 MCP/EGS 변속기 대신 DCT 자동변속기를 달기로 했다고 한다......(아마 넘사벽인 폭스바겐의 DSG 변속기를 노린 듯하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MCP/EGS는 대한민국에 잘 달아서 나왔다. 그러다가 2015년 4월에 열린 서울 모터쇼를 통해 공개한 308 해치백/스테이션 왜건(SW)형의 120마력 1.6리터 커먼레일 디젤 버전을 통해 일본의 아이신에서 새로 만든 EAT6 신형 6단 자동변속기를 공개하였으며, 동년 5월부터 MCP를 버리고 308의 1.6리터 커먼레일 디젤 모델에 아이신의 신형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여 판매에 들어갔다.
2015년에 디젤게이트 사건이 터지자 PSA에서는 자사의 어떤 승용디젤 모델에도 조작용 소프트웨어는 설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허나 2016년 프랑스 정부가 배출가스 조작혐의로 조사에 들어갔다.
2017년 3월, GM의 유럽 자사인 오펠/복스홀을 인수하였다.
이륜차 생산 역사
자전거로 시작한 회사이기도 했고 다른 여러 오토바이/자동차 제조사가 그랬듯이 자전거에다가 엔진이나 달아보자 하는 발상을 한 회사 중 하나였다. 푸조의 첫 오토바이는 1898년 파리 박람회에서 시연되었으나 양산되진 못했다. 그 이후 다른 나라에서도 오토바이 기술들이 하나둘씩 정립되면서 1914년 최초의 DOHC를 장착한 500cc 바이크를 내놓게 된다.
현재는 프랑스에 유일한 오토바이 제조사이며, 유럽 스타일의 도심형 스쿠터 생산이 주를 이룬다. 대한민국에서는 장고 라인업이 유명하며 역삼륜차(트라이크)인 메트로폴리스가 가끔씩 수입되었다가 야마하의 트리시티에 트라이크 시장을 거의 내어 준 상태.
한국 시장 진출 역사
대한민국 내 판매 실적에 비해 대중적인 인지도는 높지 않다. 1979년부터 1981년까지 기아자동차를 통해 후륜구동 대형 세단인 푸조 604가 라이선스 생산된 적이 있었으며, 당시로는 그라나다보다 넘사벽급 가격(1979년 출고 당시 가격이 2,300만 원)에 당연히 극소수가 팔린 최고급 세단이었다. 1981년 자동차공업합리화 조치로 604의 라이선스 생산이 중지된 후, 1990년대에 동부산업을 통해 306, 405, 406, 605, 806이 잠깐 들어왔다가 외환 위기를 맞으면서 철수했다. 1990년대 초에는 쌍용 코란도 훼미리의 F/L 모델에 디젤 엔진을 공급한 적이 있다.
이후 2003년 초에 한불모터스가 새로운 딜러 계약을 맺어 소형 해치백 206의 하드톱 오픈카 버전인 206CC를 시작으로 다시 선보이게 되었으며, 2005년부터 한국 자동차 시장에 디젤 승용차의 판매가 허용되면서 비로소 두각을 나타냈다. 초기부터 푸조 특유의 HDi 승용 커먼레일 디젤 엔진의 고효율을 강조하여, 사실상 신규 진출 브랜드이면서도 출고 차량 기준으로 10위권 이내의 판매고를 올렸다. 그것도, 수입차로서 가장 일찍 진출한 볼보보다 앞선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커먼레일 디젤 엔진으로 밀어붙이면서 대한민국에서 에너지 위너상을 수상한 건 덤. 특히 307SW 2.0리터 디젤 모델은 한국에 한동안 스테이션 왜건 열풍을 일으켰다.
한국 시장에 복귀한 후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오픈카(그것도 하드탑 컨버터블)을 선보이면서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외제차에, 오픈카를 몰아보고 싶다면 푸조를 권한다. 비록 평범한 1.6리터 4기통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달고 나왔지만, 복귀작인 206CC가 출시되면서 오픈카에 대한 로망은 분명히 있으나 '지붕'은 필요했고, '천으로 된 소프트탑은 불안하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했고, 적당히 귀여운 이미지를 어필해 은근히 판매량을 높였다.
생산 차종
설립 초기에는 '타입 XX(XX식)'으로 이름을 붙였으나, 현재의 명명법은 첫자리가 차급, 끝자리가 세대를 나타낸다. 생산 중인 모델은 굵게 표시하였다.
특징으로는 한 차종에서 여러 종류의 파생형 모델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PSA 그룹에서 나오는 모든 차종은 전륜구동이다. 같은 그룹이다 보니 시트로엥의 차종과 동일한 형제 모델들도 다수 존재. 몇몇 일본 메이커의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공동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푸조 아이온(iOn): 미쓰비시 아이미브(i-MiEV) 베이스의 전기차. 시트로엥 C-ZERO와 동형 모델이다.
• 푸조 RCZ: 308 기반의 소형 전륜구동 쿠페. 곡선 루프가 특징이다. 156마력/200마력 1.6 가솔린 터보와 2.0 디젤의 2가지 엔진이 있으며, 270마력의 고성능 모델 RCZ-R이 2014년에 출시되었다. RCZ Dynamique(다이나미끄)는 200마력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되었고, 보기 드물게 6단 수동변속기만 적용됐다. 2014년에 수입이 중단됐으며, 푸조의 라인업 감축에 따라 사실상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 푸조 호가르(Hoggar): 206 베이스의 소형 2도어 픽업트럭으로, 전면부는 207과 같은 디자인이다.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남미 시장 전용 모델. 에스카페이드(Escapade)라는 오프로드형의 파생 모델이 있다. 2014년에 단종되었다.
• 푸조 비퍼(Bipper): 세벨에서 생산되는 소형 LAV. 시트로엥 네모(Nemo), 3세대 피아트 피오리노(Fiorino, 패널 밴형)/큐보(Cubo, 승합형)와 동형 모델이다.
• 푸조 파트너(Partner): 비퍼보다 윗급의 중형 LAV. 시트로엥 베를링고(Berlingo)와 동형 모델이다.
• 푸조 익스퍼트(Expert): 세벨에서 생산되는 중형 승합차/밴. 시트로엥 점피/디스패치(Jumpy/Dispatch), 피아트 스쿠도(Scudo), 토요타 프로에이스(ProAce)와 동형 모델이다.
• 푸조 복서(Boxer): 세벨에서 생산되는 대형 승합차/밴/트럭. 시트로엥 점퍼/릴레이(Jumper/Relay), 피아트 듀카토(Ducato), 램 프로마스터(ProMaster)와 동형 모델이다.
푸조 계열에는 푸조 디자인 랩이라고 불리우는 산업 디자인 전문 연구소를 두고 있다.
여기서 디자인된 것들은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고 그 중에서 실제 양산에 들어간 모델은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의 H160이라는 모델이다.
유발 하라리의 베스트셀러 책인 사피엔스에서 유한회사-허구로 존재하는 회사의 예로 푸조 사를 들었다.
2010년대 중반까지 C세그먼트 모델에 4홀식 휠이 장착되었다. 심지어 윗급인 508과 그 이전 모델인 407과 607에 5홀식 휠이 장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5008에는 4홀식 휠이 장착되었다. 다만 요즘 모델은 모두 5홀식 휠로 교체되어서 4홀식 휠은 B세그먼트 이하의 급에서만 장착된다.
전체적으로 실용적인 차를 잘 만들긴 하는데 꼭 한두군데가 독특하다 못해 삐딱하게 만든다. 이는 같은 그룹사인 시트로엥도 마찬가지로, 컵홀더의 위치가 요상해서 네비게이션 쓰기가 힘들다든지(508), 트렁크/테일게이트 열림 버튼이 엠블럼의 가운데 '0' 이라든지(공통), 16인치 순정휠을 특수 장비로만 휠 밸런스를 맞출 수 있게 만든다든지(407), 시트로엥은 뒷창문 스위치를 뒷문 도어카드가 아닌 센터콘솔에 배치 시킨다든지(DS), 디젤모델은 지들 메이커에만 쓰는 DPF 용액을 주기적으로 갈아넣게 한다든지(공통)...이런 삐딱한 면이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로 작용하여 국내 소비자들의 독일차 선호 경향과 맞물려 국내 판매실적에 악영향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