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독일의 최대일간지 빌트가 선정한 제네바모터쇼를 빛낸 모델들 10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정확하게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의미 있는' 그런 10대의 자동차쯤으로 이해를 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그러면 최근 모델부터 시작해 시간을 거꾸로 타고 가며 10가지 모델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멋진 시간 여행, 준비되셨죠?
2013년 오펠 모카
라 페라리, 맥클라렌 P1 같은 엄청난 자동차들을 제치고 모카를 선정했네요. 아마도 소형 SUV의 새로운 길을 본격적으로 열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유럽에서 가장 뜨거운 차종은 해치백이나 왜건이 아닌 SUV입니다. 특히 준중형급 SUV 이하에서 계속해서 차량들이 나올 예정이라 (메르세데스 조차 X클래스라는 소형 SUV를 2018년에 내놓게 됩니다.) 이 흐름의 첫 발 모카를 간과할 순 없을 거라 봅니다.
2003년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2003년 제네바에서 데뷔한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입니다. 현재 람보르기니 룩(LOOK)의 원조라 할 수 있는데요. 람보르기니가 많이 팔리는 스포츠카가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가야르도는 투우 사육사인 미우라가 키운 소 중 하나의 이름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Gallardo는 이태리가 아닌 스페인어입니다.
1983년 미쓰비시 스페이스 왜건
미니밴 느낌이 나죠? 왜건입니다. 허나 왜건이면서도 현대적인 미니밴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요. 이런 이유로 의미 있는 자동차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잘 모르시겠지만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시장에선 이 왜건이 (물론 세대가 바뀌었겠죠?) 여전히 잘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공간 활용의 좋은 예와 같은 자동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983년 푸조 205
83년 출품작이 한 대 더 선정이 됐네요. 푸조 205는 80년대 프랑스 소형 해치백의 전성시대를 이끈 모델이자 현재 한국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는 208의 조상이 됩니다. 프랑스 자동차업계를 당시 살려낸 자동차로 길이 기억이 될 모델이죠. 특히 205 GTI는 아직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파리 다카르 죽음의 랠리에서 우승한 205 T16 같은 모델도 차 좋아하는 분들의 입에 늘 오르내리곤 합니다. 푸조는 저 때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금의 프랑스 차들의 위기를 극복한 히트작이 얼른 나와주었으면...
1979년 골프 카브리오
ㅎㅎㅎㅎ 전 저 차를 보면 웃음부터 나옵니다. 대중적 준중형 카브리오라는 점 외에 운전석 뒤에 있는 롤바 보이시죠? 롤바는 카브리오 모델들이 주로 달고 있었는데 차가 전복되었을 때 보호대 역할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롤바가 마치 장바구니 손잡이 같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차는 실제로 '딸기 바구니'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소박하고 사랑스런 차가 아닌가 싶습니다.
1977년 스즈키 짐니
스즈키의 대표적인 경지프 짐니입니다. 사실 이 차의 데뷔는 1970년으로 올라가죠. 그런데 77년에 제네바모터쇼에서 소개되며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게 됐습니다. 정말 일본스럽(?)게 작고 귀여운 그런 지프모델이 아닌가 싶은데요. 배기량도 처음에 나왔을 땐 400cc가 채 안되었죠. 지금 팔리고 있는 짐니는 예전 아시아에서 만든 록스타나 레토나와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그들 보다 더 작은 모델입니다. 스즈키 역시 인도나 동남아시아에선 여전히 잘 팔리고 있죠. 아...이런 2인승 경지프 타고 놀면 재밌겠죠?
1972년 포드 그라나다
이 차는 미국 포드가 아닌 포드 독일법인에서 만들어진 준대형급 모델입니다. 나름 포드가 유럽의 고급차 시장에 진입을 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모델인데요. 하지만 품질이 많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판매에선 성공적이었다고 하는군요. 저는 직선과 곡선이 절제된 채 조화를 이룬 디자인에 매우 큰 점수를 주고 싶은 그런 자동차가 이 72년형 그라나다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한국 자동차 역사에서 포드 그라나다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1978년 현대자동차가 이 차를 수입해 (72년형 아니고 이후 모델) 판매를 시작했고요. 약 10년 정도 후에 자체적으로 브랜드를 내걸어 그라나다 후속 모델을 만들었는데 그게 '그랜저'였습니다.
1966년 BMW 1600-2
BMW가 지금처럼 인상 팍 쓰고 살던 시절이 아닌, 귀여운 세단의 느낌을 주던 시절이 있었죠. 그리고 그런 시절이 이어지는데 징검다리 같은 역할을 한 차가 있습니다. 바로 1600-2 모델이죠. 비율과 라인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흠잡을 곳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이 차는 '콤팩트스포츠세단'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모델로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아~ 저 시절의 BMW 한 대 나중에 나이 들어 장만한 다음, 주말 마다 동네 드라이브라도 다닐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거 같습니다.
1962년 페라리 250 GTO
ㅠ.ㅠ 페라리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 그 시절을 이끈 대표적인 모델이 이 250 GTO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이 차는 36대인가요? 그것밖에 만들어지지 않아서 당시 보다 오히려 요즘 더 전설로 각광받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부가티 57SC 아틀란틱과 세계 최고가 경쟁을 엎치락뒤치락하는 유일한 모델이 아닐까 싶은데요. 400억에 가까운 가격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 차는 정말 아름다운 자동차로 역사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겁니다.
1961년 재규어 E 타입
페라리 250 GTO 보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더 보편적으로 높게 평가되는 차가 있다면 재규어 E타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닥 끌리진 않지만 이 측면 라인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디는 항공기 디자이너 출신인 말콤 세이어가 맡았는데요. 역시 비행기의 공기 역학적인, 그리고 스타일이 함께 잘 반영이 되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재규어 E타입은 제네바모터쇼에 72년에도 또 후속 모델을 선보이기도 해서 이 모터쇼와는 인연이 깊다 하겠습니다.
이 차는 단순히 디자인만으로 평가를 높게 받는 건 아니고요. 1970년에 만들어진 E타입 3시리즈의 경우는 지금은 참 구경하기 힘들어진 V12기통에 276마력의 힘을 내기까지 했고, 이 모델은 E타입의 판매에도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 때 이 차 산 분들, 횡재했습니다요!
자동차가 갈수록 기능과 안전성 문제로 크고 복잡해지고 있긴 하지만 스타일면에서는 예전의 차들이 더 매력적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오히려 디자인이 안전성을 고려해 복잡해지는 바람에 수리비용도 더 올려 놓고 있는데요. 다시 한 번 단순한 미학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 합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데, 다시 그런 날을 만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