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친윤 일색 여당, 대통령에게 현장의 민심 제대로 전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3.03.15 00:11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김기현 신임 당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며 웃음짓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표·최고위원 싹쓸이 이어 강성 친윤계 당 요직 포진
대통령과 여당 대표 정기 회동, 건강한 소통의 장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민의힘 새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어려운 시기에 당정이 하나가 돼 국민을 위해 힘껏 일하자”고 말했다. “대부분 지난 대선 때부터 함께한 분들이라 신뢰가 크다. 이제 국정에만 더 전념할 수 있겠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대통령 직할 체제’로 요약되는 여당 새 지도부 진용에 만족감을 드러낸 모양새다.
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을 싹쓸이한 친윤계는 주요 당직도 사실상 독식했다. 공천 실무 권한을 담당하는 사무총장엔 ‘윤핵관’ 이철규 의원이 임명됐다. 전략기획부총장(박성민), 조직부총장(배현진), 수석대변인(유상범·강민국), 여의도연구원장(박수영)에도 친윤계가 입성했거나 내정됐다. 특히 당내 비주류가 ‘조유박배’(조수진 최고위원, 유상범·박수영·배현진)로 부르는 대표적 강성 친윤계 4인이 모두 지도부에 포함됐다. 그래서 “김기현 대표가 외친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이 아니라 친윤 일색의 용산탕”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 지도부 만찬의 화두는 ‘당정일체’였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정부와 당이 함께 손발을 맞춰 일해 나가자”는 윤 대통령의 말에 김기현 대표 등이 “당정이 하나가 돼 열심히 일하자”고 화답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여당이 정책적·정무적으로 뒷받침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한몸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여당이 대통령의 의중에 모든 걸 맞추는 ‘대통령실 여의도출장소’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윤심’이 지배했던 지난 대표 경선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에겐 이런 걱정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월 2회로 추진되는 윤 대통령과 김 대표의 정기 회동을 놓고 야당에선 “부모님도 한 달에 두 번 찾아뵙기 어려운 현실인데, 이렇게 자주 만나겠다는 건 윤 대통령이 꼼꼼하게 당무에 개입하겠다는 뜻”(전재수 민주당 의원)이란 비판도 나온다. 윤 대통령과 김 대표의 정기 회동은 협조와 함께 여당의 견제·자정 기능이 동시에 작동하는 건강한 소통의 장이 돼야 한다. 김 대표는 현장의 생생한 민심을 왜곡 없이 전해야 한다. 입법부의 구성원으로서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정부 정책의 문제점도 과감하게 지적해야 옳다. 검찰 출신 과다 등용의 절제나 인사검증 라인의 개편 등 대통령이 꺼릴 민감한 조언도 솔직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과 친하다는 ‘친윤’ 지도부의 진정한 역할이다.
김기현호는 출발부터 불안불안하다. 득표 1위를 기록한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 주관의 예배에서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이라며 윤 대통령과 김 대표가 약속한 ‘5·18정신 헌법 수록’에 반대 입장을 밝혀 물의를 빚었다. 친윤계 독식과 독주에 견제 기능이 무너진 일방적 분위기가 이런 일탈에 단초를 제공한 건 아닌지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