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북부의 교통 요충지이자 최대 곡창지대인 철원.
한반도의 정중앙에 있다는 점 때문에 예전부터 상당히 중요한 곳으로 인식되었다.
1100년 전 궁예가 고암산 자락에 도읍을 삼기도 했으며,
고려, 조선, 일제시대에도 함경도-강원도-황해도-경기도를 이어주는 요충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6·25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강원도 북부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주었지만,
전쟁 이후 새로 휴전선이 그어지고, 철원도 남북으로 갈리면서 완전히 몰락하게 되었다.
서울, 원산, 금강산, 춘천, 사리원 등을 연결하는 교통 중심지로서의 역할은 사라지고,
휴전선에 위치한 '변방'으로서 그 의미가 상당히 퇴색되었다.
노동당사를 제외한 철원역, 철원읍사무소, 철원군청, 관공서 등 모든 것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철원의 중심지였던 곳은 남측 민통선 내에 속하면서 점점 잊혀져만 갔다.
그래서 남한과 북한 모두 새로운 철원의 중심지를 찾게 되었는데,
새롭게 자리를 잡은 곳이 바로 동송과 갈말이다.
동송은 옛 중심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아, 흔히들 철원읍과 엮어서 '구철원'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름만 구철원일 뿐 실제로 옛 중심지와는 거리가 다소 떨어져 있다.
옛 철원의 중심지에서 동남쪽으로 5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노동당사, 철원역이 위치한 옛 중심지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이 처절히 파괴된 구 철원읍내의 쓸쓸한 뒷태를 이 곳에서 추억하는 것이다.
철원의 행정적 중심지는 갈말(신철원)이지만 실질적으론 동송의 규모가 약간 더 크다.
동송읍내와 철원읍내의 시가지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둘을 합치면 약 2만명으로서 갈말보다 무려 1.5배나 많다.
실제로 동송읍내가 갈말읍내보다 정비도 더 잘 되어있고 고층상가, 아파트의 수도 더 많다.
철원의 두 중심지를 구분할 때, 사람들은 각각 신철원과 구철원이라 부른다.
하지만 갈말에 있는 터미널을 신철원이라 부르는 것과는 달리,
이 곳에 자리잡은 터미널은 지명을 그대로 따와 '동송터미널'이라 부르곤 한다.
도로변의 높은 건물들 사이에 숨어있어 잘 보이진 않지만,
입구가 꽤 넓은데다 수시로 시외버스가 드나들기 때문에 찾아가기는 어렵지 않다.
해발 200~300m 고도에 뚜렷하게 높은 산이 없는 평탄한 지형 덕분에 철원의 겨울은 정말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그나마 갈말은 용암대지의 변두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추위가 덜하지만,
동송은 넓다란 용암대지의 한복판에 위치하여 추위가 더욱 심하다.
그래서 한 번 추위가 시작되고 나면 날씨가 풀려도 좀처럼 얼음이 녹지를 않는다.
동송을 오가는 차량들도 이런 얼음 덕분에 겨울만 되면 좀처럼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읍내 규모가 가장 커서일까, 터미널의 규모도 철원 3대 터미널 중 단연 으뜸이다.
와수리와 신철원 모두 제대로 주차할만한 공간조차 보이지 않는 반면,
동송터미널은 입구에서부터 으리으리한 자태를 멋지게 뽐내고 있다.
옛 철원 중심지에서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이렇도록 깔끔하게 만들어놓은 것일까?
동송에서 조금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옛 철원 중심지(도피안사, 노동당사, 철원역)이 나오고,
거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바로 민통선, DMZ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동송의 위치는 휴전선에 가장 가까운 접경지대라는 얘기.
그래서 동송을 경유하는 모든 차량은 이 곳을 종점으로 삼는다.
와수리도 접경지대긴 하지만 이 정도로 크지는 않은데,
전형적인 군부대 마을인 와수리와는 달리 이 곳은 읍내 규모가 상당히 발달해 있어서,
그 때문에 규모가 이렇게까지 클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
어마어마한 진입로, 박차장에 비하면 대합실의 규모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터미널 맞이방에 들어온게 아니라 마치 일반 가정집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실제로 대합실의 공기는 굉장히 따스하고 아늑했고,
매표소 주인께서도 이 곳에서 직접 생활하고 계신다.
이 곳 저 곳을 아무리 둘러봐도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느낌이다.
대합실에 가지런히 놓인 소파들이 아늑한 분위기를 한껏 띄워준다.
동송은 3번국도와 인접한 까닭에 대규모의 군부대가 사방으로 흩뿌려져 있다.
그만큼 철원 내부에서도 지리적·군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는데,
그 때문인지 군장병의 수요도 어마어마하고 동서울·수유리로 가는 완행버스도 10~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배차가 길어봤자 25분 정도고, 짧으면 5분까지도 좁혀지는 수준.
인구에 비례해서 상당히 자주 운행하는 편인데,
그만큼 군장병 관련수요가 절대적인 입지를 차지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철원 터미널들이 대체적으로 그렇듯, 이 곳도 타지역으로 연결되는 교통편은 열약하다.
신철원, 일동, 현리, 청평, 가평, 강촌을 거쳐 춘천으로 운행하는 노선은 하루 6회이고,
문혜리, 자등리, 사창리, 어리고개를 거쳐 춘천으로 운행하는 노선은 하루 3회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수원 5회, 인천 3회, 청주-대전 2회, 전주 1회가 각각 운행된다.
가장 눈여겨볼 것이 강남(센트럴시티)으로 가는 고속버스 노선이다.
철원은 커녕 포천에도 고속도로가 깔려있지 않은데다,
동서울과 수유리로 가는 노선이 자주 운행하는데도 뚫려있다는게 무척 인상적이다.
아마도 지방 쪽에서 철원을 올라오려는 사람들에게 강남 환승을 유도하려고 만든 것 같은데,
시간만 잘 맞추면 타지역에서 동송까지 편하게 올 수 있을 것이다.
장기계획으로는 서울-포천간 고속도로를 뚫을 예정이지만,
아직까지는 최소 의정부, 퇴계원까지 내려가야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실정이다.
거의 대부분 국도로만 이용하기 때문에 요금이 어마어마한데,
대표적인 예로 서울과 비슷하게 떨어진 천안과의 요금 차이다.
고속도로만 주로 이용하는 서울-천안은 4,800원을 받는 반면,
거의 대부분을 국도로 경유하는 서울-동송은 11,200원씩이나 받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이 생활권으로 삼는 의정부까지도 무려 6,600원씩이나 하는데,
교통의 중심지에서 교통의 변방으로 변한 현실이 다시금 안타깝게 느껴진다.
분단만 되지 않았어도 고속도로, 철도망이 무척 발달하였을텐데...
아마 분단이라는 현실만 아니었으면 지금 이 자리에는 터미널이 없었을 것이다.
철원역-노동당사 근처 어딘가에 어마어마한 규모로 자리잡고 있었을 것이다.
넓기만 하고 썰렁하기 그지없는 박차장의 모습은 상상도 못할테고,
서울을 비롯해 원산, 평양, 부산, 광주, 함흥, 춘천-원주, 사리원 등 전국 각지로 뻗는 버스들로 몸살을 앓았을 것이다.
그러나 분단으로 한 번의 타격을 맞고 6·25로 인해 철원은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당시엔 민통선에 속했던 구 철원읍내의 바로 남쪽 지역에 새로 조성한 동송시가지.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이 만들게 된 동송터미널.
지금은 강원도의 교통중심지가 아닌 '최전방'으로서의 군사적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고,
행정구역만 강원도일뿐 생활권은 수도권에 속하는 이질적인 공간으로 변모하였다.
그래서 동송터미널을 꽉 쥐고 있는 강원고속도 그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다.
강원도이지만 경기도처럼 변해버린 동송.
그러나 아직 이 지역을 꽉 쥐고 있는 강원고속.
얼마 전에 개통된 청주-대전행 31인승 시외버스가 출발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서 고속도로까지만 가는데도 꽤나 시간이 걸리는데...
대전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소요될지 괜히 전구간을 다 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분단이란 상황만 아니었다면 경원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금강산진입로 등이 교차하는,
강원도에서 최고로 교통이 편리한 지역으로 부상했을 철원.
그러나 '~할 것이다'라가 아무리 추측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의 현실은 강원도 북서부의 조그만 시골 변방에 불과하니까.
그래서 동송터미널은 더욱 갈망하는지도 모른다.
강원도 북부의 교통을 꽉 휘어잡는 대형 중심지가 되었을 그 상황을,
파괴된 옛 중심지를 바라보며 저 혼자 쓸쓸히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첫댓글 여기서 조금만 더올라가면 선진고속 차고지 나옵니다.ㅋ 예전에 군복무했던곳이라 기억이 생생함 ㅋ
선진고속 차고지도 여기에 있었군요. 동송터미널과 통합해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조금 의아하기도 하네요.
선진 39-2번 타시고 가다보면 비교적 넓은 차고가 있지요.. 지금 터미널은 강원고속 차고인가요?
^^부대는 운천에 있었지만 전차부대의 특성상 사격장은 지포리(갈말읍),작계지역은 동송 금학산계곡이었고.운전병인 관계로 동송시내및 여기저기 산으로도 많이 돌아다녔습니다.물론 터미널 앞으로도 많이 돌아다녔었는데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한게 없는것 같군요..사진 글 잘봤습니다.
정비가 너무 일찍 된건지, 그동안 개발이 안 된 것인지... 12년동안 그대로라는게 조금 놀랍기도 합니다. --;;
운천에 있는 기갑여단이면 혹시 1기갑이 아니셨는지요.. 저도 운천(21연대 3대대..지금은 8사 포병여단인가로 바뀌었다고 하던데요..) 에서 군생활을 한터라.. 왠지 방갑기도 한데요..
미키님^^반갑습니다..네 맞아요.1기갑여단 15전차대대라고..K-1전차로써는 최전방부대였죠.3사단.6사단 전차대대는 모두 M-48구형전차였던걸로 기억합니다. 3사단.6사단 마크는 신물나게 봤었고 8사단 노란 오뚜기부대마크도 심심찮게 봐왔습니다.정말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라니깐요..
선진고속차고지 동송터미널에서 10~15분정도의 도보로도 닿을수있는거리지요 ㅋㅋ..운행 마친차량들이 터미널에서 다시나온후 차고지에서 휴식한다음에 다시 터미널로 와서 운행하지요...ㅋㅋ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제가 철원 동송에서 군복무 시절 수유리로 가는 버스 탈때가 생생하게 기억 나군요..ㅋㅋ
운임표에서 옥의 티를 발견했습니다. 경북대가 아니라 경복대이지요. 경북대는 대구에 있는데...
^^소망의 바다님 정말 예리하시네요...신북면에 있는 경복대 맞습니다.
의외로 5군단 예하부대에서 군복무를 하신 회원님들이 많으시네요... 반갑습니다...^^ 5군단 예하부대인 6사단 정비대대 운전병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03년 12월 25일 제대했었죠... 당시만 해도 동송터미널에 들어와 있던 버스의 80%이상이 영종여객(지금의 선진고속)이었는데 지금은 선진고속이 터미널에서 주.박차를 안하나 보네요... 그리고 전주행 버스의 시간이 08시 10분이라면 승객이 생각보다 적을듯 하네요... 07시 아침식사 후 이런저런 신고하고 나면 빨리나와야 부대에서 07시 50분 정도에 나올수 있었는데 이런점을 감안해서 08시 40분쯤 출발한다면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정비대대 출신이셨군요^^;;..저는19연대출신입니다^^;;;...아무튼...작년여름부터였나..선진고속차량들이 동송터미널에서 거의 출발대기하는 모습이 보기힘들어졌지요..(거의 출발시간 5~15분전터미널에서 대기하고 출발합니다..)그리고 전주행도 동송터미널에 휴가가는 군인들 몰리는시간보다(대략8시30분이후~9시) 일찍출발이라 호남지역으로 휴가가는 군인들은 어쩔수없이 수유직통이용후 용산역으로 많이 이용하더군요(센트럴 노선도 지금은 잘모르겠지만 개통초기에는 시간안맞아서 저도 이용자체 못하는바람에 수유직통이나 동서울행 이용했었지요;;)
저도 6xx출신입니다. 2R출신입니다. 항상 부대에서 신고하고 동송나오면 8시 넘는줄 알고있습니다. 거의대부분 동서울이나 수유가서 집으로 갑니다. ㅋ
저는 6사단 포병연대 출신 운전병이었는데ㅋㅋ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동송터미널을 보니 예전 생각이 나네요 ㅠㅠㅠ
선진고속차고지는 원래 터미널이였지만, 잦은 민원으로 인해 철원군 문화복지센터로 이전을 하게되었지요 ^^ 동송터미널은 강원,진흥고속의 박차장으로만 사용되고있습니다 ^^
^^ 동송 -> 대전간 버스의 소요시간은 3시간 50분정도입니다 ^^ 의외로 안걸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