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순의 일본리포트] 연예인 혼전임신
지난 13일 일본 연예계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메가톤급 뉴스가 터졌기 때문
이었다.
히로스에 료코(廣末凉子. 23세).
우리나라에는 '철도원'이란 영화로 얼굴이 알려져 있다. 또한 10여개의 팬클럽
사이트가 있을만큼 한국에도 마니아들이 있다. 물론 일본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톱스타다. 특히 일본 남성들에게는 압도적으로 인기가 높다. 그런만큼 그녀가
가는 곳은 늘 남자 얘기로 화제만발이어서, 일본 연예전문 기자들 사이에서는
스캔들 메이커로 불리운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캔들의 성격이 전혀 달랐다. 같은 연예계 종사자들도 너무
놀라 입을 쩍 벌렸을 정도로 충격적인 뉴스였다. '데키잣다콘(できちゃった婚)'.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혼전임신'이라는 뜻이다. 히로스에 료코가 바로 혼전임신을
한 것이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일본인들은 깜짝 놀랐다.
불과 두달전 배우로서 연기에 몰두하기 위해 와세다대학을 자퇴한다고 발표했던
그녀였다. 실제로 히로스에는 나오키상 수상작가인 재일동포 출신 연극 연출가
츠카 고헤이(김봉웅)의 작품 '비룡전'에 출연해서 열정적인 연기를 펼쳤던 만큼
충격의 파장이 대단히 컸다.
하지만 당사자인 히로스에는 당당하게 행동했다.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매스컴에 보도된 임신 4개월이 실제론 5개월이라고
정정해 줄만큼 여유를 보이며 임신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일본인들이 쇼크를 받은 것은 그녀의 임신 사실이 과거의 행동에 비추어 전혀
예기치 않은 임신이라는 것이었다. '연예 생활은 그만 둘 수 있어도 남자와의
연애는 그만둘 수 없다'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할 정도로 자유분방한 남자관계와
돌출행동으로 주변을 놀라게 하는 기행벽, 그러면서도 깜찍한 용모와 귀여운
말투로 그녀는 젊은 남성들을 사로잡았다.
중학생 시절, TV CF 오디션에 응모, 픽업되어 이제 내년이면 연기생활
10년째를 맞이하는 그녀의 연기는, 연극 '비룡전'을 계기로 한창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가하면 97년에는 가수로도 데뷔, 노래가 대히트를 하는 바람에 그 해
'NHK가요 홍백전'에 가수로서 출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년전에는 '레옹'
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배우 장 르노와 '와사비'란 영화에 노란 머리를 하고
비행소녀로 열연해, 연기자로서도 크게 인정을 받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그녀는 끊임없이 배우, 모델, 가수들과 염문을 뿌렸고,
그래서 한 때는 그녀의 소속사에서조차 '통제불가능'일 정도로 매니지먼트가
엉망진창인 적이 있었다. 오죽했으면 그녀의 소속사 관계자가 히로스에는
본능으로 사는 여자라고 말했을까.
그랬던 히로스에가 갑자기 임신을 한 뒤 '데키잣다콘'을 하게 됐다고 평소와는
다르게 성실하게 이야기하니 당연히 일본인들이 놀랄 수밖에. 남자들과 자유분방
하게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임신을 하고 결혼을 한다고
선언하니 사람들이 놀라는 것도 사실 무리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그녀가 정숙한 임산부가 돼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 양육할 여성으로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부인할 수 없는 것. 현재 임신 5개월로 약혼 반지까지 내보이며
모델이자 패션디자이너인 오카자와 다카히로(28)와의 결혼을 선언한 히로스에에
대해 일본 언론의 시선은 매우 냉담하기만 하다.
역시 '데키잣다콘'으로 백댄서인 삼과 결혼했다가 얼마 전 이혼한, 오키나와
출신 가수 아무로 나미에와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정식 결혼식
도 하기 전에 벌써 이혼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왜 일본 연예인들 사이
에서는 이처럼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데키잣다콘'이 많을까?
데키잣다콘(できちゃった婚, 혼전임신)은 조어를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일본
연예계가 동사인 데키루(생기다, 되다)에 잣다의 과거형을 붙인 후, 거기에 다시
콘(결혼을 일본어로 '겟콘'이라고 하는데 이를 줄인말)을 합성시켜 만들었다.
따라서 일본에선 결혼전에 속도위반을 해 임신한 여성을 가리켜 혼전임신을
했다고 하지않고 "데키잣다콘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헌데 최근 일본연예계에는 유난히 데키잣다콘이 많다.
인기그룹 SMAP의 멤버이자 배우이기도 한 인기스타 기무라 타쿠야도 가수인 구도
시즈카와 데키잣다콘으로 부부가 됐고, 아무로 나미에도 자신의 백댄서였던 삼과
데키잣다콘으로 결혼했다가 지난해 이혼했다. 또 아무로 나미에를 톱스타로 만든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고무로 테츠야도 얼마전 데키잣다콘으로 결혼했다.
이렇듯 일본 연예계에 데키잣다콘 커플이 많은 이유는 인기스타일수록
일반인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아, 같은 동료들과 마음을 터놓고 지내다 보니
자연히 사랑을 하게 된다는 것.
물론 남성편력이 대단한 히로스에 료코(23)의 경우는 예외다.
그녀는 워낙 남자를 좋아해 평생 결혼이나 아이를 낳지 않고 연애만 할 것
같았는데, 느닷없이 임신 5개월의 몸이 되어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해 일본인들이
놀란 것.
그런데 데키잣다콘으로 한바탕 소동을 벌인 히로스에가 임신만 하지 않았다면,
한국영화에 주연으로 나올 뻔 했다.
일본영화 '철도원'에서 주인공인 다카쿠라 겐의 딸로 나온 히로스에를 인상
깊게 본 한 영화제작자가 한국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해 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그만 임신을 하는 바람에 거절을 했다는 것.
최근 일본 배우들은 텔레비젼에 나와서 한국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말을 공공
연하게 해왔다. 그동안 서편제와 쉬리, JSA공동경비구역, 친구 등 작품성이나
스케일 면에서 일본보다 한 수 위인 한국영화에 매료된 배우들이 한국영화에 출연
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히로스에도 그 중 한 사람.
하지만 예기치 않은 임신으로 히로스에는 일본영화는 물론 한국영화 출연도
포기해야 했다.
그런데 이 데키잣다콘에 대한 재미있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데키잣다콘은 연예인 뿐 아니라 일본의 일반인들에게도 자연스런 현상이 되고
있다. 가령 결혼하는 네 커플 중 한 쌍이 바로 이 데키잣다콘이라는 것.
말하자면 혼전임신으로 결혼하는 커플이 네 쌍 중 하나라는 것이다.
특히 10대에서 20대 초반에 결혼한 부부들의 경우는 80%이상이 데키잣다콘.
그래서인지 데키잣다콘에 대한 일반인들의 거부감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일부 정치인들은 출산저하를 염려한 나머지 데키잣다콘이라도 좋으니
애만 많이 낳아달라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데키잣다콘으로 결혼한 커플들이 비교적 원만한 가정을
꾸리며 잘 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일부 독신 남성들은 데키잣다콘도 능력이라고
부러워한다고 한다.
물론 연예인의 경우는 아무로 나미에의 경우에서 보듯 어린 나이에 감정이
이성보다 먼저 앞서다 보니 일반인들보다는 이혼율이 높다. 그래서 히로스에의
이번 데키잣다콘도 벌써부터 아무로 나미에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아무튼 그동안 많은 남성편력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히로스에 료코는
임신 5개월의 데키잣다콘으로 스캔들에 마침표를 찍었다. 따라서 히로스에가
출산과 양육을 한 후, 다시 연예계에 컴백할 때까지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 yoo jae so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