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회 경주시민의 날 기념 청소년 백일장>
초등저학년 산문부문
<장원>
단추
장윤석 (용황초등학교 2-7)
거실에서 장난감을 갖고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내 앞으로 동그라미가 데구르르 굴러왔다. 나는 동전인 줄 알고 보았더니 예쁜 단추였다. 어머니께서 빨랫감을 들고 가시다가 그 속에서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 단추를 주워서 어머니에게 보였더니 필요 없다고 버리라고 했다. 나는 어머니 모르게 한 쪽에 두었다.
며칠 후 학교를 갈려고 남방 옷에 단추를 끼우고 있는데 “어 단추가 하나 없네. 어머니 단추가 하나 없어요.” 어머니께서는 단추 어디 떨어뜨렸냐고 혼냈다. 갑자기 머리에 단추가 스쳐 지나갔다. 얼마 전에 어머니께서 버리라고 한 단추를 내가 챙겨 두었던 곳에 가 보았다. 이것이네!!
“어머니 단추 여기 있어요. 얼마 전에 어머니가 버리라고 한 단추 제가 살짝 챙겨 놓았어요.” 어머니는 “미안해 윤석아!” 하며 두 볼에 뽀뽀를 해 주었다.
“어머니 내 옷에 단추 달아 주세요.”
나는 다른 옷을 바꿔 입고 가방을 둘러메고 학교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작고 조그만 단추이지만 행복의 선물이었다. 나의 옷에 달린 단추. 사랑해!!
<우수>
단추
권민기 (유림초등학교 3-7)
나는 처음으로 5살 때 어머니 따라 단추 잠그는 방법을 배웠다. 그때 기억을 떠올려 보면 지퍼보다 너무 힘들었다. 오른손 힘을 주면 왼손에 힘이 풀리고 왼손에 힘을 주면 또 오른손 힘이 풀렸다. 하지만 지금 옷에 달린 단추는 매일 나를 따뜻하게 해 주는 버팀목이다. 그리고 단추는 나의 작은 희망이다. 사람들에게 기쁨을 나누어 주는 참새인 것 같다. 마음도 따뜻하고 겉모습도 예쁜 단추는 나의 기쁨. 이렇게 단추는 여러 사람들의 기분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다. 나는 단추가 큰 꿈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난 어른이 되어 의류디자이너가 꿈인데 단추는 옷에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추는 세계에서 작은 희망이다.
<가작>
단추
임 경우 (나원초등학교 2-2)
“엄마 옷에 단추 떨어 졌어”
사실 단추는 옷에서 큰일은 하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은데... 단추가 옷 중간에 없으니깐 이상하다. 좀 허전하다고 해야 하나 크게 불편하지는 않지만...그래
내 동생도 어쩜 단추와 비슷하다.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날 놀린다.
“오빠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이렇게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꿀밤을 한 대 주었더니 “엄마 오빠가 때렸어” 라며 엉엉 운다. 세게도 안 했는데... 사실 미웠다.
그런데 기침이 심해 오늘 황성공원에 같이 못 왔다. 처음에는 고소했는데 동생이 없으니깐 심심하다. 항상 가까이 있어서 작아서 몰랐는데 떨어져 있으니 마음이 이상하다. 집에 가면 카드 몇 장 주어야겠다.
<가작>
단추
박지우 (유림초등학교 2-5)
새 옷에서 떨어진 단추를 찾을 수 없어서 하루 종일 불편한 적이 있습니다.
“지우야, 또 단추가 달아났구나!”
“조심해야지. 왜 그렇게 덜렁이냐?”
엄마랑 언니도 한마디씩 합니다. 내가 잘못을 한 건 알지만 언니랑 엄마가 함께 뭐라고 하는 건 화 가납니다. “알았다니까. 나도 모르게 떨어졌단 말이야. 언니 바보 똥개 메롱.”
자기는 늘 실수를 안 하는 사람처럼 나를 놀리는 언니가 얄미웠습니다. 아빠는 나에게 형제 자매는 바보 똥개라고 놀리는 사이가 아니라 단추와 단추 구멍처럼 서로 도와야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중요하고 소중한 사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심하게 말한 것이 미안했습니다. 단추와 단추 구멍처럼 서로 친하게 지내야겠다고 나는 다짐했습니다.
초등고학년 산문부문
<장원>
잠자리
박세현 (경주초등학교 4-1)
잠자리를 보면 헬리콥터가 생각난다.
멋진 날개와 날씬한 몸매가 너무 마음에 든다. 검은 색 선글라스를 낀 검은 눈이 마음에 든다. 투명 테이프를 두른 멋진 날개옷을 항상 입고 다니다. 나에게도 날개옷이 있으면 비가 올 때 우산 대신 쓰고 싶다. 다이어트를 잘해서 항상 날씬한 몸매를 가진다. 잠자리에게 다이어트 비법을 물어서 우리 엄마를 잠자리처럼 날씬이로 만들고 싶다. 잠자리를 타고 하늘 나라에 가고 싶다. 암으로 하늘나라에 이사 간 우리 이모가 아프지 않고 잘 지내는지 보고싶다. 정말 이모가 보고 싶네.
<우수>
잠자리
장채은 (동천초등학교 6-4)
“할머니, 저 왔어요. 문 열어 주세요.” 할머니께서는 버선발로 뛰어나와 크디큰 대문을 열어주셨다. “끼익-. 아이구 내 새끼. 이제 왔어? 빨리 들어오렴.”
오랜만에 보는 할머니도 반가웠지만 난 내 친구 수진이가 그리워 바둥거렸다. 할머니께서 정성껏 지어오신 밥과 반찬을 허겁지겁 먹어치우곤 밖으로 뛰어나갔다.
“할머니, 저 나갔다 올께요. 시골 오면 수진이랑 잠자리랑 같이 놀기로 했거든요.”
“아, 채은아 기다려!” 할머니의 말씀도 끝까지 듣지 않고 난 그리운 내 친구 수진이를 만나러 갔다. 수진이를 놀라게 하고 싶은 마음에 난 어렸을 적처럼 잠자리 두어 마리를 집게손가락으로 꼭 잡고는 살금살금 집 안으로 들어갔다.
“수진아!”
수진이는 내 모습을 보고 너무 놀랐다는 듯이 눈을 왕방울처럼 커다랗게 뜨고는 날 부등켜 안았다. “꺅, 깜짝이야! 채은아 정말 오랜만이야. 잘 지냈던 거지? 왜 이리 늦게 왔어?”
늘 그랬듯이 수진이는 또다시 내게 질문을 마구 쏟아 부었다. 옛날처럼 난 수진이의 질문에서 벗어나 논으로 뛰어갔다.
“야~너 이러기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야기 좀 하지.... 같이 가.”
언제나 내 고집에 져주는 수진이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였다.
“수진아, 우리 그때처럼 놀까?” “좋지.”
수진이와 나는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능숙하게 잡고는 꽁지를 떼어버리고 땐 자리에 벼를 쑥 넣었다. 꽁지가 있을 땐 공기처럼 가볍게 날던 잠자리가 힘이든지 오리처럼 뒤뚱뒤뚱 날아다녔다. 그 모습을 보던 나와 수진인 서로 눈이 마주치곤 꺄르르르 웃었다. 잠자리들이 아픈지도 모른 채 계속 날개를 잡고 돌렸다. 그 때 멀리서 할머니와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채은아, 뭐하니? 수진이도 있었구나.” 아버지께서는 나를 보면서 우리가 괴롭히던 잠자리를 보셨다. “채은아, 수진아, 너희가 잠자리 이랬니?”
“응. 너무 재미있어. 귀엾기도 하고.” “채은아, 잠자리도 하나의 생명이야. 이 아빠가 너의 팔과 다리를 망가뜨리면 기분이 좋겠니?” “아야, 왜 꼬집어?” “봐, 기분 나쁘지? 그렇지만 너도 잠자릴 괴롭혔잖아, 그지?” “응. 난 잠자리 생각을 못했어. 아빠 미안해.”
“아니, 사과는 잠자리들에게 해야지. 수진이도 똑똑하니까 아저씨말 무슨 소린지 알겠지?” “네.” 우린 동시에 대답하곤 잠자리들을 놓아 주었다. 파아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잠자리들의 모습을 보니 미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줄었다.
‘잠자리들아, 미안해. 내가 너희 생각을 하지 못했어. 앞으로는 작은 생명이라도 소중히 다룰게.’ 하늘높이 날아가는 잠자리들은 내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듯 내 머리위를 빙빙 돌았다. 잠자리들이 날아가는 하늘엔 조금씩 노을이 내마음 처럼 붉어지고 있었다.
<우수>
잠자리
김효민 (동천초등학교 6-7)
“할머니 안녕하세요 효민이 왔어요.” “아이고 내 새끼 이제 왔어?” “네, 저 왔어요 벌써 벼가 많이 자랐네요? 근데 왜 허수아비가 없어요 그래서 허수아비를 약올리러온 참새와 잠자리가 별로 없어요.” “그러면 우리 허수아비 만들어 보자꾸나 이 할미도 옛날생각 많이 나는구나.” “저 허수아비는 이 옷이 어울려요 이 표정이 어울릴것 같아”
하나 둘씩 이슬 같은 땀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려도 짜증나지 않고 너무나도 줄거운 마음이었다. 시골에 와서 그런가?
“자 완성 되었구나 멋쟁이 허수아비네?” “네 저기 봐요 참새하고 잠자리도 허수아비를 구경하러 나왔나 봐요” “내 새끼 말이 맞구나” “우리 이제 잠자리 잡으러 가요” “황금벌판에 돌아다니는 잠자리가 너무 아름답구나.” “야! 저기서 서 아 빨리!” “하하하 잠자리는 그렇게 잡으면 도망 가버려요 이 할미가 잡는 거 잘 봐둬.”
나도 허수아비처럼 양팔을 벌리고 가만히 서 있으니 손에 잠자리가 한 마리 붙어 있었다.
“히힛 나도 한 마리 잡았다.” “이제 놔 주는 게 어떨까?” “네 잠자리야 잘 가.”
잠자리도 고마운지 내가 만들어놓은 허수아비에게 다가가 서 있었다.
“잠자리야 고마워 오늘 너 때문에 너무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어 앞으로도 자주 놀러 올테니까 그때까지 잘있어야해.” “아이고 내 새끼는 인사도 잘하네” “그럼요 안녕히 계세요 할머니. 그리고 허수아비야.” “그래 너도 수고했다.”
우리는 황금벌판에 허수아비를 맴도는 잠자리 덕분에 아주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잠자리야, 고마워.’
<가작>
잠자리
김서은 (황성초등학교 4-1)
캐나다에 살고 있는 고모네 식구가 정말이지 오랜만에 경주에 왔어요. 내가 6살 때 공부하러 갔다고 하셨는데... 가끔씩 인터넷으로 화상전화도 하지만 얼굴을 가까이에 대고 밥을 먹고, 고모부 무릎에 앉아 본 건 너무도 오래전일이였어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하시는 우리 막내 고모부랑 손을 잡고 안압지, 첨성대를 돌아보고 있을 때, 잠자리들도 우리 곁에서 맴돌고 있었어요. 동생과 나는 잠자리를 따라 뛰어다니고 있을 때 뒤에서 고모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한국에서 보는 건 개미고, 잠자리건 뭐든지 아름답고 예쁘다고하며 할머니랑 눈물이 글썽거렸어요. 잠자리는 우리 주위를 자꾸 맴돌면서 고모랑 우리 식구를 보며 웃으라고 하는거 같았어요. 고모가 다시 캐나다로 들어가고 여전히 하늘은 파랗고 잠자리도 날아다니고 있지만 예전처럼 잡지않을꺼예요. 고모가 있는 곳 까지 날아가라고 응원 해줄꺼예요. 고모를 다시 만나는 날 내가 맘으로 응원한 잠자리를 보았는지 물어 볼 거예요.
<가작>
잠자리
김연경 (유림초등학교 5-7)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바라보니 저 작년 잠자리가 많이 날아다니던 이맘때 할아버지를 따라 하늘로 올라가신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우리가 잠자리를 잡고 있을 때, 꾸짖던 할머니의 목소리 ‘잠자리가 불쌍하잖아! 우리 같이 놓아 주자!’ 그 목소리가 아직까지 귓가에서 울려 퍼집니다.
길가는 도중, 잠자리 한 마리가 제 어깨위에 살포시 올라앉습니다. 저것이 마치 나를 감싸 주는 우리 따스한 할머니 같아서 더 정이 갑니다. 그래서 저는 가을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볼 떼마다 오늘도 하늘에서 나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내고 계실 할머니를 생각합니다.
<가작>
잠자리
박채연 (용황초등학교 5-4)
시골 할머니 댁 가을 풍경은 고추잠자리 훨훨 날아다니면 허수아비 아저씨 양팔 벌려 환영한다. 그야말로 황금들력이다. 구슬땀 흘려 농사일 하시고 결실을 맺는 때이기도 하다. 동생과 나는 여름에는 매미를 잡고 가을이면 잠자리 떼를 따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잠자리채를 휘두른다. 혼자 계시는 할머니께 잠자리는 좋은 친구가 되기도 한다. 앞마당 빨랫줄에 나란히 앉은 잠자리를 잡으려다 깨끗이 빨아 놓은 빨래를 더럽히기도 하고 장독대 깨질까봐 할머니가 소리를 지르시지만 우리가 가고나면 잠자리가 할머니의 친구니까 그러실거다. 잠자리를 보시며 동생과 내가 했던 행동을 떠올리시며 웃으신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할머니 집에 날마다 찾아오는 손님이라면서 하루가 다르게 식구가 늘어난다고 하신다. 잠자리는 그냥 곤충 일 뿐인데 할머니 마음에는 내 집 식구마냥 그러신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할머니를 찾아뵙는 횟수가 뜸하다 싶으면 “잠자리채 꾸메놨다. 언제 올끼고?” 하신다. 한 마리라도 더 잡으려다 찢기고 더러워진 잠자리채를 새 것처럼 고쳐 놓으신다. 가을, 겨울은 할머니집이 다른 곳보다 일찍 추워지기 때문에 자주 찾아뵙지 못한다. 우리 얼굴 보는 게 할머니를 한 번 더 웃게 한다는 걸아니까 마음이 무겁다. 돌아오는 가을에는 할머니 집 귀한 손님들이 얼마나 많이 찾아와줄까 궁금하다. 잠자리 한 마리씩 늘어날 때마다 기쁜 소식 전해주시듯 얼른 오라고 하실텐데 많이 좀 찾아왔으면 좋겠다.
<가작>
잠자리
이세진 (모화초등학교 5-2)
운동장 위로 파란 구름이 뭉게뭉게, 두둥실 떠오르는 하늘에는 알록달록 예쁜 잠자리들이 춤을 추며 날아다녔다. 생긴 모양을 자세히 관찰하고 싶어 이리저리 손을 뻗으며 노력해봤지만 잡히지 않아 돌이나 나뭇가지에 사뿐히 앉기만 기다렸다. 관심 없는 척 숨죽이고 있을때 잠자리 한 마리가 돌 위에 내려앉았다.
“이때다!”
살며시 손을 뻗어 날개를 잡은 순간 같은 반 남자아이들이 잠자리를 가로채더니 머리, 몸통, 날개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너무 잔인해서 “으악!” 소리를 질렀다. 다른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볼까봐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야! 너희들 왜 그래? 잠자리가 불쌍하지도 않니? 살아 숨 쉬는 생물을 그렇게 잔인하게 함부로 하면 되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런 행동을 한 남자아이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꾸만 죽은 잠자리가 떠올랐다.
‘내가 잠자리를 잡지만 않았어도 죽진 않았을 텐데... 나 때문에 잠자리가 죽은 것 같아 자꾸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잠자리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날 용서해주렴.’
<가작>
잠자라
서진영 (유림초등학교 6-1)
고추잠자리는 고추 같은 빠알간 몸통, 자유롭게 날 수 있는 4개의 날개를 가졌다. 빠알간 몸통은 고추잠자리의 상징. 4개의 길쭉하게 생긴 날개는 마치 그물처럼 생겼다.
우리가 가을에 시골에 있는 할머니 댁에 가면, 우리는 막대기의 끝에 처녀처럼 다소곳 앉아있는 고추잠자리의 얇디얇은 날개 2장을 잡는다. 허둥지둥 도망가려는 귀여운 고추잠자리. 그 잡은 고추잠자리로 날개를 찢는, 잡아서 안 놓아 주는 그런 나쁜 아이들이 있는 반면, 바로 잠자리를 놓아 주는 아이도 있다. 어떤 아이는 고 작은 고추잠자리가 무서워서 도망가는 아이들도 있다.
나는 시골에 있는 큰 엄마 댁에 갔을 때 처음 고추잠자리를 보았다. 나는 아파트 단지 에서만 보던 그냥 밋밋한 잠자리보다 빨갛고 색깔이 예쁜 고추잠자리를 봤을 때, 그건 그때의 7살 내가 ‘고추잠자리는 참 예쁘네’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잠자리를 처음 잡아 봤던 것도 그 때였다.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철로 되어있는 막대기에 앉았을 때, 10살 이였던 나는 ‘고추잠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라는 호기심으로 쥐처럼 살금살금 그 잠자리 옆에 가서 날개를 순식간에 ‘팍!’ 낚아채듯이 잡았다. 첫 도전에 성공한 나는 지금은 더 숙련이 돼서 더 잘 잡을 수 있게 됐다. 나는 고추잠자리를 가지고 ‘고추잠자리라서 고추를 먹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고추잠자리처럼 빨간 고추를 잠라리의 입에 갖다댔다. 고추잠자리는 고추를 먹는가 싶더니 다시 뱉어 냈었다. 호기심 많았던 10살의 나는 그 때 그랬다. 나는 처음에 고추잠자리를 보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빠알간 몸통이 예쁘고 그게 고추잠자리의 매력인 것 같다. 옛날에는 고추잠자리를 잡아서 호기심 때문에 어이없는 행동을 몇 가지 하고 정말 진지하게 생각 했지만, 지금은 그것들을 너무 웃기게 생각하고 있다. 고추잠자리. 예쁜 고추잠자리. 빠알간 몸통이 매력적인 어릴 적 나의 친구, 고추잠자리...
중등부 산문부문
<장원>
경계선
서아영 (선덕여자중학교 2-2)
“야! 서아영, 치마가 그게 뭐야? 학교 다니는 학생이 누가 술집여자처럼 입고 다니냐?” “술집여자? 내 친구들은 다 그래!” “뭐가 다 그래? 전교 1등이 그러고 다니는 거 본 적 있냐? 본 적 없구만.” “왜 맨 날 걔랑 비교 하는데? 이건 개성이야, 중학생이라도 치마 짧게 입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 같은데?” “뭐라고?” 엄마들은 왜 짧은 치마고 무릎 밑은 긴 치마라고 하는 것일까? 경계선은 우리가 넘지 못하는 그런 선으로써 넘지 못하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인데 엄마한테는 내 무릎이 그런 존재인가보다. 나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누굴 죽인다던지 법적으로 위반되는 일은 한 것도 아닌데 무릎 위인 치마를 입었다고 이토록 아침마다 싸워야하는지 모르겠다. 엄마를 골탕 먹일 려고 교복치마도 엄마가 말하는 술집여자처럼 짤랐다. 그렇게 입고 학교에 갔더니 예상대로 학생 부장한테 걸렸다. “야! 너 몇 학년 몇 반이야? 에게 학생이야? 어! 너 내일 엄마 모시고 오고 7교시까지 교무실 앞에 무릎 꿇고 손들고 있어!” ‘아 학생부장이나 선생님이나 똑같네. 진짜 짜증나!’ 그 날 7교시까지 장승 마냥 교무실 앞에 서 있다가 집에 가서는 엄마한테 골탕 먹으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교복치마 짤랐어. 엄마가 술집여자라고 해서 제대로 짤라봤더니 학생부장이 엄마모시고 오라고 하더라? 내일 같이 손잡고 학교 가자!” “휴~ 너 정말 죽고 싶나? 가문에 수치다.” “아니, 나 살고 싶은데?” “너 정말?” “정말 뭐? 때리게? 나 잘꺼니깐 건들지마!” 마음이 찜찜하지만 그대로 아침이 밝아 와서 학교에 가서는 계속 멍하게 있다가 점심 먹으러 가던 길에 교무실 앞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릎을 꿇고는 “제가 우리 딸 잘못 키운 못된 엄마니깐 저를 욕하고 저를 미워하세요. 제가 하나하나 신경 쓰고 따지고 늘 치마 경계선, 경계선 그래서 저 골탕 먹일 려고 일부러 그런 것 같습니다” 가슴이 아프고 머릿속에 자꾸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경계선, 경계선 ... ...’ 무엇에 홀린 듯 열심히 뛰어갔다. 본능적으로 우리 집에 왔다. 혼자 거실에 앉아서 생각하려고 하니 엄마가 왔다. 평소 같으면 ‘수업시간이잖아’ ‘준비물 가지러 왔어?’ ‘어서 학교가라 아영아!’ 등 수없이 많은 질문세례에 정신을 못차릴텐데 아무런 말이 없이 침묵은 계속되었다. 엄마가 울고 있었다. 나도 울음이 나왔다. 엄마의 뜨거운 눈물에도 경계선이 보인다. ‘인간은 한번쯤은 이성을 잃는다. 그러나 이성을 잃더라도 넘지 말아야할 선은 넘어선 안된다.’ 깨달았다. 그 이후에 치마를 무릎 경계선이 아닌 인간 경계선을 위해 내리고 모든 일에 경계선을 두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 경계선이란 넘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엄마랑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난 나 서아령이 지켜야할 도리를 주는 것이라고 깨달았다.
<우수>
경계선
서재원 (경주여자중학교 1-6)
작년 초등학교 때 옆 반에는 우리와 아주 다르게 생긴 아이가 전학을 왔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갈색머리를 가진 남자아이. 그 아이는 어머니가 아랍인이시고, 아버지가 한국인이신 혼혈아라고 했다. 외국에 살다와서인지 한국어를 조금밖에 못했다.
옆 반에 혼혈아가 전학 왔다는 소릴 듣고, 우리들이 옆 교실로 몰려가 수근수근 거리자, 그 아이는 짜증난다는 듯 책상에 엎드려버렸다. 우리는 그 와중에도 ‘와, 눈썹 진짜 진하다!’ , ‘머리가 곱슬곱슬해, 원래 저런건가?’ 라는 둥, ‘헬로, 나이스 투 미츄!’ , ‘하이~ 아임 지현!’ 이라며 말을 걸려 떠들어 댔지만, 그 아이는 귀를 틀어막고 계속 엎드려 있었다.
그 아이가 전학 온 지 며칠이 지난날, 옆 반의 내 친구가 우리 반에 성질을 내며 찾아왔다.
“어우, 야! 걔 대체 뭐니?” “누구 말이야?” “우리 반에 전학 온 애 말야, 그 아랍에서 온 혼혈아. 걔 정말 밥맛이야. 우리가 인사하면서 어깨를 톡톡치니까, 내 손을 훽-쳐버리는 거 있지?”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그 아이가 까칠하게 대해 반 친구들과 사이가 안 좋아진 모양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던 중, 운동장에서 허리를 굽히고 열심히 유리조각을 줍고 있는 그 아이를 보았다. “너 그거 왜 줍는거야?” 다가가 말하자 처음엔 무시하는 듯하다가 내가 계속 물어보자 멋쩍은 듯 서툰 한국말로 말했다. “발 다칠까봐...”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나중에 보니 운동장에서 신발을 벗고 신나게 공을 차는 아이들이 발을 다칠까봐 날카로운 조각들을 줍는 것이었다. 난 그저 까칠하고 우리와 다르게 생겼다고 생각했던 그 혼혈아이가 사실은 마음도 착하고 여리단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 날 학교에서 옆 반 친구에게, “야, 니네 반에 그 혼혈아 있잖아. 보니까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닌 것 같더라?” 라며 어제 일을 말해주려는 데 친구가 말했다. “나도 알아. 어제 맨 날 혼자 교실에서 뭐하나 했더니, 우리가 안하고 간 청소를 하고 있더라구.”
우리가 그 아이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 아이와 우리 사이에 경계선을 그어놓고, 색안경을 깨고 그 아이를 바라봤던 우리가, 너무 부끄럽고 창피스러웠다.
앞으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누구든 진심으로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가작>
경계선
정소영 (선덕여자중학교2-2)
‘나, 너, 우리.’ 같은 사소한 말에도 경계선이 있다. 나아가 북한과 우리나라를 나누고 있는 삼팔선처럼 국가적으로 큰 문제에도 경계선이 있다. 이렇게 일상생활 속에 너무나 많은 넘어야 할,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어제는 수학여행을 다녀 온 날이었다. 그 중에서도 서대문 형무소에 갔던 것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그 곳에서 일본인간수가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가들에게 나와라고 해서는 쭉 걸어가다 오른쪽으로 꺾으면 사형장이고 직진하면 면회소였다. 우리나라를 지켜주신 열사들에게는 정말 가슴 뛰는 생사의 경계선이었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나 역시 그런 느낌을 상상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 나라를 빼앗기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이렇게 여러 경계선을 세우면 나중에 후회하고 다짐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축구선수들의 승부조작 사건에서도 그 경계선을 넘은 선수도 있고 안 넘은 선수도 있다. 넘은 선수는 어려운 축구선수의 길을 더 어렵게 꼬아진 길로 갈 것이다. 나는 안 넘은 선수처럼 내 경계선을 지키고 도리를 지키며 살고 싶다. 내 중요한 인생에 한 획을 그을 때마다 후회 없는 그런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국민이 되고 싶다. 또 경계선을 지키다 보면 스스로에게 중심이 생겨 모든 일을 지혜롭게 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중용의 정신을 지키신 내가 존경하는 학자 다산 정약용처럼.
<가작>
경계선
권문주 (선덕여자중학교 2-3)
언젠가 나도 모르게 마음 속 한켠에 경계선이 그어졌다. 깊고 깊게, 진하고 진하게. 그 경계선은 내 마음을 자꾸만 구겨놓았다. 어느새 마음 속 그 구석엔 악취가 나고 잿빛을 띄는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작년 이즈음,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와 등을 돌리게 되었다. 잘못은 서로에게 있었다. “야, 너 글짓기 할 때 누가 써준다는 소문이 있더라. 그거 사살이지?” 장난섞인 친구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나는 농담인줄 알면서도 화를 냈다. 글짓기는 나의 자부심이고 꿈이며 미래이니까. 복잡한 그리고 반복된 일상에 조종당해 지쳐있는 내가 유일하게 마음대로 조종하고 꾸며내어 만족하는 동화를 그릴 수 있는 것이 글짓기 이니까. “야, 너 무슨소리 하는거야! 니가 왜 내 재주를 무시하는 건데. 샘나면 너도 열심히해서 상받아!” 그렇게 소리를 지른 후에야 나는 아차 싶었다. 그 친구는 화내는 것을 싫어 한다는 사실을. 토라져 버린 나와 친구는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듯 쏘아 보고는 그대로 멀어져 갔다. 일이 일어난 후 머리로는 사과해야겠다고 했지만 마음에서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 친구도 같은 마음인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난 자꾸만 그 아이를 미워하고 시기하게 되었다. 그 친구가 잘되는 것을 보면 분노 섞인 질투에 그 친구의 재주를 인정하지 않게 되었고, 못되는 것을 보면 통쾌해 했다. 그렇게 내 마음속은 악마에게 지배당하고 말았다. 꿈을 담아 뭉게뭉게 피어나던 흰 구름은 먹구름으로 변하고, 화가 날 때면 씻겨주던 은빛물결은 말라버리며 힘이 들 때 눈 감고 듣는 잔잔하게 울려 퍼지던 음악소리는 끊어지게 되었다. 모두 한 순간 이었다. 몇 달 전만해도 화목했던 마음속이 괴로움에 요동치고 있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지금 엄청난 잘못을 하고 있단 것을. 그리고 후회했다. 내가 진작 손 내밀었다면 지금쯤 내 마음은 행복에 취해 미소 짓고 있단 것을. 잘못을 뉘우치고 나니 한결 편안해 졌다. 구겨진 마음이 조금씩 펴지고 괴로움도 덜해졌다. 다행이다. 기쁨 한 모금 마시고 열심히 지우개로 경계선을 지워본다.
고등부 산문부문
<장원>
박물관
하예은 (근화여자고등학교 3-2)
소년은 눈물범벅인 얼굴로 박물관 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손가락이 소년의 등을 쿡쿡 찌르며 소년을 재촉했습니다. “싫어! 이런데 말고 놀이공원에 데려다줘! 여기 있기 싫어!” 소년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소년을 내려다보며 ‘흐응-’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리고는 소년을 번쩍 안아 올렸습니다. 으악, 하고 소년이 외쳤으나 어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전시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어머니는 소년과 눈을 맞추고 씨익 웃었습니다. “여기에선 시끄럽게 하면 안돼요.” “왜?” “여긴 역사가 잠들어 있거든요.”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소년을 내려주었습니다. 소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재미있고 예쁜 건 여기에도 많이 있답니다.” 어머니는 웃으며 유리창을 가리켰습니다. 소년은 뭔가에 홀린 듯 고개를 그 쪽으로 돌렸습니다. 유리창 안에는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년은 깜짝 놀라며 유리창 안을 자세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은은한 조명이 소녀의 눈썹을 타고 볼에 미끄러져 내리다가, 분홍색 저고리에 예쁘게 스며드는 것이, 소년의 눈에는 보였습니다. 소년은 고개를 숙여 치마를 보았습니다. 소녀의 허리에 질끈 묶인 끈에서 퍼져나온 남색 주름이 보였습니다. 소년의 입이 놀라움으로 크게 벌어졌습니다. ‘우와, 진짜 사람 같다!’ 옆에서 웃음소리가 들리자, 소년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안경 속 어머니의 눈이 웃고 있었습니다. 마치 소년이 대견하다는 듯이 “열심히 구경하고 오세요. 어머니는 저기에 먼저 가 있을게요.” 어머니는 손에 든 두꺼운 공책을 고쳐 잡고 전시관을 나갔습니다. 소년은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쭉 내밀었습니다. “엄마 미워!"
이런 곳 보다는 놀이공원이 훨씬 재밌다고 궁시렁 대며, 소년은 다시 유리창 안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유리창 안의 소녀는 웃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비명을 지르려다가 어머니의 말을 생각하고 목소리를 삼켰습니다. 시끄럽게 하면 안돼요. 어떻게 시끄럽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마네킹인 것 같은 소녀가 움직였으니 말입니다. 소년은 비명을 지르고 싶었습니다. 소년의 심장은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펄떡펄떡 뛰고 있었고요. 소녀의 손이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소녀는 소년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습니다. 안녕. 소녀의 입모양이 움직였습니다. 소년은 그 손짓을 멍하게 보다가, 얼떨결에 손을 들어 인사했습니다. 소녀는 다시 함박 웃었습니다. 소녀의 얼굴에 보조개가 폭 파이는 것을 본 소년도 따라 웃었습니다.
소녀는 다시 손을 내리고, 자신의 옷매무새를 가다듬기 시작했습니다. 팔에 엉킨 주름을 풀어내고, 저고리를 다시 매고, 남색 주름을 다듬어 성난 파도를 가라앉혔죠. 소녀의 옷에 앉았던 먼지가 날아올라 노란 조명을 머금었습니다. 소녀는 아늑한 노을 속에 서서 소년을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우와...” 소년은 소녀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였습니다. 소녀는 그런 소년을 보곤 검지손가락을 자신의 입에 대고 입모양을 움직였습니다. ‘쉿-’ 소년은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소녀는 팔을 내리고, 아까와 같은 몸짓과 표정을 지었습니다. 소년이 재빨리 다가가 유리창 안을 보았습니다. 소녀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먼지 안이 유리창 안에서 빛을 머금은 채 떠돌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옆에서 느껴지는 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일어섰습니다. 소년이 어머니의 옷자락을 잡고 있었습니다. “엄마, 쉿-” 어머니는 어리둥절하다가 굳 웃으며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어때요, 여기도 재밌죠?” “응, 다음에 또 왔으면 좋겠어.” 소년이 소곤소곤하게 하지만 기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잠 깨우지 않게 조용히 나가자.” 소년이 어머니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어머니는 웃으며 소년의 손을 마주잡았습니다.
<우수>
박물관
송명주 (경주여자고등학교 3-3)
“무인도에 떨어진다면 무엇을 가져가실 건가요?” 누구나 한 번 들어봤음직한 질문이다. 마이크가 드밀어졌을 때 나는 말을 더듬었다. 돈? 음식? 컴퓨터? 그 어떤 것도 고독을 견딜 버팀목이 되기엔 너무나 허약했다. 결국 마이크는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갔다. 대본 읽듯 술술 말하는 그를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백짓장 같은 뇌가 사락사락 소리를 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가족에게 물었다. 무인도에 남아야 한다면 무엇을 가져가실래요? 아버지께서는 배를, 동생은 징가Z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께 여쭸다. 어머니께서는 옅은 미소를 지으셨다. 모나리자의 초상처럼 알쏭달쏭했다. 끈질기게 여쭙자 답이 툭 떨어졌다.
“박물관.”
나는 입을 허 벌렸다. 무인도에 박물관이라니? 어머니께서는 입을 가리며 웃으셨다. 부엌으로 돌아서는 등은 더욱 수수께끼 같았다. 잡아당기면 더욱 꼬이는 매듭처럼 퀴즈는 풀릴 생각을 않았다. 비밀을 꺼내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실마리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대청소를 하는 날이었다. 집을 탈탈 털자 온갖 것이 쏟아졌다. 동전, 숨겨둔 학습지, 잃어버린 줄 알았던 지우개... ... 비밀은 그 낯설음의 중간에 서 있었다. “어머니, 이건 뭐예요?” 안방에서 못 보던 함이 나왔다. 자개장식이 된 문짝을 열었다. 조그마한 양말이며 모자가 보였다. 난장이가 쓰는 것 마냥 작고 아기자기했다. 어머니께선 양말을 들어 올리며 말씀하셨다. 내 보물. 모자를 뒤집자 이름이 수놓아져 있었다. 나였다. 내 이름을 쓰다듬으며 흘긋 어머니를 곁눈질했다. 어머니는 함의 너머, 현실과 추억의 경계쯤을 바라보시는 것 같았다. 나는 조용히 함을 닫았다.
박물관엔 인류의 보물을 전시 한다고 한다. 어머니의 박물관엔 내가 담겨 있었다. 무인도에서 죽을지라도 간직하고픈 보물. 다음에 다시 마이크를 잡을 기회가 온다면 나는 어깨를 펴고 외칠 것이다. 박물관만 있으면 족하다고. 나의 보물, 어머니를 추억하며 외로움을 견딜 것이라고.
<가작>
박물관
최다현 (문화고등학교 2-1)
초등학교 시절, 매년 우리의 소풍 장소는 늘 박물관이었다. 박물관에는 왕관이나 종과 같은 역사적인 유물도 있었지만, 그릇이나 기와 등 옛날에는 사소했을 물건들 또한 전시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사소한 물건들에조차 학자들은 의미를 부여해 설명을 덧붙여놓았다. 그렇다면 내가 현재 쓰고 있는 연필 또한 먼 미래에는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미래에는 휴대용 컴퓨터 등을 이용해 글을 쓸 것이라면, 내 연필과 그 연필로 쓴 글들이 과거에는 사람 손으로 직접 글을 썼다는 역사적 흔적이 되어 미래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 일상 속 하찮고 작은 물건 하나조차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를 알아야한다. 소외되었다고 해서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아니라 언젠가는 빛을 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박물관에서 사람들이 작은 그릇을 보면서 그 의미에 놀라워하고 신기해하는 것처럼.
<가작>
박물관
김환호 (무산고등학교 3-1)
보통 박물관하면 딱딱한 유리 안에 들어있는 유물들과 여기저기 붙어있는 ‘사진 찍지마시오. 건들지 마시오.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표지판들 조용한 분위기와 무거운 느낌이 생각난다. 하지만 내가 갔던 국립과천과학박물관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큰 우주선과 날렵하게 생긴 비행기였다. 놀란 것은 건물의 크기와 사람들이었다. 내부에 들어섰을 때 천장에 매달려있는 원자모형과 사람의 DNA가 나의 관심을 끌었다. 그 후 전시관에 들어서니 즐거운 모습의 아이들, 친구들과 함께 이리저리 몰려다니면서 구경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신기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나도 둘러 다니다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도 못했던 것이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물속에 들어있는 TV.작고 귀여운 로봇들의 댄스까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다양한 공룡들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내가 정말 놀랐던 것은 체험관들이었다. 먼저 들어간 곳은 지진체험관이었다. 모든 것이 흔들리고 떨어지고 내 몸조차 주체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재미있었지만 실제로 일어날 것을 생각하면 무섭기도 했다. 놀라움이 체 가시기도 전에 내 몸이 본능적으로 향한 곳은 태풍체험관이었다. 폭우와 거세게 부는 바람 때문에 조금도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자연의 힘 앞에 나약함을 나의 몸소 느끼게 된 것이다.
이렇게 흥미 있었던 구경과 체험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내가 이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에 가졌었던 생각들이 부끄러워졌다. 비록 과학박물관이어서 체험이 많았을지 모르지만 나의 박물관에 대한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봄나들이로 놀이공원이나 테마파크같이 단지 즐거움과 추억을 만드는 곳보다 구경하고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