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타운.1
강 형 철
1-지도를 보면 아직 가슴 벌벌 뛰는
2-반쪽짜리 우리들을 향하여
3-아메리카 타운에 사는
4-검둥이들은 번쩍거리는 자켓에
5-우리들의 지도를 미싱으로 찍어 쉽게
6-통일시키고 D.M.Z. 도 잊지 않고
7-그려넣고 빛깔 곱게 수도 놓아
8-평양, 개성, 동두천, 군산
9-내 땅을 모두 지렁이 글자로 꿰차고
10-눈두덩 먹칠한 내 누나를
11-대낮인데도 젖가슴 더듬으며
12-주둔하는 동안은 내것이라고
13-활딱 뒤집힌 입술로 껌을 씹는다
14-선창가 홍어의 등덜미를 찍는
15-갈쿠리는 누구의 가슴을 찍어
16-황색이젓 옹기그릇에 담그는 것이냐
17-한겨울, 빨래줄에 걸려 있는
18-수십 개의 팬티
19-작대기를 받쳐 봐도
20-아래로 아래로만 쳐지는
21-구멍이 뚫려 하늘에다 삿대질하는
22-물끼와 가난은 스레트지붕
23-고드름으로 엉켜 황토 흙고름으로 얼어
24-퍽퍽 소리내며 허물어지고
25-옥양목빛 팬티는 미친년처럼
26-펄럭이는데 깃발되어 찢어지는데
27-대낮, 여기 아메리카 타운은
28-숨소리 하나 없고
29-일수 아줌마 술집 주인만
30-어둔 처마 밑은 기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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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과 민족에 대한 아픔을 노래한 시인데 참 생소하네요~
이상국 시인의 우리는 읍으로 간다와는 또 다른 느낌의 시....
여러분들의 비평과 이 시의 숨은 의미를 알고 싶습니다~~
시인촌 여러분들의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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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다.
동두천이라는 동네에 몇해 살았던 적이 있던 나로서는
눈에 밟히는 장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 시는 감상이고 뭐고 할것도 없이 대낮
미군기지 근처에 형성된 양공주촌의 한 장면을 그대로
한폭의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이 시인은
어떻게 어떤 색깔의 채색과 음률로 그려 내었는가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 시를 감상하는데 한층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위 내가 번호를 먹여 행구분한 30행의 음률을 따라서
시인의 심상속으로 들어가 보자.
1행 지도를 보면 가슴이 벌벌 뛴다고 하고 있다.
어째서 그런가? 2행에 바로 답을 제시하고 있다.
반쪽짜리 가슴이라서 그렇다. 지금 강정구 교수사건을
보더라도 그 반쪽의 가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하물며 70년대 80년대야 말해
무엇하랴? 흔히 말하는 레드컴플렉스이다.
예전엔 일기예보 방송에서도 북쪽 지도는 안나오고
남쪽의 지도만 나오고 또는 복쪽 부분은 다른 색깔로
표기되어 방송되던 시절이 있었다. 날씨마져
갈라져서 나오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 시는 한반도의 분단에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미국, 그 종주국의 군인
껌둥이가 입고 있는 가죽잠바의 무뉘에서 쉽게 통일
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반쪽의 지도가 활개치던 시대에 온전한 지도를
등짝에 그려넣은 미군은 그러니까 벌벌떠는
레드컴플렉스의 가슴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러니까 벌벌떠는 것은 이땅의 식민지 민중들인
것이고 종주죽의 군인이야 이 땅의 현실같은 것은
그 흥미의 대상이 아닌 것이고 아무렇게나 영어글씨로
턱하니 온전한 지도를 그려넣을 정도로 무관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굶주려 있는 파견군인이야 그 성적대상이
항상 주된 관심사일 것이요, 미국기지가 있는 어느 동네나
그 성적놀이개의 대상으로, 정액받이로 매춘굴이 형성되어
있다.
14-선창가 홍어의 등덜미를 찍는
15-갈쿠리는 누구의 가슴을 찍어
16-황색이젓 옹기그릇에 담그는 것이냐
14-16행에 이르러 시인은 감정을 노출하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바로 양키의 정액받이로
가난과, 아픔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을 찍는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칼쿠리로 등덜미를 찍는 아픔으로
그 모든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며 읽고 있는
나 독자 백학의 가슴 마져도 마구 마구 찢어 놓고 있다
이하 휘날리는 팬티나, 고드름의 풍경은 이미
퍽퍽 찍어 무너진 가슴의 내면풍경을 더욱 찢어지게
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더군다나 식민지땅 돈없는
여성들의 사는 모습이 이리 찢어지는 모습일진데
조용하여서, 숨막히도록 조용하여서 더욱
답답한 것이다.
이상, 감상끝. 읽기만 하여도 나에게는 모든 감정이
전될되는 시라서, 달리 어찌 감상할 도리가 없음을
양해하여 주시길...
의문나는 구절이나, 이해 안되는 감정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그 행과 이유를 말하면 다시 감상해 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