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 장사가 된 판사
김윤선
어린시절 우리 동네는 유난히 엿장사가 많았고 매일 고물하며 엿장사 소리가 났다. 가위소리 “찰칵찰칵” 집 앞 골목에서 오랫동안 엿판 지개를 내려놓고 찰칵 거리고 있었다. 집집마다 마루 밑에 고물이 있나 살펴보고 빈병이나 쓰다 부러진 낫이나 호미 괭이등 쇠덩이들을 찾고 있었다.
엿 장사는 가위를 치면서 “엿장사 왔으요 엿” “영감 할멈 싸우다가 비내(녀)꼭대기 부르진 것 담배대 꼭대기 부러진 것” 목소리를 외치며 가위를 찰칵찰칵 크게 소리를 내며 골목을 돌고 있었다. 나는 엿이 먹고 싶지만 엿 살 고물이 없으니 침만 삼켰다. 가끔 씩 오빠 친구들은 엿치기를 한다. 반을 잘라 입 바람을 불며 구멍이 크고 많은 사람이 이기는 내기 같은 것을 하기도 했다.
하루는 짓궂은 오빠 친구가 저쪽 마을로 가는 엿장사를 불러 놓고 숨어 버리는 심술을 저지르곤 했다. “엿장사요” 소리를 질러놓고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다른 곳으로 숨어버리는 모습에서 엿장사는 몇 번의 소리를 듣고 부르는 소리가 분명 났는데 왔다 갔다 몇 번을 헛 걸음 하기도 했다. 하루종일 엿장사는 들을 지나 산길을 따라 가위를 치며 엿을 팔로 다녔다. 나는 엿장사 소리만 나면 괜시리 내가 죄인인 것처럼 얼굴이 붉어지며 미안한 생각이 났다.
어제 뉴스에서 검찰 사망이라고 법원 앞에 화환이 줄지어 있었다.
수 천 수백억 억억 상상을 초월한 돈의 출처를 횡령하고도 뻔히 알고 있는 사실 판결을 내리지 않고 기소를 하고 있으니 법이 죽은 것이라고 한다. 돈은 간곳이 없는데 그 돈을 횡령 한자는 없고 모두가 모르는 일이라고 시침을 딱 잡아 띤다. 한 도시를 책임진 어른은 그토록 큰 일을 모른다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판사들이 애매한 말만하고 정답을 내리지 않으니, 그 밑에 부하들이 네명이나 생명을 끊고 자살을 하고 감옥에 들어갔는데 정녕 우두머리는 모른다고 한다. 국민의 혈세를 받아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앉혀 놓았는데 상상을 초월한 금액이 행방이 없는데 금시초문 今時初聞 이라고 한다.
“修身濟家 治國 平天下” ‘수신’ 먼저 자신의 몸을 닦고 ‘제가’ 가정을 잘 다스려야 ‘치국’ 나라가 평화롭다는 말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제일 먼저 자기 자신을 닦고 가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말이다. 윗사람의 첫째 조건이 그러한데 자기 몸, 가정도 하나 다스리지 못한 사람들이 어떻게 나라를 다스릴 수 있을까, 수신도 없고 제가도 없는 지도자가 윗자리에 앉았으니 치국은 난국에 빠졌다.
질서도 규칙도 갑질로 나라가 산으로 가고 온 국민이 불안하다. 눈만 뜨면 당파 싸움에 자신이 하면 말이 없고 상대가 하면 발목을 잡고 한 걸음도 못가게 길을 막는다.
일제 36년 간 우리 국민은 나라를 잃고 그 많은 독립 투사들이 피를 흘리고 죽음으로 나라를 찾았다. 우리가 나라를 빼앗긴 이유도 당시 노론 소론 남인 북인, 당파 싸움질이나 하고 골육상쟁(骨肉相爭)을 벌이고 있을 때 내 몸에 오장 육부를 빼어가도 모르고 있었다. 나라를 빼앗기고 일본 앞에 굽신거리며 친일파가 되어 내 혈육들을 내 손으로 죽이는 치욕적인 금수보다 못한 자들이 있었다. 내 혈육을 내 손으로 죽이는 잔인무도한 작자들이 지금도 눈을 뻔히 뜨고 같은 행위를 계속 자행하고 있다.
자신의 부하가 뇌물에 연류되어 몇 명이 죽어도 눈하나 깜짝 않고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며 온 나라가 몇 년 동안 재판에서 옳은 형을 한번 내리지 못하고 우왕 좌왕 하고 있다. 같은 편에서도 지극히 옳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내몰고 곁에서 비위에 맡게 호위하고 삐뚤어진 길도 바르다고 하는 자들이 나라를 우지좌지 하고 있다. 죄를 지은 어두머리를 주둔하고 국민을 깡그리 무시한 채 오직 함께 박수를 치는 모습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일제 시대 때 판사가 된 효봉 스님은 내 민족들을 사형선고 언도를 내리라고 위에서 지시가 내렸다. 그 순간 눈앞에 내 혈육들을 판결 할 수 없어 아무도 몰래 옷을 벗어 놓고 다 떨어진 옷을 입고 거지가 되었다. 그리고 엿 판을 지고 전국을 돌며 가위를 치며 엿장사를 하였다.
내 민족을 어떻게 내손으로 죽일 수 있겠는가, 차라리 내가 죽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세상을 등지고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엿을 파는 효봉스님의 일화에 가슴이 아려온다.
오늘의 대법원 판사들 검사들 그리고 위정자들은 국민의 혈세를 받아먹고 누구를 위하여 그곳에 앉아 있는가,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도 뻔히 눈으로 보고도 아니라고 국민의 눈을 속이고 교만하는 자들에게 올바른 재판을 하지 않는다. 개탄스럽고 가슴을 칠 일이며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바른길이 보이지 않는다. 보통 국민이 그렇게 많은 죄를 지었다면 큰 오명으로 씻을 수 없는 죄인이 되어 평생을 감옥에 있을 것이다. 입 만 벌이면 국민을 위하고 민주주의 운운 하면서 속으로 온갖 비리 뇌물죄 오물을 뒤지어 쓰고 국민을 위한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고 빈 깡통을 두드리고 있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큰소리를 치며 온 나라가 벌집 쑤셔놓은 듯 하다. 오늘같이 어지러운 세상에 엿장사가 된 효봉스님 같은 판사가 간절히 그리워 지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