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04:30 거대한 자연의 선물, 12사도를 만나다 드디어 먼 길을 달려 멜버른 최고의 자연 앞에 섰다. 지는 해를 마주보고 서자 하얀 포말을 거침없이 내뿜는 바다 위로 위엄 있게 서 있는 거석이 검게 떨어진다. 이 기이한 형상의 바위들이 바로 70m까지 솟아오른 거대한 석회암 절벽과 함께 경이로운 장관을 연출하는 12사도 바위다. 셔터를 누르는 곳마다 감동 넘치는 사진이 완성된다. 수천만 년 동안 남태평양의 파도가 만든 거대한 예술품 앞에 서니 경건함마저 일어난다. 이 거석들과 절벽은 지금도 바람과 파도의 영향으로 조금씩 다른 조각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PM 05:30 신비로운 로크 아드 고지 해안 12사도 바위에서 다시 차를 타고 5분 정도 가면 이번엔 로크 아드 고지(Loch Ard Gorge)에 이르게 된다. 파도가 거세고 암초가 많아 유난히 이 해안에서 난파된 배가 많았는데, 그중 ‘로크 아드’라는 배에 탔던 승객 중 두 명만이 이 해안의 계곡에 휩쓸려 와 살았다고 해서 ‘로크 아드 고지’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다. 나무 계단을 따라 계곡 밑으로 내려가면 고운 모래밭이 나오고, 그 앞으로 바다를 가로막고 있는 두 개의 기암절벽과 그 가운데로 끊임없이 밀려오고 나가는 코발트색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마치 영화 <비치>에 나오는 무인도 혹은 이상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곳이다
PM 06:30 지금은 부러진 런던 브리지 그칠 줄 모르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 장관의 종착지. 그림 같은 포트 캠벨(Port Campbell) 마을을 뒤로하고 런던 브리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거의 진 상태였다. 웅장한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대작품도 바다에 내려앉는 어둠 속에 함께 숨어들고 있었다. 해안 절벽에서 바다 쪽을 향해 길게 나온 이곳은 원래 두 개의 큰 아치를 가진 다리 모양이었는데, 1990년 1월에 큰 아치 하나가 무너져내려, 현재는 하나만 남은 상태다. 이제 뚝 떨어져버린 저 짧은 런던 브리지도 10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된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여정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돌아갈 길이 아득했지만, 무서우리만치 거대한 멜버른의 자연이 주는 감동은 가실 줄 몰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