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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 |
[부산일보 2005-02-16 12:12] | |
인터넷시대 후속편인 유비쿼터스 시대에 떠돌지도 모를 말이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에 연결할 수 있는 IT 환경이다. 굳이 컴퓨터 앞에 앉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항상 접속이 가능한 상태다. 라틴어 유비쿼터스는 항시 널리 퍼져 있는 존재,'神'을 말한다. 신의 자리를 칩이 낚아챘다. RFID(전자태그 )라는 '내 안의 칩'이다. 생물의 유전자처럼 모든 사물에 박혀 컴퓨터로 연결된다. 1989년 미 팰러앨토연구소의 마크 와이저가 개념을 만들었다. 원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었다. 'e'에 식상한 지금, 온통 'u'다. u도시 u비즈니스 u커머스 u뱅킹 등등. 가히 혁명적이다. 이미 접 두어 'e'는 구태이고 'u'는 대세이다. 이에 정부도 'u-코리아'를 선포하고 박차를 가해왔다. 그게 과했던지 IMF는 '유비쿼터스 핸 드'라며 비꼬았다. '언제 어디서나 간섭하는 정부관료의 손'이란 말이다.
전대식기자 man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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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이보그로 진화한다
양현승/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최근 IT 분야에서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이란 단어가 급부상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동시에 존재한다’라는 뜻인 ‘유비쿼터스’는, 모든 사물과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센서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보다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는 지능형 환경에 대한 개념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이러한 개념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 톰 크루즈가 지하철을 타거나 길을 걸을 때 광고의 동영상 포스터가 말을 건다든지 홍채 인식을 통해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이름을 불러주며 관심이 있는 광고의 안내 멘트를 해 주는 것은 미래 유비쿼터스 환경에서의 생활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또 주인공이 각종 센서들과 무선통신장치가 장착된 옷을 입고 가상의 화면을 넘기며 범인을 색출하는 장면은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s)’가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사용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유비쿼터스 기술이 발전되고 정보 이용이 고도화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디지털 네트워크와 정보화가 제공하는 장점을 자기 몸처럼 이용하고 싶어할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그 해답은 바로 인간과 기계, 전자장치들이 결합된 사이보그(cyborg)다.
맥루한 이래 많은 학자들은 미디어를 인간 몸의 확장으로 이해한다. 컴퓨터는 뇌의 확장이며, 카메라는 눈, 스피커는 귀의 확장이라는 것이다. 유비쿼터스 환경하에서 기존 컴퓨터는 사라지고 입는 컴퓨터나 아예 우리 몸이나 피부 속에 이식하는 컴퓨터가 보편화될 것이다. 즉 컴퓨터는 더 이상 도구에 머물지 않고 인간과 떨어질 수 없는 부분, 즉 사이보그의 반쪽이 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개인 인증 기능과 위치 추적 기능, 의료정보 제공 기능을 가진 인체이식용 컴퓨터 칩을 개발하고 있다. 응급상황에서 의료진이 스캐너로 이 칩을 판독하면 환자의 신원과 집 전화번호, 병력 등을 신속히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이 칩은 보안 유지를 위한 출입통제에 이용될 수 있고 실종이나 사고 발생시 응급센터에 위치를 알려줄 수 있다. 1998년 영국 레딩대학의 케빈 워릭 교수는 자신의 팔에 전파교신기가 내장된 컴퓨터 칩을 이식해 최초로 사이보그가 된 바 있다.
물론 당분간은 옷이나 안경 형태의 입는 컴퓨터가 주된 사이보그 장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컴퓨터를 몸 여기저기에 지니거나 이식하고 다니게 될 것이며, 이것을 인간의 신경망에 직접 연결하거나 아니면 뇌파를 통해 생각과 의지로 직접 조종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몸속의 작은 컴퓨터들은 독자적인 IP 주소를 갖고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우리 몸의 제2의 신경망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나아가 한 개인의 인체 컴퓨터 네트워크는 무선으로 다른 사람들의 네트워크와도 연결돼 하나의 거대한 집단 공동체적 신경망을 이루게 될 것이라 예측된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이 향상됨으로써 사회가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을까. 유비쿼터스 시대가 에너지, 환경 등 인류가 면한 다양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