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명 1. 그가 만들어 달라고 한 지 한참이나 지나서 전해드린 명함 2. 그가 달린 마지막 대회 사진(2011.04.17.한겨레 하프 마라톤 대회)
김우종 님 블로그 http://blog.daum.net/kwj1007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5년 9월이었습니다. 그동안 그와는 애증이 교차했었지요. 참 정이 많은 친구였습니다. 그가 술을 마시고 외로워서 하는 전화를 따듯하게 받아주지 못한 게 이내 마음에 걸립니다. 그리고 그가 쓴 글에 제가 단 댓글로 그가 마음이 상한 적도 여러 번 있었지요.
오늘 저녁 8시 정도 빈소에 다시 들를 생각입니다, 참여연대마라톤 모임 분들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1. 첫 만남
필두님| 2006.09.19. 05:40
토요일 대회 참가후 들어와서 가입 하였습니다. 한팀장님을 그렇게 보내고 저역시 마음이 어둡기 여지 없습니다. 우리가 건강하자고 즐겁게 살자고 한 달리기가 이리 험한 모습을 보여주니 회의감 마저도 들고 비감어린 마음을 금 할 수가 없습니다.
한팀장님을 먼발치에서 본 기억 밖에 없지만 저역시 어린 자녀와 가정을 가지고 달리다 보니 그것이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네요.
오늘 아침에 시 동호회 총무님에게 부의금을 입금하고 하루종일 마음이 편치를 못합니다.
언제 하이브리드 관용차 등록 때 노조 위원장 선거때 님을 보며서 속으로 성원을 보내었습니다. 님이 지원한 후보는 낙선 하였지만 님과 전 한길에 있었습니다. 언제 소주한잔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환경녹지과 김우종 올림
김우종 (2008-12-19 18:01:58, Hit : 335, Vote : 6)
2, 오지랖이 넓었던 그
염치없는 놈 입니다.
자유로운 영혼 아나키스트 허필두 나무님께서 오월 촛불의 광장에서 연행되었다는 이야기는 아시는 나무님은 아시는 이야기라고 생각 합니다. 현직 공무원 신분이기에 법정구형을 받고서도 직장에서 징계까지 받아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가질수 밖에 없습니다. 슬프지요...그게 우리의 현실 입니다.
공무원은 영혼을 가질 수 없는 슬픈 몸뚱아리 이기도 합니다.
어느 누구인들 높은자리에 오르고 싶지 않겠습니까? 저역시 그러한 속물의 근원적인 욕망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허필두 나무님은 그 욕망의 언저리에서 이미 너무나 멀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그는 보이지 않는 아니 보이는 그 허물어져가는 강가의 너울을 지나왔고 잊어가고 있습니다.
서울시 본청 회의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에 연행되는 시민을 구하자고 길가에 뛰어든 그자체가 그의 정신 입니다. 분명히 그는 집회에 참가한것이 아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지하철이 멈추었기에 버스를 타기위해 다시 길로 나선것이 그의 교통카드에 의하여 입증이 되었습니다. 명명백백한 사실이 증명 되었음에도 그를 기소 하기위하여 검찰은 고심을 하였습니다. 결국 그를 기소한 범죄소명은 공무집행 방해 였습니다.참으로 대단하고 훌륭한 대한민국의 검쌔 입니다.
여기에서 그 검쌔를 이야기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하기에는 저의 입이 더러워질테니까요......전 배운집 아들이니까요....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을 지키자고......
우리의 같은 길을 같이가던 나무가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그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또 싫어하던 우리의 벗임에 분명 합니다.
벌금이라도 우리가 십시일반 두레의 정신으로 도와줄수는 없을까요?
대한민국 하위직 공무원으로 아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정규직 교사를 하는 그의 가정경제에 이백만원의 벌금의 무게는 너무 무겁지 않을까요? 물론 공무원보다 더 어려운 나무님이 있을지 않을까 싶어서 고민도 하여보았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서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적은 돈이든 큰돈이든 이렇게 모아지어서 그에게 전달이 된다면 조금이라도 그에게 위로가 되지않을까요? 올 오월 촛불의 광장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뿌듯 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의 뜻을 모아서 오십만원을 촛불대책위에 전달한적이 있습니다. 다시 허필두 나무님의 일로 인하여 님들의 어려운 주머니에 호소를 하여서 죄송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다시 한번 염치 없는 소리를 합니다.
도울돈 모을 통 : 농협(정준호 더불어숲 마라톤 클럽) 1082-02-001290 도울돈 걷는 햇거리:2008.12.31까지....
허필두님의 허락도 없이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
3. 그에게 보내드린 책 몇 권과 짧은 편지
김우종 님께 (156-754) 서울 동작구 대방동 유한양행빌딩 10층 동작구청 토목과 02-820-9022 010-6390-7954 포장지 : 없음 메시지 : 김우종 님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제가 쓴 댓글로 마음이 좀 상하셨나요? 감정이 편해지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예전에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김형 이야기가 나왔는데 사람은 좋은데"감정조절의 미숙함과 너무 과거에 빠져 있지 않나"라는 점이......2010.4.5. 미욱한 허필두가 끄적거립니다 ===================================================== 거친 음식이 사람을 살린다 이원종 지음 1/1 가격 : 6,500원 마일리지 : 0원 (0%)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밥상머리 교육의 비밀 S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 허필두 김우종 (156-701) 서울 동작구 노량진2동 동작구청 환경녹지과 02-820-7954 017-390-7954 포장지 : 선물포장상자 메시지 : 황매산 님께,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마련하신 서재를 갖게 되심을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날이 되시길.......
글쓰기 책과 신영복 선생님 책 몇권 보냅니다.
2007.4.27. 허필두 올림
글쓰기의 전략 정희모.이재성 지음 1/1 가격 : 9,750 원 마일리지 : 300원 (3%)
민주화 세계화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대안 체제 모형을 찾아서 신영복.조희연 지음 1/1 가격 : 11,700 원 마일리지 : 360원 (3%)
처음처럼 신영복 글.그림, 이승혁.장지숙 엮음 1/1 가격 : 10,800 원 마일리지 : 1,620원 (15%)
================================================== 4, 그가 쓴 마라톤 일지
춘마 대비 LSD훈련을 하였습니다 -'황매산' 김우종 님이 쓰신 글 | 2006.10.02. 07:50
춘마 대비 LSD훈련을 하였습니다.
1.언제:2006년 9월 30일 오후 6시
2.기록:18:00-21:10
토요일이라 오후에 퇴근한 마님이 훈련 나가라고 등 밀어대는 바람에 나왔지만 몸은 무겁고 어떤 프로그램으로 하여야 되나? 고민만되고 마음도 무거웠습니다. 춘마는 한달 앞으로 다가오고 추석은 내일 모래인데 훈련량은 부족하게 보이고....훈련을 열심히 할려고 하면 근육의 피로는 쉽게 풀리지 않고...그렇게 시간은 흘러 여기 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춘마에 장거리 훈련 한번 하지않고 출전하였다가 그 느낄 마라톤의 벽을 내어찌 감당하리..
추석을 지내고 돌아와 LSD 훈련 하리라 맘 먹고 있었는데.....집을나서면서 혹 컨디션 좋으면 한번 해보자고 맘 잡고 젖꼭지에 테핑하고 사타구니에 바세린 바르고 일단 여의도로 애마를 타고 나갔습니다.
토요일 오후라 연인들로 가득찬 한강변에서 몸을풀고 양화대교 방향으로 달립니다.
근데 항상 시작점 이키로는 왜 이리 힘이 드는가요?
나만 그러는지 삼키로부터 몸이 풀리는지 수월하게 달리면서 오키로 지점이 보이자 고민을 합니다.
십키로 훈련으로 마무리를 하느냐?
LSD훈련을 하는냐?
그래 한번 달려보자.
오키로 반환점을 지나서 팔키로 지점부터 속이 이상 합니다. 아 또....뱃속이 부글부글 끊기 시작 합니다.
그런데 이지점은 이동식 화장실이 없는 구간 입니다.
아 미치겠습니다.
뻥뚫힌 달리기 주로 더이상 숨을곳도 나갈곳도 없는곳에서 뱃속 안에서 용암이 끓듯이 끓고 있으니 ...
이젠 운동의 땀이 아니고 진땀이 흘르내립니다.
십키로 지점에서 아파트로 연결되는 출구 있어 나갑니다.
강서구 가양동 아파트 옆으로 보이는곳에서 교회와 지역주민의 바자회가 한참 입니다.
무조건 교회 안으로 들어가 화장실을 물어서 들어가 앉는 순간 천국이 바로 지금 입니다.
나오면서 생수 한병을 사서 물을 보충하고 행주대교
방향으로 달립니다.
오늘의 LSD계획은 십오키로를 반환점으로 돌아서 여의도 출발지까지 돌아가기로 하였습니다.
가양대교를 지나서 행주대교를 지나자 이젠 인적도 드물고 저혼자 핵핵거리며 달립니다.
십사키로 지점을 들어서니 가로등도 이젠 없습니다.
간혹 자전거 운동을 하는 사람만 보입니다.
여긴 한강의 끝머리로 보입니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바로 서해 바다와 연결이 되겠지요. 십사키로 지점에서 한참을 달리어도 십오키로 표지판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구행주대교로 보이는 곳에서 반환점으로 지정하여 돌아서 달립니다.
오면서 다시 십오키로 표지판을 찾아도 보이지를 않습니다. 아마 여의도 기점 마라톤 표지판은 십사키로 가 마지막 표지판인가 봅니다.
반환점을 돌면서 부터 심한 갈증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이곳은 매점도 없는 구간 입니다.
사람이 그런가 봅니다. 있으면서 참고 가는것보다 없어서 못먹는게 더 힘이드나 봅니다.
가양대교 지점에 생수 반병을 남겨 놓고 온것을 희망으로 삼으며 달립니다. 아직은 그래도 달릴만 하다고 자위하며 십키로 지점에서 남은 생수 반병을 마시니 어느덧 이십키로 지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달린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조금 더 달릴 수있을것 같았던 기억을 살리며 달립니다.
저멀리 성산대교가 보이지만 아련하게 보입니다.
과연 내가 저기까지 갈수 있을까?
이십키로를 지나면서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 합니다.
이십사키로 지점을 다가오자 안양천과 만나는 길이 보입니다. 저 안양천을 보니 세무과 필두형이 생각 이 나는군요 ..그형도 저길을 달리면서 장거리 훈련을 하였다는 카페의 글을 생각하며 달립니다.
드디어 성산대교가 눈앞에 들어오면서 집에서 파워젤을 가지고 오지 않은게 후회가 됩니다.
이십오키로 지점 매점에서 초코파이 하나.삶은계란2개,이온음료수 1병을 사서 마시고 다시 달립니다.이십칠키로 지점 고통을 참으며 달리는데 누가 뒤에서 파팅 하며 달립니다.
그 주자가 보아도 제가 지쳐 보이나 봅니다.
아 정말 힘이 듭니다.
마라톤이 이리 힘든 운동이라고 다시 한번 느끼면서 마지막 이키로 아픈 다리를 푹푹 꺼져가는 다리를 견디고 마지막 삼십키로 지점에 들어서니 저녁 9시 입니다.
*춘마대비 장거리 훈련을 허주임님과 한번 하자고 말씀드릴라고 했는데
어쩌다 혼자서 달리게 되었네요..
저도 쌍둥이가 다섯살이다 보니 하고싶은 일 다 못하고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많은 봉급으로 사는것도 아니고,그리 인생이 허무하여 다시 바위를
시작 하여 볼까 합니다.
힘내시고요..항상 님의 가는길을 존중 합니다.
우리조직에도 님 같으신 분이 계시다는게...설악에서 에델바이스를 본 듯
합니다..
참 그리고 한계장님 조의금을 시 마라톤 총무에게 송금을 하였는데 기록에
없더군요.. 혹 누락된건 아닌지 ..
=================================================================== 5. 그가 2006년에 쓴 유서
유 서
삼십구년을 살았다. 내 삼십구년을 살면서 이렇게 열심히 어떤것에 매달리어서 한 일이 별로 없었다.
춘천 마라톤을 나서며 혹 내가 잘못 된다 하여도 여한이 없다.
어차피 허무하여 시작한 마라톤으로 내 인생의 종지부를 고 한다면 그것도 내 인생의 한 부분 일테니까.내가 책임져야 할것이다.
단지 두아이의 아버지로서 책임을 지지못하고,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가는점을 남은 님들은 용서 하여주기 바랍니다.
1.내 몸은 기증 할 수 있는것은 기증하기 바랍니다.
2.화장을 한 다음에 설악(공룡능선)과 지리산 반야봉에 영식군과 만길은 남은 우정으로
뿌려주기 바랍니다.(수의는 입히지 말고.염도 하지말고,등산복으로 화장 하기 바람.)
3.내 책상 첯째 서랍 파란색 은행지갑에 모든 통장이 있으며,책꽃이 파란 파일에 각종
보험 증서가 들어 있으니 잘처리 하기 바랍니다.
4.김복자에게 그동안 상처와 힘들게 하였던 내과오를 인정하며 진심으로 용서를
바랍니다.
5. 내가 개인적으로 미워하였거나 내 삶에 상처를 주었던 모든 이들을 용서 하고자 합니
다.혹 나로 하여금 상처를 받았던 모든 이들에게도 화해를 청하고 용서를 바랍니다.
6. 내 아들 지훈에게 말 하고자 합니다.
넌 감성에 휘둘리지 말고 이성에 충실 하기 바란다.
7. 내 딸 지원에게 말하고자 합니다.
넌 지성에 휘둘리지 말고 감성도 풍부해지기 바란다.
8.지훈이와 지원이는 이렇게 살아주기 바란다.
-초등학교 졸업전에 사서삼경,오백리 행군,수학경시대회, 입상을 하여주기 바란다.
-중학교 졸업전에 태백산맥을 5번 필사 하기 바란다.(너의 삶을 키울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전에 시집 한권을 쓰기 바란다.(세상을 따뜻하게 보기 바란다)
-대학교 졸업전에 지리,설악종주를 끝내기 바란다.(세상을 멀리 보기 위해서다)
-나이 삼십전에 풀코스 완주를 마치기 바란다.(게으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함이다)
9. 보험내역
-메트라이프보험 변액유니버셜 일반사망보험금:0억
-메트라이프보험 종합건방 일반 사망보험금:0천
-메리츠 보험 보험 일반사망보험금:0천
-선택적 복지 농협중앙회 보험 일반사망보험금:0천
-조선일보 마라톤조직위 보험 :0천 -퇴직금 : 0천
-부동산 : 억 -예금 : 0백 합계:0억0천0백
-이외에 대한생명.우체국.보험금 수령및 보험연합회에 조회하여 수령 할 것.
세상을 정리한다고 생각을 하고서 각 보험및 예금을 정리하니 생각보다
적은 자산을 처와 자식에게 남기고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쓰리고 아픕
니다.부디 이 유서가 쓰잘데기 없는 헛소리로만 끝나기를 기원 합니다.
단 세상을 떠나면서 아무런 말 한마디 못하고 갔을때 남은 이들이 말한마
디 도 안하고 갔냐고 원망하지 않기 위하여...
그리고 적어도 이정도 만큼은 남은 가족을 생각 하였다는 내 마지막 속정을 남기려
이렇게 정리 합니다.
끝으로 지훈.지원 정말로 그리고 둥이 엄마 김복자에게도 한 없는 사랑을
고백 합니다.
미안 합니다.죄송합니다. 용서를 바랍니다.
2006년 춘천마라톤을 앞두고서 새벽에 잠든 아이들을 내려다보고서 황매산 김우종.
너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가 마라톤 클럽의 멤버인 백두산인가...하여튼 그 동생인가, 형님이 하는 락그룹의 공연을 보러 가서였지. 옆에 흰 샤츠를 입고 순박하게 생긴 왠 촌놈이 앉아 있는 거야. 나중에 그게 너란걸 알았지.
내 첫느낌... 그냥 촌놈이구나. 참 촌스럽게 꾸밈 없이 순박하구나. 그 느낌이었어. 번드르하게 지식을 포장해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표현하는 사람들보다 난 너의 촌스럽고 투박스러운 질그릇 같이 포장 안 된 지식과 마음이 참 좋았어.
두 번째 너를 봤을 때가 쌍동이들과 너의 아내, 정준호님, 마라톤 멤버들이 우리집에 왔을 때였지. 그때 우리는 참 많은 얘기를 했고 너의 솔직하고 진솔한 얘기를 듣게 되었어. 그리고 우리는 누님, 동생으로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마음 속으론 항상 잘 있을 거다, 응원하며 지냈지.
가끔 네가 이런저런 세상살이에 힘들어 술을 마시고 전화를 걸어 엉엉 울 때, 내가 그랬지. 나도 견디며 여기까지 왔다. 그러니 너도 견뎌야한다. 난 네가 견뎌내리라 믿는다. 견뎌내는 자가 승자다. 넌 아기처럼 훌쩍이며 그런다고 약속했어.
세 번째 만남이 선생님과 함께 중국으로 가기 전에 승혁님과 함께 식당에서 본 것이었나? 맞을 거야. 넌 그때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싶어 갈증이 난 사람같았어. 하지만 중국에 가서 많이 얘기하자, 약속하고 헤어졌지.
그리고 중국으로 갔어. 그게 마지막 만남이 되어 버렸지만. 사실 중국에서 여러사람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우리가 얘기할 시간은 별로 없었어. 밤을 새우고 술 마시는 체력이 되지 못해 너의 말을 오래 들어줄 기회를 갖지 못했어. 하지만 아침에 넌 술이 덜 깨 비몽사몽 밤새 술을 마셔 정신이 없다고 했지만 너의 얼굴은 홀가분한 표정이었어. 다른 사람들과 밤새 술자리에서 많은 얘기들이 오갔구나, 다행이다, 생각했지.
그리고 돌아와 몇 번의 전화통화가 다였어. 하지만 난 네가 포기하지 않고 마라톤을 하듯 힘든 너의 인생을 달리며 잘 있다고 믿었어.
그리고 가끔 아기처럼 엉엉 울며 전화 했을 때 내 말에 넌 콧물을 훌쩍이며 알겠다고 했고 그러겠다고 견디겠다고 배신감도 증오도 미움도 서운함도 용서하진 못하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겠다고 했어.
그 후 종종 더불어 숲 댓글에서 만나기도 하고 안부를 묻기도 하고
가끔 넌 애기같이 엉엉 울며 콧물을 훌쩍이며 그렇게 시간은 갔어.
다 큰 아기아빠가 엉엉 울 때, 난 언제나 독하지 못해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고 화를 내기만 했던 것 같아. 마음대로 간단하게 죽을 수 있다면 하루에도 열 번도 더 죽을 일 투성이라고, 그게 인생이란 덪이라고. 우린 덪에 갇힌 존재라고.
아기보다 넌 더 여렸고 아기보다 더 천진하고 아기보다 더 정직했어 그런 네가 부조리로 꽉 찬 이 세상을 못 견뎌한 것은 당연했지. 정제 되지 않은 너의 마음 그대로 세상을 사는 너 힘든 다는 것은 알았어. 하지만 난 네가 '아빠'라는 이름으로 견뎌낼 줄 알았어. 그렇다고 나도 같이 울며 동조할 순 없잖아. 나는 일부러 더 크게 호통을 쳤을 거야.
나 같은 사람도 견디며 사는데 네가 왜 못 견디냐며 화를 내면 넌 그러겠다고 훌쩍이며 대답했지.
그런데 너는 결국 포기했더구나.
내가 분명히 말했어 포기하는 것은 비겁한 거라고. 그러니 견디며 살라고. 독해져야 한다고. 그러겠다던 넌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
그런 너에게 '삼가 명복을 빕니다.' 고통없는 곳에서 편히 쉬라고 인사를 해야 할까. 아니 할 수 있을까 정말 넌 이제 고통 없는 거니? 넌 자유한 거야? 하지만 방법이 너무하다고 생각하진 않니?
어제 12시가 다 돼 너의 소식을 숲에서 읽고 난 후회로 가슴을 쳤어. 왜 내가 너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챙겨주지 못했을까. 왜 내가 너의 전화를 더 친절하게 공감하며 다독이며 받아주지 않았을까. 왜 무조건 울면 화를 내고 호통만 쳤을까. 왜 한 번도 같이 울어주지 않았을까. 왜 왜 왜 너를 세상에 혼자라는 마음으로 포기하게 만들었을까. 왜 그렇게 인색했을까. 왜 그렇게 극단적인 방법으로 외로움과 고통을 끝내도록 아무 도움을 못 줬을까. 왜 내 삶에만 그렇게 연연했을까. 왜 그렇게 무심했을까.
과거에 연연한다고 나무랐고 잊지 못한다고 나무랐고 진취적이지 못하다고 나무랐고 털어버리지 못한다고 나무랐고 사람에게 너무 기대한다고 나무랬어.
너의 고통과 외로움에 도움이 못 됐어. 그저 나무라기만 한 거야.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 게 너를 위하는 길이라고. 이해하라고 잊으라고 참고 견디라고 만 했어. 그래서 지금 나의 마음은 지옥이야.
당장 달려가 욕을 퍼부어 주고 싶었지만 몸이 떨려 운전도 할 수 없었고 너무 늦은 시간이라 택시도 없었어. 살아가면서 우울증 약에 고마워 했지만 어제처럼 우울증 약이 고마운 적은 없었지.
그렇지 않아도 난 요새 돌아가신 엄마와 아이들 아빠를 생각하며 후회로 뜨끔뜨끔 한 가슴의 통증을 손으로 누르며 견디고 있었어. 그러다 너의 소식을 들은 거야.
김우종, 고맙다. 끝까지 내 삶에 우울증 약을 보태줘서. 내 삶에 또 하나 뜨끔뜨끔한 통증을 보태줘서
네가 정말 편하게 갈 수 있을까. 아니, 지금 정말 편한 거니? 너의 영혼이 모든 것을 잊고 편하게 레테의 강을 건널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이제 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가야 할 시간이 되었어. 지금은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안 나지만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잘가. 안녕. 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지내. 이렇게 말하게 될까. 아니면 나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고 하게 될까.
그렇게 내 앞에 놓인 바로 몇 시간 뒤의 일도 모르는 게 우리 인생이고 삶이야. 단지 우리가 분명하게 아는 것은 우린 언젠간 죽는다는 사실이야.
너도 그 사실은 알잖아. 어차피 죽을 거 뭐가 그리 급했니 뭐가 그리 바빴어 바보야. 좀 기다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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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결국 인사하지 못했다. 딸의 혼례일을 잡아놓고 문상 가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이렇게 산 사람은 자신부터 챙긴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고 삶이야.
넌 왜 너를 챙기지 못했니. 자신들만 챙기며 사는 세상을 용납할 수 없었다면 꼭 네가 취한 방법만 있었을까. 아직 나도 그 답은 모르겠다.
네가 간 곳이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받아들이지 못해 버린 이 세상과는 다른 타인을 배려하며 존중하는 것을 우선시 하는 이타적인 세상이길 바란다.
난 시간이 가면 바쁜 생활 속에서 서서히 너를 잊어갈 거야. 문득문득 기억의 한 모서리에서 너를 기억하게 되겠지. 그게 사는 거니까.
너의 죽음을 영원히 기억할 사람은 너의 쌍둥이들과 아내겠지. 너 또한 쌍둥이들과 아내를 영원히 가슴에 안고 갔으리라 믿는다. 네가 간 곳이 산 사람들까지도 배려가 허용되는 세상이라면 너로 인해 가장 가슴 아픈 기억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야 할 너의 가족들을 잘 보살펴 주겠지. 넌 꼭 그럴거야.
우종아 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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