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밖은 화사한 봄햇살로 나른해 보이면서 눈이 부시다 겨울 햇살은 수채화같은 엉성한 밀도라서 대충 땅 표면만 겨우 비추는 힘을 가졌으나 , 봄햇살은 유화처럼 높은 밀도를 가졌으니 땅속 구석구석 어디든 비춰 잠자던 모든 생명체들을 유인해 움직이고 자라나게 할 힘을 가졌음이 분명하다. 탄천을 따라 운동중인 사람들의 발걸음도 날듯이 가벼워보이고 길 양쪽에 개나리에도 불룩해진 꽃눈들이 정겨워 보인다. 봄이네. 봄 맞아!
종자골은 아직 겨울잠 중인듯 눈으로 보이는 별 변화는 없으나 차에서 내리자마자 느낄수 있는 따스함과 온유함에서 봄이 느껴지고 그리고 산으로 둘러싸인 둥그스름한 공간 가득한 맑은 공기가 빠르게 폐부 깊숙이 스며들면서 찌들었던 가슴이 정화되는 상쾌한 기분때문에 몸을 흔들며 강아지처럼 뛰어본다
농사 지은지 5년이 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애숭이 농사꾼이 분명하다 소나무인줄 알고 캐어다 심어놓은 나무들이 전부 다 잣나무임이 판명되던 날 더 그러했다. 소나무는 잔뿌리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잔뿌리가 손상되면 살아나기가 힘든 까다로운 나무다 양자산에서 잘 자라나던 소나무에 욕심이 생겨 여섯명이 옮겨 심기로 작정했으나 잔뿌리까지는 신경쓰지 못하고 (그 당시에는 나무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무례하고 무식한 초보 농사꾼들이었다) 대충 굵은 뿌리만 캐내어 옮겨다 심은적이 있었다. 옮겨 심기에 성공했다고 기뻐 날뛰던 무식한 우리를 무시하기라도 하는 듯 시간이 지나면서 솔가지가 누렇게 변하더니 급기야는 완전히 죽어버렸다. 애통하다 애통하다 슬퍼하던 이런 와중에 작은 소나무는 잘자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으로 아기 소나무 몇그루를 더 가져다 심었는데 신통하게도 잘자라 주었다. 소나무려니 하고 생각하고 귀하게 돌봐주었는데 그 중 먼저 자란 나무에 솔방울이 아니라 쬐끄만 잣 한송이가 열린 것이다. 이게 아닌데 그럼 나머지도 모두 잣나무? 진실은 밝혀졌다. 청솔님이 인터넷에서 소나무와 잣나무 구별법을 알아낸 것이다. 소나무의 솔가지는 두개씩 짝을 이뤄 붙어있고 잣나무 솔가지는 다섯개씩 짝을 이뤄 붙어 있단다 종자골 나무들을 검사해본 결과 모두가 잣나무였다. 에고 웃지못할 이 진실 앞에서 우리는 그래도 할말이 있다 잣을 따먹을 수 있으니 좋고 소나무보다 진한 초록빛깔이 더 보기 좋고 소나무에 잘 걸리는 제선충도 덜 걸리고ㅋㅋㅋ... 꿈보다 해몽으로 우리의 실망감을 말끔이 지워 버렸다
아무리 사진기를 들이밀어도 찍을 크기가 아닌 나무의 어린 싹눈을 안타깝게 들여다보며 나무들의 잠을 깨운다 어서 일어나 봄을 보여달라고 툭툭 건드려본다. 일어나야지 봄이야 봄이라구! 한바퀴 밭전체를 빙 돌면서 골고루 깨워나간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일이 있다 보드러워진 밭에 엎드려 숨어있는 냉이를 캐는 일이다 흙이 잔뜩 묻어있기는 하나 겨우내 숨겨두었던 향기는 하늘과 땅을 진동한다.봄임을 알리는 전령사 노릇을 충분하게 해낸다.
아! 봄이다! 오늘과 내일이 다르고 내일과 모레가 달라지고 일주일 뒤면 우리를 더 기쁘게 할 생명의 움직임들에 기대가 되고 희망이 생기고 살맛이 생겨나는 봄이다 그 긴 겨울의 추위가 없었다면, 그 어두운 겨울의 침묵이 없었다면 봄은 이만큼의 감동을 주지는 못하리라. 삶의 겨울이 온다면 바로 이 봄날의 감동을 기다리는 자세로 살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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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냉이 한소코리 캐었네요짤그런데 내 눈엔 왜 그런 나물들이 안뜨일까 이유는 알아볼 줄 아는 눈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