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을 얼마전에 담갔습니다.
고추장, 된장은 우리음식의 기본이 되는 양념인데, 만들기가 워낙 어렵다보니 오늘날처럼 후다닥 먹고 정신없이 살아내는 우리들에게는 마냥 어렵고 버겁게 느껴지는 양념이 되어갑니다. 그래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공장제품말고 안심하고 먹을수 있는 자기집 양념을 만들수 있으니, 그런차원에서, 오늘글은 참고하시면 좋을듯 합니다.
고추장, 된장은 기본적으로 '메주'가 있어야 만들수 있습니다. 그러니, 메주만들기부터 시작해야하니 숙성과정까지 포함하면 천천히 느리게 시간과 품을 들여 만드는 양념입니다. 그야말로 '약'이 되는 셈입니다. 기회가 닿고 욕심을 많이 내는 사람들은 '우리콩'을 가을에 사다 '메주'부터 만들기 시작해 고추장과 된장을 담그면 너무나 좋습니다.
그것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조금 수월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특히나 메주를 직접 만드는 것까지 할수 있는데 띄우기 장소가 만만치않아 사실 어렵다 느낍니다. 그래서, 메주가루를 구입해 사용하는 것으로 하고, 엿기름우려내 찹쌀가루넣고 삭히는 과정만 신경써서 만들면 그다지 어렵지않게 만들수 있습니다. 그대신, 메주가루는 어떤콩으로 만들었는지, 어떻게 띄웠는지 등등을 좀 따져보면서 구입하면 좋습니다.
설명을 들으니 좀 수월하겠다 싶죠? 생각보다 어렵지않고 다소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엿기름삭히는 과정) 그것만 해내면 나머지재료넣고 잘 섞어주기만 하면 끝입니다. 그리고 베란다에 내비러두고 볕좋은날에는 뚜껑열어 쪼이게해주면 됩니다. 대략 3개월정도 숙성후 부터 먹기시작하면 됩니다.
작으마한 항아리에 꽉찼습니다. 엄청 든든하구만요. 담가야하는데 날을 빼기가 여간 어려워 차일피일 미루다 고추장에 필요한 재료들 하나씩 구입해놓고 조금 여유있는날에 담갔습니다.
너무 질척하지않고 또 되직하지도 않아 농도도 잘 되었고, 맛도 좋습니다.
참고해서 맛깔난 자기집 고추장 담가보소서~
찹쌀고추장
재료: 엿기름200g, 찹쌀가루500g, 메줏가루900g, 고운고춧가루800g, 조청1.8㎖, 굵은소금400g, 소주2병, 보리수청1컵
삭히기: 엿기름을 우려낸 물6리터+ 찹쌀가루 푼 물(엿기름우려낸물1리터+ 찹쌀가루500g)
찹쌀고추장은요,
엿기름우린물에 찹쌀가루 풀어서 삭혀준후 조청넣고 팔팔 끓여 1/3분량 가량 줄여줍니다. 미지근해질때까지 식혀두었다가 나머지고추장재료넣고 잘 섞어주면 끝입니다.
주의사항은 삭힐때 찹쌀가루가 바닥에 눌러붙지않게 신경써서 바닥을 잘 저어주는 것이고, 항아리를 잘 소독해 준비하는 것 정도 되겠습니다.
항아리소독은 방법이 여러가지 있는데요, 물에 깨끗하게 씻은후 볕에 바싹 말려주어도 되구요. 어느정도 말렸다가 가스약불에 살짝 소독해주면 좋습니다. 신문지를 넣고 태우기도 하는데요. 볕으로만 소독이 부족해서 하는 것이니 신경써보면 좋을듯 합니다. 다만, 가스불로 할때는 약불에 얹어야하고, 항아리가 따뜻해지면 바로 불을 꺼야합니다. 너무 오래하면 깨집니다. 참조~
자, 먼저 준비물 확인합니다.
엿기름, 찹쌀가루, 메줏가루, 고운고춧가루, 조청, 굵은소금을 준비합니다. 여기에, 소주랑 과일청도 준비합니다.
엿기름은 가을장터에 가면 맷돌놓고 직접 갈아서 판매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거기서 사오면 좋구요. 특히나 싸늘한 가을기온에 싹을 틔운 겉보리로 만든 엿기름이 단맛이 더 좋다고 하니, 가을중턱후반부나 늦가을초쯤에 구입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듯 싶어요. 고추장양이 많으면 두되정도 사면 되고, 제가 하는 양 정도면 한되 정도면 되요. 가격은 2천원 정도해요. (장에 따라 3000원 하기도 해요.)
찹쌀가루는 떡용으로 구입하면 좋은데요, 없으면 시판 국내산 찹쌀가루면 됩니다. 직접 찹쌀을 씻어말려 분쇄기에 갈아 준비해도 되요.
메줏가루는 친정집에서 준 것으로 했는데요. 장터에 가면 고추장 담그는 시기라서 메줏가루도 많이 판매합니다. 직접 메주를 띄워서 갈아놓고 파는 곳도 있구요. 이것저것 꼼꼼히 물어보고 구입하면 될듯합니다. 개량메주로 만든 가루도 있기는 해요. 이왕이면 재래식메주를 간것으로, 또 고추장용 메주로 만든 것으로 구입하면 더 좋을듯 합니다.
고춧가루는 곱게 빻은 것이여야해서 고운고춧가루로 구입해 준비합니다. 한창 마른고추도 판매하고 있으니 방앗간에서 곱게 갈아달라고 해서 준비하면 더 좋구요. 못할경우는 고추장용 고춧가루를 구입하면 됩니다. 당연히 원산지확인 필수입니다. 태양초(양건초)인지 기계로 말린 것(화건초)인지 섬세하게 구분하면 더 색깔고운 고추장이 됩니다.
조청은 한살림에서 구입한 것인데요. 농협마트에 가면 '국내산쌀'로 만든 조청이 있어요. (일반마트나 대형마트는 죄다 수입산쌀로 만들더만요) 이왕 우리고유양념을 만드는데 수입산원료로 만들수는 없잖아요?
(또, 물엿이나 올리고당 원료가 수입옥수수로 만들고 있는데 유전자변형곡물로 만드는 것이라 불안하니, 왠만하면 '국내산 쌀로 만든 조청'으로 집밥양념을 할수 있게 바꾸는 게 어떨지싶어요.)
굵은소금은 간수를 뺀것으로 준비하면 좋습니다.
이밖에, 소주와 보리수청을 준비했는데요. 소주는 알아서 잘 구입하시리라 여기고, 과일청은 매실청이 살균기능이 있어서 사용했는데, 푸른매실로 담그는 매실청이 아니다싶어 담그고있질않아 없는 관계로 집에 있는 과일청 중 하나 넣었습니다. 참조~
그럼, 엿기름부터 우려냅니다.
엿기름을 면주머니(가로세로 30센치내외 크기)에 담고 엿기름이 빠져나오지않게 잘 여며주고 물 2리터를 붓고 담가둡니다. 30분에서 1-2시간정도면 됩니다. 충분히 우러날수 있게 담가두는 겁니다.
그리고 조물조물 주물러줍니다. 짙은색으로 우러나면 들통에 부어줍니다. 그리고 나머지 2리터씩 반복해서 물붓고 주물러주고 우려내고 해서 총 6리터가 되게 해서 들통에 붓습니다.
너무 짙게 잘 우러나 아까워서 1리터 더넣고 우려낸물에 찹쌀가루 500g넣고 섞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엿기름우린물에 담긴 들통에 쑤욱 부어줍니다.
이제부터는 '삭히기' 입니다.
우선, 가스 중간불에 들통 올리고 들통이 따땃해질때까지 데워줍니다. (불세기는 좀 쎄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주걱으로 젓는 횟수가 많아지면 되요. 기본은 들통이 따뜻해질때까지 불에 올려두면 됩니다.)
엿기름에 있는 아밀라아제효소가 찹쌀가루(전분성분)를 만나 따뜻해지면 찹쌀가루(전분)를 엿당으로 만들어줍니다.
이과정이 '엿기름삭히기'입니다.
찹쌀가루가 바닥에 눌러붙지않게 주걱으로 바닥을 중간 중간 잘 저어줍니다. 그러다보면, 물이 하얀색에서 회색빛이 감도는 투명한색으로 살짝쿵 변하는 것이 느껴지고, 맛을 슬쩍보면 달큰맛이 올라옵니다.
들통을 만져보면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그럼, 불을 끄고 그대로 1시간에서 2시간정도 놔둡니다.
이과정이 '삭히는 과정'입니다. 1시간 뒤에 열었는데, 투명해졌어요. 뚜껑을 열자마자 식혜냄새가 팡팡 퍼집니다. 당연히 맛도 봅니다. 불끄기전에는 약간 전분맛 즉 텁텁한 맛이 남았었는데, 1시간 삭히고 나니 달큰한 맛만 남았습니다.
텁텁한 맛이 사라지고 달큰한 맛이 전체적으로 나면, 잘 삭혀진 것입니다.
이것이 확인되면 불을 아주 센불로 켜서 달여줍니다. 대략 1/3분량정도가 줄어들때까지 팔팔 끓여줍니다.
시간계산은 못했는데, 대략 줄어드는 양을 보고 되었다싶으면(1/3분량이 줄었다싶으면) 조청넣고 2-30분 정도 끓여주고 불을 끕니다. 그리고 미지근해질때까지 잠시 식혀둡니다.
엿물이 미지근하게 식었으면, 나머지재료를 몽땅 넣고 잘 섞어주면 됩니다.
(양이 많지않아 엿물끓인 들통에다 나머지재료들을 섞었습니다. 들통이 넘칠듯하다싶으면 김치대야에 부어서 섞어주세요! )
메줏가루 넣고 휘리릭 섞어주고 아래위로도 잘 저어주고, 가루가 뭉치지않게 꼼꼼히 섞어줍니다.
그리고 고운고춧가루 넣고 마찬가지로 잘 섞어줍니다. 뻑뻑해집니다. 젓는것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굵은소금도 넣고, 소주2컵, 보리수청1컵도 넣어가며 농도를 맞추어줍니다.
고추장 농도가 적절하다 싶고, 뭉치는 것없이 잘 섞였다 판단되면, 소독한 항아리에 담아냅니다. 그리고 비닐한장 깔고 잘 밀착시켜주고 굵은소금을 그위에 올려 평평히 깔아줍니다. 끝!
그리고 뚜껑덮어 볕이 드는 베란다에 내두고 볕이 짱짱한시간에는 투명한 뚜껑을 씌워 볕을 쪼이게 해줍니다.
이렇게 베란다에 3개월정도 두었다가 그때부터 먹기시작하면 됩니다.
그리곤 봄이 오기전에 '보관통'에 담아 냉장보관하거나 서늘한 곳에 두어야 합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고추장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를 반복하다 맛이 변합니다. 주의!!!
아오~~ 속이 다 시원하고 든든함이 꽉 차는 구만요.
차지게 잘 만들어졌습니다. 너무 되직하지도 너무 질지도 않게! 딱! 좋습니다.
지금 맛은 짭짤해요. 끝에 메줏가루맛도 올라오고요. 기본은 짜요! 그래도 찹쌀고추장아리고 입에 착착 감기는 느낌하나는 아주 좋습니다.
어쨌든, 잘 숙성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항아리가 잘 숨쉬어주길...
어때요? 생각보다 쉽죠?
한번 담가보면 만만치않다는 것도 여기저기서 확인되기는 하지만, 한번 담가내면 매년 할수 있겠다는 생각도 불끈 솟아납니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늘리다보면 능숙해지고 친숙해져서 가뿐하게 할날도 오고, 더 욕심내어 메주도 만들어보고요.
빨리빨리 말고, 느리게 차근히 익어가며 만들어지는 음식 한가지씩 한가지씩 우리들 삶속에서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못하게 하는 여건들을 하나씩 바꾸어가면서 음식이 발효되기까지 익어가는 시간만큼 우리들삶도 그렇게 뚜벅 뚜벅 차근히 우직하게 익어가는 맛을 채우는 삶이 되길 간절히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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