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불쌍한 한의학도의 고백
신경성 위염神經性 胃炎, 심계항진心悸亢進, 불면不眠, 심번心煩, 불안不安, 초조焦燥, 현량眩暈, 기체요통氣滯腰痛, 이명耳鳴, 대인 공포증對人 恐怖症, 폐쇄 공포증閉鎖 恐怖症 등등 ... 이상以上은 본인이 한의대 입학 후 겪어 온 증상들로서 지금은 회복되었으나 아직도 심한 스트레스 시엔 어김없이 나타나 괴롭힌다. 특히 올해엔 놈들의 행폐가 극치를 이루었으니 휴학을 결심할 정도로 손영기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너져 버렸다.
향부자팔물탕香附子八物湯,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 가미귀온탕加味歸溫湯, 청서익기탕淸暑益氣湯, 건리탕健理湯,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향사육군자탕香砂六君子湯, 자음건비탕滋陰健脾湯, 귀비탕歸脾湯, 가미온담탕加味溫膽湯, 소합향원蘇合香元, 交感丹, 쌍화탕雙和湯,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 팔미환八味丸, 향사평위산香砂平胃散, 전씨이공산錢氏異功散 등등 ... 이상以上은 본인이 그 악귀를 쫓아내고자 먹어 온 약들로서 당시엔 잠시 효과를 보았으나 곧 다시 나타나 내 자신의 무지함을 비웃듯 온 몸을 할퀴며 지나간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왜 이렇게 고통을 받는가? 남들은 쉽게 넘기는 것들이 왜 나에겐 큰 짐이 되는가? 이에 나는 부처에게, 노자에게, 공자에게, 황제에게 심지어는 프로이드와 융에게까지 매달려 다음의 해답을 얻었다.
"이 모든 것은 나의 삐뚤어진 마음에서 비롯하였다."
지나칠 만큼 완벽주의적이고 비판적인 나의 눈엔 이 세상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스스로 만든 관념의 틀, 너무 일찍 형성된 나의 인생관, 우주관, 학문관의 틀 속에 세상은 생각대로 쉽게 맞춰지질 않았다. 이러한 관념과 실상의 괴리는 심각한 갈등을 초래했으니 5년이상 지속된 이런 상태가 곪을대로 곪아 결국 터져버렸다. 게다가 믿었던 사람들에 대한 몸서리쳐지는 배신감, 그동안 나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감은 이미 터진 상처를 더욱 깊게 했으니 올 일년은 내 자신과 생사를 건 투쟁의 나날이었다.
첫댓글 윗글을 보면 한의학은 남에게 가르치는 학문이 아니라 스스로가 스스로를 알기 위해 하는 학문이고 나아가 내가 속한 내주위에 도움을 주는 의학 이란 개념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듯 합니다
저도 한의학을 포함한 동양학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실제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측면이 많은 학문이다라고 느껴가고 있습니다.(그냥 하늘천 따지 외우는 동양학 말고 나를 다시 하는 동양학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