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답사 20＞ : 충북 옥천, ＜향수 바람길(2)＞

[흐르는 등불]

충북-옥천, <향수 바람길(2)>

1. 옥천 ‘향수바람 길’을 두 번째로 방문했다. 지난번에는 ‘장계 유원지’ 쪽에서 출발했지만 이번에는 반대쪽 ‘독락정’이 출발지다. 안남면 독락정에서 등주봉까지 올라 산과 금강을 둘러보는 코스이다. 장계 유원지 쪽으로 가는 코스도 있지만 그 쪽은 또 다른 다음 답사지로 남겨두기로 했다. 이번 답사지는 산과 강의 느낌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장소이다. 금강을 바로 옆에 두면서 강의 흐름을 따라 같이 걸을 수 있었다. 길도, 강물도, 산바람도, 최상의 코스이다. 그 중에서도 이 코스의 최고 고갱이는 ‘한반도 지형’을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이다. 물길 사이에서 만들어진 한반도 형태의 땅과 물의 조화는 금강 줄기가 만들어 낸 특별한 볼거리였다. 전망대에서 본 옥천의 ‘한반도 지형’은 다른 곳보다 날씬하고 날렵한 대한민국이었다.

2. 돌을 찾는 여정

- 등주봉까지 오르는 길은 상대적으로 경사가 심하지 않았다. 산 전체의 오르막길은 직선 방향이 아닌 회전형으로 조성되어 급격하게 체력를 소모시키지 않는다. 산 정상에서 뜻밖에 산성의 흔적을 발견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돌을 쌓아 주변을 지키려 했던 성의 자취가 남아있었다. 한국의 산들은 그 자체로 방어지였던 것이다. 정상에서 다른 방문객의 호의로 오랜만에 개인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3. 금강 주변에 올 때마다 바람을 만난다. 영동지역의 금강에서도 준태풍급의 바람을 헤치고 걸었다면 이번에는 상큼하고 청량한 바람과 조우했다. 산 속에서 만난 바람은 더위를 씻어주는 직접적인 효과와 함께 산 속에서의 방랑을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변화 시킨다. 아무 소리가 없어 건조했던 장면이 음악과 음향과 함께 생동감을 얻는 것처럼 산 속의 바람은 나의 걸음을 특별한 비장미로 감싸준다. 바람은 선율로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강약과 리듬의 변화 속에서 감정을 조율하고 있었다. 때론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몸과 얼굴을 자극하는 바람은 소리의 변화를 끊임없이 제기하며 세상과의 직접적인 만남이 가져오는 ‘걷기’의 본질을 알려준다. 여행은 직접적인 접촉에서 오는 ‘감각’이자 감각이 파생시키는 ‘사유’라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보보]

옛이야기 지줄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