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 목사)은 지난 3월 22일 중구 소공동 소재 국가인권위원회10층 배움터에서 국내에선 처음으로 탈북자청문회를 개최하였다. 그간 정부나 국책연구기관에서 비공개로 탈북자 면담을 실시한 바 있고, 야당으로서 북한인권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이 개별 의원 차원에서 탈북자 공청회를 열기는 했다. 또 해외에서도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외국의 NGO들과 함께 공동주최한 국제토론회에서 탈북자 증언이 나왔던 적은 있다. 하지만 탈북자 중심으로 국내에서 NGO가 공개 청문회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공개청문회에 대한 국내외 언론 및 방송의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국내 지상파 3개 방송과 YTN, 와싱톤포스트와 뉴욕타임즈 서울지부, 미국의 소리(VOA), 자유아시아방송(RFA), 사회교육방송, 동아일보, 연합뉴스 등이 현장 취재를 했다. 또 뉴데일리, 데일리안, 프리존뉴스, 데일리NK, 코나스 등 인터넷 언론 등도 대부분 모두 참여했다.
금년 5월 북한인권난민국제회의가 열리는 노르웨이의 경우, 서울 주재 대사관 직원을 보내 이번 청문회를 참관토록 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영국에 본부가 있는 국제기독교연대(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 CSW)의 서울 주재원 산드라 파회(30대 초반의 아일랜드 출신 여성, 런던대학교 박사과정)도 참여했다. 이 밖에도 몇몇 외국인들이 눈에 띠였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이번에 탈북자 청문회를 개최하게 된 동기와 배경은 한마디로 말해서 “전 세계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북한 내 인권유린 상황을 탈북동포의 구체적인 증언을 통해 고발함으로써,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과 인간다운 삶의 보장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이를 위해 사상과 이념을 초월한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 강화하려는 데” 있었다.
이 날 행사는 본격적인 청문회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탈북자 처형 장면, 동상으로 발가락이 모두 잘린 채 구걸하는 어린이의 모습 등 북한의 참혹한 인권참상을 담은 영상물의 방영을 통해 북한인권의 참상을 생생하게 눈으로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곧이어 거행된 공개 청문회에는 탈북자 4명이 증인으로 참가했다. 요덕수용소에 8년간 수감된 경험이 있는 김영순(여 67세, 2003년 입국), 도 부위부에서 1년감 수감됐던 문현옥(여 43세, 2002년 입국), 고등중학교를 중퇴한 이현심(여 24세, 2003년 입국), 사리원 인민병원 의사 출신 이광철(남 44세, 2005년 입국)씨 등이 출석했고, 청문위원으로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제성호 공동대표, 고려대 이신화 교수,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총장(뉴라이트전국연합 북한인권특별위원장), 한양대 최재동 대학생 등이 참석했다. 탈북자들은 모두 최근 5년 사이 입국한 사람들이었다.
이번 탈북자 청문회에선 매우 충격적인 북한 인권 유린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1> 김정일의 동거녀 성혜림(2002년 사망)과 함께 학창시절(고교, 대학)을 함께 보냈고 그녀에 관해 자세하게 안다는 이유만으로 함경남도 요덕수용소에 8년 6개월간 수감된 <<김영순>>씨가 첫 번째로 증언했다. 김영순 씨는 “정치범수용소는 경비가 살벌하고, 북한의 정치범들은 서로를 감시해 탈출이 불가능하다”며 “1973년 2명의 수인이 탈출을 시도하다 잡혀 전체 수감자들 앞에서 공개처형 당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공개처형 당시에 대해 “보위부원들이 탈출을 시도한 수인들에게 '반혁명분자 누구를 인민의 이름으로 처단한다'고 외치며 머리, 심장, 배에 총을 쏴 처형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김 씨는 가슴아픈 가족사를 털어놓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남편이 1970년 정치범 혐의를 받아 끌려간 후 이제까지 생사를 모르고 있다. 1970년 요덕수용소에 가족 다섯명과 함께 수용됐다. 들어간 해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굶어죽었다. 아들 하나는 수용소에 들어간지 2년만에 9살 나이로 물에 빠져 죽었다. 또 다른 아들은 89년 탈북을 하려다 발각돼 총살을 당했다. 외동딸은 78년 요덕수용소를 나오면서 자식이 없는 집에 입양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식구 다섯을 잃고 대한민국에 왔다. 이제 속시원히 이런 말이라도 하니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밖에도 그는 “탈출을 감행하다 붙잡힌 20대 청년 두 명이 공개처형되는 것을 목격했으며 동상과 전염병이 창궐해 하루에도 수십명씩 죽어나갔다”고 증언했다.
<2> 이어 증언한 의사 출신의 이광철 씨는 평양에는 왜 장애인이 없느냐는 청문위원의 질문에 대해 “사고로 인해 장애인이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북한에 (선천적) 장애인은 거의 없다”며, “국가에서 장애인을 없애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아니나, 먹고 살기 힘들어 멀쩡한 자식도 버리는 상황이라 기형아로 태어난 아기를 죽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그는 “장애아가 태어나면 대부분 엎어놔 죽인다”고 하면서 동료 산부인과 의사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또 북한 사회가 살기 힘들기 때문에 부모들도 순순히 동의하는 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씨는 “공장에서 생산한 약을 일반 인민이 제공 받기 힘들며 약을 받으려면 필요한 사람이 직접 약초를 캐서 의사에게 줘야 의사가 약을 제조해 준다”라고 북한의 열악한 의약 보급 실태를 증언했다.
<3> 2001년 처음 탈북했다가 2002년 베트남에서 체포돼 중국으로 송환돼 무산 보위부에 수감된 적이 있는 이현심 씨는 “전염병으로 구류장에서 죽어나가는 6명의 사람을 목격했다”며 “여성들은 심하게 구타를 당하지는 않지만 남성들은 매우 심한 구타를 당해 머리가 터져 병원에 실려 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안이 저지르는 인권 유린에 대해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이씨는 “중국 심양에서 잡혀온 26세의 한 탈북 여성과 감방에 같이 있었다. 이 여자가 ‘북한에 되돌아가지는 않겠다’고 심하게 반발하자, 중국 공안이 양 팔을 묶어 세워두고 전기충격기로 고문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이 여자는 옷핀을 삼키고 자살 기도를 했다. 입을 벌리며 괴로워하고 있는데, 중국 공안이 입에 대변을 닦은 휴지를 물리고 구둣발로 마구 찼다. 그리고 북송을 시켰는데 북한에 도착한지 한 시간도 안돼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4> 1998년 탈북했다가 다음해 강제 북송된 후 함경북도 청진 도(道)보위부 구류장에서 1년간 수감생활을 했던 문현옥씨는 중국에 팔려가는 북한 여성의 비참한 실상을 고발했다. “1997년 우리 마을에서만 13명의 젊은 여성들이 중국에 팔려갔다”며 “한 여성은 남자 3대가 모여사는 집에 팔려갔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셋이 같이 사는 집이었는데 남자 다섯명이 돌아가면서 이 여자를 데리고 잤다. 결국 이 여성은 그걸 못 견디고 북한으로 다시 넘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보위부원들에게 구타를 당해 조산을 한 젊은 여성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문씨는 “중국에 팔려갔다가 누군가의 밀고 때문에 북한으로 송환된 젊은 여성이 있었다.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잡혀왔는데 돌아오자마자 보위부원들이 배를 마구 차 여자가 하혈을 했다. ‘중국놈 종자를 배에 담아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피를 닦아주려고 해도 감방에는 수건도 걸레도 없었다. 하룻밤 만에 아이가 태어났는데 보위부원들이 애를 엎어놔 죽였다”고 고발했다.
문씨는 “어이없는 이유로 고문을 당하기도 한다”며 “어떤 여자는 손톱에 메니큐어를 칠했다는 이유로 쇠꼬챙이로 손이 으깨지는 일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이 밖에도 그는 “온성군 보위부에 죄수만 3백명이 수감되어 있었는데 하루에 수명씩 굶어 죽었다”면서 “한국행을 하려다 잡힌 죄수에게는 먹을 것을 제대로 주지 않았고 당시 파라티푸스, 장티푸스, 옴 등 전염병이 돌아 한달에 32명이 죽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1999년 남편과 함께 청진에 있는 구류장에 수감됐으나 남편이 숨졌다는 사실을 게시판에 붙은 공고를 보고서야 알았고, 그가 고문으로 숨졌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비참한 가족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탈북자 4명이 밝힌 내용은 하나 같이 충격적인 것들이었다. 이 중에서도 이광철씨의 영아살해에 관한 증언은 지금 국제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이에 관해서는 최근 데일리안의 기사가 잘 전하고 있다.
청문회를 마치고 뉴라이트전국연합은 ‘북한당국의 인권개선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그 주된 내용은 공개 처형, 영아살해, 종교탄압, 인신매매 등 김정일 정권의 반인륜적 범죄를 우리 정부가 방관하고 있는데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첫째, 정부와 국회는 북한당국의 반인륜적 작태를 규탄하고 북한 주민의 생명을 살리는 인권 개선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라, 둘째, 노무현 정부는 북한인권을 침묵하는 조용한 외교를 중단해라 셋째, 김정일 정권은 최악의 반인권적 범죄를 중단하라는 것 등이었다.
이번 탈북자 청문회는 매우 성공적인 것이었다고 자평하고 싶다. 우선 북한인권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향후 정부의 정책과 국회의 대책을 바꾸는 데 다소나마 이바지할 수 있는 외에도 국제연대와 협력의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관련, 앞으로 청문회 내용을 정리해서 정부, 정당, 국회 등에 제출해 정부의 소극적인 북한인권정책의 변화를 촉구할 계획이다.
더불어 앞으로 뉴라이트전국연합은 탈북자 청문회 외에, 2/4분기에 납북자 청문회, 3/4분기에 국군포로청문회도 개최할 예정이며, 금년 말에 북한인권에 관한 종합평가회를 열 계획으로 있다. 또한 전국연합은 오는 4~5월경 북한 인권 유린을 방치해 온 한국과 중국, 북한 정부 당국자를 가상 법정에 세우는 ‘국제민간법정’도 개최할 예정이다. 여러분들의 깊은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리는 바이다. (프리존)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