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화요일 흐리고 비...
아침 일찍 서둘러 함덕에 갑니다.
승용차가 없으니 마을 앞(신세계빌라)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10여분을 기다린 끝에 8시 26분 , 5번 버스가 왔습니다.
서귀포 구시가지까지 15분 정도....
구 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516도로 노선에 갈아 올라탑니다.
효돈을 거쳐 516도로를 쭈욱 타고 제주대에 도착한 것이 9시 40분 정도...
이만하면 많이 늦은것이 아니어서 다행인 듯 합니다.
11번 제주대-함덕 노선으로 갈아탔더니, 한시간 이상이 더 걸리는 군요.
이럴줄 알았다면 제주대에서 내리지 말았어야 합니다.
종착지인 제주시 버스터미널까지 가서 서일주노선을 갈아타는 편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겠습니다.
10시 40분 정도에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집에서부터 차로 이동한 것만 2시간 30분 이상이 걸렸습니다.
제주시까지 가는 것 보다, 오히려 서귀포시에서 서일주노선을 타는 편이 더 나을 듯 합니다.
일을 마치고 하르방 형님 내외와 큰 딸 나리와 함께 위미농협유통센타를 방문했습니다.
거래처인 청과점에서 감귤을 구해 올려보내달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미농협에서는 작황이 좋지 않은 관계로 저희에게 내줄 감귤이 없다고 합니다.
직거래 위주(70%이상)에다가 이마트에서 남은 물량 전부를 수거해가기로 약정이 맺어졌답니다.
다음을 기약하고, 효돈 농협에 들러 보았습니다.
중문(황제브랜드.13br이상)에서는 하우스 감귤이 마감되었다고 했는데,
이곳에선 10월 말까지도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행이었습니다.
감귤밭으로 이동했습니다.
수확을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큰 통로 옆 한 줄 정도는 벌써 노랗게 익어갑니다.
바람결에 날리는 귤 향이 제법 콧잔등을 간지럽힙니다.


헌데, 풀베는 일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시간이 많이 늦었으므로...내일 예초기로 작업을 하기로 정합니다.
10월 13인 수요일 맑음
풀이 키도 많이 자랐지만 억세어져서 pe줄날은 전혀 쓸모가 없습니다.
낫질도 한계가 있는 법...
보따리장수님이 낫질로 그 넓은 밭을 혼자 베어냈다는 글과 말이 점점 현실의 무게로 다가옵니다.

6시까지 하루 종일 풀을 베는 작업을 했지만, 2000평의 1/3 정도 밖에 하질 못했습니다.
물론 시작한 시간이 오후 1시가 넘었다고 하지만...진도가 잘 나가질 않습니다.
하지만, 맛은 농협에서 구매를 위해 먹어 본 하우스 감귤 정도는 되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전반적으로 수확량은 물론 당도도 많이 높지 않을거란 전문가들의 전망이 위로를 줍니다.
내일로 다시 제초작업을 넘깁니다.
10월 14일 목요일 화창
아침 일찍 서둘러 밭에 다시 나갑니다.
예초기를 들고 작은 밭(200평)으로 갑니다.
경사진 밭에서 위험천만한 일도 겪습니다. 발을 헛디뎌 예초기를 매고 한바퀴 굴렀습니다.
쇠날이어서 몸에라도 닿았더라면 큰 일 날뻔 했습니다.
형수님은 뱀과 마주쳐서 소스라치게 놀라셨답니다. ㅜㅜ
담배를 물고 하늘을 봅니다.
뭐하러 이 고생을 사서 하는걸까?
제초제만 뿌려놓았음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그리고 남들처럼 농약 잔뜩 뿌려놓았다면 흑점도 안생기고, 외양도 이뻤을텐데....
하는 잠깐의 유혹이 대가릴 곤두세우고 올라옵니다.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이 먹게 될 과실에 그럴 순 없었습니다.
물론 여름철에 농약을 치는 일이 힘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잘 안팔린들 어떻겠습니까?
농부가 되기까지 오래 걸리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겉 모양과 계산에만 매달리는 걸 그대로 따라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10월 15일 금요일 맑고 서늘...
연 3일째 작업이 이어집니다.
예초기를 붙들고 있는 오른 손 바닥에 물집이 잡혀갑니다.
추석 전에 예초를 하지 않은 탓에...몸이 고생입니다.^^
말끔히 정비를 마치고 나니 오후 1시 30분.
뿌듯합니다.
이 맛에 농사를 짓는 모양입니다.

오후에 들른 귀농동기생(양봉.장귀성님)의 판매장에서 귤농사에 대한 팁을 듣습니다.
노지 한라봉은 지금 사면 맛이 많이 떨어진다네요...
11월 이후부터 수확을 하는데 3월경에 맛이 제일 잘 든다고 하구요.
하우스 한라봉의 경우 지금 출하되는 것들은 시기 조절을 위해 불을 많이 때기 때문에 그닥 권장하고 싶지 않으시다고 합니다.
청견(만감일종)과 한라봉등을 포함해서 400평에서 나오는 감귤들이
15-16브릭스가 나올 정도라니....사실이라면 황제가 아니라 옥황상제 쯤 되는 품종들이 분명합니다.
그나마도 올 해는 수확이 좋질 않아 울상이셨는데, 그것마저도 이미 고객들이 정해져 있다고 하니
맛을 보기도 힘들 듯 합니다.
우리 밭의 감귤들은 10월 말이나 11월 초면 전체적으로 수확을 해야 할 듯합니다.
물론 지금 수확해도 좋을 만한 감귤들이 제법 있긴 합니다.
주문이 들어 오고 있는데, 아직은 조금씩만 따서 올려 보낼 생각입니다.^^
*** 이 글은 제주에 살면서, 다음 싸이트 서귀포6월민주항쟁정신계승사업회와 귀농2기 카페 및 제주부동산투자모임(네이버)에 일기 형식으로 쓰고 있는 내용입니다. 소식을 전하기 위해 올립니다.^^
첫댓글 우와 진짜 농부가 되었네요.귤 하나 하나 얼마나 값진것인지 새삼 다가옵니다. 맛있는귤 한박스 예비주문합니다.
네,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사는구만? 나도 내려가고 싶다.
열심히 사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아직도^^ 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내려와서 사시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심이...^^
그랬구나...귀농...업무상 친환경 농가를 가끔 탐방하고 유기농을 하는 분들과 얘기를 나눠 보면 입을 모은다. "(자기는 엄청 고생하는데) 소비자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친환경 농산물의 색과 품위가 그닥 소비자 눈에 들기 어려운 탓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도 수용해달라는 주문. 힘들고 어렵게 농사짓지만 그들은 대부분 자긍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어 좋더라고. "자신이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고 있다는..." 고마워해야 할 유기농부들. 격려가 되었으면...
격려 감사드립니다. 오래 말씀도 못나누고....죄송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요. ^^ 선배님 하시는 일도 잘 되시길 멀리서나마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