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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의 산
태백 앞 산(1,222.2m )
기근 면해준 면산, 또는 멀리 보이는 먼 산
금대봉(1,418.1m)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원류 대박산천(일명 골지천)이 서출동류한 후 백두대간을
따라 북으로 방향을 틀어 흘러가는 태백시 삼수동 상사미에 덕항산(1,072.5m)과 마주하고 솟은 산이 앞산이다.
조선시대 사마창이 있던 창말 앞에 있다 하여 앞산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는데, 난리 때 기근을 면하게 하여
면산(免山), 또는 멀리 보이는 산이라 먼산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정상에는 산불무인감시시스템이 설치
되어 있건만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 산이름이 표기되어 있지 않고 확실한 등산로도 없다.
산행들머리는 태백시 원동으로 택했다. 원동은 35번 국도가 지나는 상사미동의 미동초교와 원동파출소가
있는 삼거리에서 421번 지방도를 따라 약 2km쯤 도로변에 능수버드나무가 서있는 '원동길 142번' 농가
앞이 실질적인 들머리다.
대덕산-금대봉 생태경관보전지역 생태감시원 장태순(54), 태백 상장산악회 길기순씨(54)와 함께 원동길
142번 슬레이트지붕 농가에서 북으로 뻥 뚫린 일정골을 향해 산행을 시작한다. 잠시 들어선 일정골
초입은 농촌구조개선책의 일환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산사면을 간벌 개간하여 더덕, 곰취 외 7종의
산채를 재배하는 산림복합경영단지를 지나자 여러 마리 개들이 악다구니로 짖어대는 태백화약상사
건물이 있는 여기까지가 길이다.
일정골로 올라 절골로 하산
수해방지 사력댐을 넘어 오른편에 지계곡이 나타나도 그대로 직진한다. 정원석으로 탐낼 만한 돌들이
계곡 바닥에 널려있다. 가시덤불과 돌들을 밟고 가느라 보행속도가 나지 않는다. 오미자나무가 감고
올라간 나무들은 모두 도채당했다. 나무를 모두 저렇게 베어버리고 오미자를 따면 내후년에는 다시
오미자를 채취하지 않겠다는 놀부의 심보인가. 욕이 안에서 부글부글 끓는다.
일정골을 따른 지 약 35분만에 일본이깔나무 군락이 보이는 계곡 너래바위에 앉아 덕지덕지 묻어있던
속세의 먼지를 털어버리고 계속 돌서덜로 간다. 계곡의 돌들을 줄창 밟고 가는 것이 지겨워 혹시 산비탈
쪽이 조금 더 편한 길이 있나 싶어 올라보니 줄딸기에 발목이 걸려 계곡의 서덜길이 훨씬 더 좋다.
너래바위를 떠난 지 40여 분에 고지대 훈련 트레일로 사용되는 임도에 닿는다. 남쪽 일정골 끝으로
백두대간의 매봉산(1,303.1m)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풍정이 무척 이국적이다. 여기서 와폭으로
떨어지는 산삼 썩은 물을 수통에 채우고, 임도 오른편 절개지로 올라 키 작은 잡목들을 헤쳐가며
오른편으로 가깝게 올려다보이는 마루금을 향하여 10분쯤 올라서자 신갈나무, 물박달나무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가덕산(1,078.2m)과 앞산을 잇는 능선에 올라섰다.
평탄한 능선에 온통 쓰레기 천지다. 산악인이 버린 쓰레기와 나물꾼들이 버린 쓰레기는 종류가
다르다. 이것은 산나물 채취자들이 버린 쓰레기가 확연하다.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5분쯤 더 진행하자
일정골과 고무실 안부에는 쓰레기들이 더욱 많고 오미자를 따느라 물푸레나무, 드릅나무, 딱총나무,
나도박달나무 등 수십 그루의 나무들을 베어 제쳤다.
생태감시원으로 있는 장태순씨가 속이 무척 상했나 보다. "형님, 양심도 없는 이 놈은 국제적으로
나쁜 놈이다." 쓰러진 나무와 덩굴을 빠져 안부를 뒤로하자 정상까지 숨이 하늘에 닿는 된비알이다.
길도 없다. 비지땀을 흘리며 돈비알을 올려치기를 25분쯤에 거친 숨을 고를 수 있는 평탄한 지형에
온통 미역줄나무다. 산불무인감시시스템 철탑이 코앞에 서 있으나 가시덤불, 미역줄나무, 거기에더
베어놓은 나무들걸을 넘고 헤쳐 가느라 애를 먹인다.
앞산 정상은 고구마처럼 남북으로 길쭉하게 생긴 지형이다. 남쪽 봉우리에는 산불무인감시카메라가
설치된 철탑이 있고, 북쪽 끝에는 삼각점이 있다. 철탑 옆에는 드럼통, 페인트통, 철근, 전선, 포장지,
음료수병 등을 철탑공사하고 고스란히 버려놓았다. 5톤 트럭 한 대분은 넘을 양이다.
철탑에서 삼각점 있는 북봉까지 약 50m를 가는데도 산딸기나무, 줄딸기, 수리취 등 모두 가시달린
식물과 공사 때 잘라버린 나무들이 앞을 가로막아 진땀을 뺐다. 깃대가 쓰러져 있는 정상 삼각점(75.
10 복구, 306)의 글씨가 풍화로 희미하여 판독이 잘 되지 않는다.
조망은 사방 거칠 것이 없다. 북으로 장병산, 숲뒤산, 찌걱산, 둥둥산 뒤로는 청옥산, 두타산에서
백두대간이 앞으로 다가오며 동으로 귀네미골의 큰재, 덕항산, 건의령은 속살을 드러내고 터널 공사
중이다. 남으로는 울진원자력발전소에서 신가평으로 가는 송전탑과 신태백변전소가 멋드러진 자연
경관을 망쳐놓았다.
그 너머에는 매봉산, 대덕산, 백병산, 금대봉, 서쪽은 삿갓봉, 삼봉산이 코앞에 있고 백운산,
두위봉, 민둥산, 지억산, 노목산, 군의산, 고양산, 가리왕산까지 가늠된다.
하산은 북북동으로 뻗은 지능선의 급비탈로 내려선다. 베어놓은 나무들걸 아래를 엎드려 기어
나가자 이제는 삼천코가 넘는 그물 같은 미역줄나무의 포위망을 뚫으며 능선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독도에 신경쓰며 15분쯤 고행길을 벗어나자 시야가 탁 트이는 묘 1기가 나타난다. 백두대간을
건너에 바라보며 중식장소로 괜찮겠다.
묘를 뒤로하고 능선 따라 10분쯤에 숲에 싸인 묘 1기가 다시 나타는는 곳에 대한광업진행공사에서
시멘트로 만든 사각형 준공표시석(1983년. 풍진 83-2호 200m)이 있다. 여기서 10분 더 산행하자
제당골 안부(1,018.7m)다. 여기서도 오미자를 따느라고 수십 년 묵은 산뽕나무, 신갈나무 20그루를
잡아놓았다. 허긴 나라에서도 공사하고 폐자재를 마구 버려 놓았는데, 우둔한 백성을 어찌 탓하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어이가 없다.
제당골 안부에서 지금까지 따르던 능선을 버리고 오른쪽 제당골~절골로 방향을 튼다. 구불구불
내려가는 길이 힘도 들지 않고 제법 풍치도 있다. 안부를 떠난 지 30여 분이 지나자 재당골 합수점이다.
묵밭을 지나니 사람들이 산열매를 채취하느라 낫질해 놓은 흔적이 있는 길을 따라 20분쯤 후에 또
다른 합수점이다.
10분쯤에 계류를 건너자 제법 수량이 많아졌다. 징검다리를 세번쯤 건넌 후 배추밭의 경운기
농로가 나오는 삼거리 절골이다. 석회암지대라 그 많던 물이 여기서 모두 땅속으로 스며들고 물
한방울도 없다. 여기서 호시절 6가구가 살았으나 오른쪽 계곡에 폐가 1채, 왼편 언덕에 농막
1채만 보일 뿐이다.
농로를 따라 5분쯤 털레털레 내려서니 엄나무, 돌배나무, 전나무를 당목으로 한 성황당이다.
벽체는 판벽이고 맞배지붕에 슬레이트로 마감하였다. 신위는 없고 철마 1구가 제단 위에 놓여있다.
성황당 조금 지난 바위절벽 구멍에서 오줌 누듯 물이 쏟아진다.
시멘트 다리를 건너 농사철에만 임시거처로 사용하는 양철지붕의 농가(상사미 절골길 38)를
뒤로한다. 절골에는 12가구가 살았으나 현재는 무인지경의 골짜구니로 변해버렸다.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절골을 빠져나오니 동쪽 하늘에 낮달이 걸려있다.
*산행길잡이
원동 일정골 입구-(1시간15분)-임도-(1시간)-정상-(35분)-제당골 안부-(30분)-절골 합수점-
(1시간25분)-상사미 절골길 버스승강장<4시간45분 소요>
*교통
태백-원동 시외버스터미널(033-552-3100)에서 시내버스 1일 2회(06:20, 17:00) 운행.
원동-태백 1일 3회(06:40, 13:10, 19:30) 운행.
태백-조탄 1일 8회(06:10, 07:40, 09:50, 12:20, 14:45, 17:50, 19:00, 19:30) 운행하는
시내버스로 미동초교 승강장에서 하차하여 일정골까지 걸어간다.
조탄-태백 상사미를 경유해 나오는 버스 1일 8회(07:00, 08:25, 10:00, 11:15, 13:00,
14:50, 17:50, 20:20) 운행. 태백~하장~임계 방면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숙식(지역번호 033)
원동 버스종점에 하늘연못펜션(552-3457)이 있다. 태백시내에도 도시락과 분식전문점
맛나분식(552-2806), 배달도 가능한 일미아구찜(553-2959, 010-2832-0626), 붐비네
해물탕(553-1632), 성류각(553-9020), 태백고원자연휴양림(550-2849), 동경장여관
(552-6624) 등이 있다.
글쓴이:김부래 태백한마음산악회 강원도에서 나고 자랐으며, 40여 년간 강원도 오지
산골을 누비고 다닌 산꾼이다. 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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