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인들의 또 다른 삶의 터전 지하상가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양성철은 지난 4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실험적인 태도로 새로운 작품을 발표했다. 작가는 한국사진이 아마추어적인 사진문화와 경직되고 정교하지 못한 사진미학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인 1979년도에 첫 번째 개인전을 통해서 새로운 사진어법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 후 1980년도에는 당시의 20대, 30대 젊은 사진가들을 규합하여 시대와 조우하는 사진언어를 탐색하는 여러 전시를 개최했다. 또한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사진교육자로서 후학들을 양성하여 사진전문가 시대를 여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현재는 2006년부터 개최되어 한국사진의 또 다른 전기를 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사무국장으로서 예술행정가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번에 작가가 관심을 갖고 다룬 대상은 도시의 또 다른 문화적 중심공간인 지하상가다. 대구는 1970년대 후반에 중앙지하상가가 만들어져서 유통환경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그 후 대구역과 연결된 지하상가가 조성되었고 최근 10여년 사이에 롯데백화점이 오픈하면서 공간이 확장되었다. 또 최근엔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면서 반월당역에 대규모 지하상가가 조성되었다. 독일의 문예이론가인 발터벤야민이 아케이드에서 근대성을 발견했다면, 작가는 확장되고 있는 대구의 지하상가에서 새로운 문화와 마주했다.
반월당역 지하상가는 1호선과 2호선이 교차하는 공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늘 많은 시민들로 붐빈다. 작가는 이러한 공간을 사회학자와 같은 태도로 주목하고 관찰했다. 역동적인 이 공간은 승객들에게는 일상의 스쳐 지나는 여러 곳 중에 하나이지만 상인들에게는 치열한 삶의 터전이다. 작가는 이러한 공간을 효과적으로 재현하기 위해서 오가고 있는 시민들을 느린 셔터로 포착했다. 그와 더불어서 상가들도 함께 작품의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상가의 간판에 반사된 불빛, 간판의 상호, 광고문구 등이 기호로서 작용하며 동시대를 반영한다.
작가는 다양한 관점으로 대상에 접근했는데, 그 중에서도 지하도를 오르내리기 위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어두운 톤으로 표현한 작품은 바쁜 삶을 살고 있는 도시인들의 모습을 알레고리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도시의 역동성과 소비문화가 얽혀서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기록적인 가치를 내재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객관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사진가의 주관에 의해서 공간이 해체되어 새로운 의미가 발생한다. 작가가 포착한 지하상가의 풍경에서도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의 그러한 특성이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빛의 흔적이자 사진가의 주관적인 철학의 표상이다. 작가도 그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지하상가의 풍경을 재구성하고 해석했다. 동시대와 마주하는 이 시대의 또 다른 표상이다. 사진은 모더니즘이후 현대미술에서 각광받고 있다.
동시대를 해석하고 표현하는데 있어서 가장 유효적절한 매체라는 평가가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그러한 사진의 가치는 작가의 작품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이지점에서 작가의 작품은 동시대적인 예술적 가치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